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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총재 손학규

구시렁 구시렁

by econo0706 2007. 2. 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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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의 대권포기 선언과 동시에 여러 가지 정치 예견들이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손학규의 여당영입설이다. 특히 열우당을 뛰쳐나와 새로운 당을 만들려던 여권 인사들은 고건이라는 구심점을 하루  아침에 잃다보니 정운찬, 박원순 등의 재야 스타들과 함께 손학규를 그 새로운 구심점 후보로 올려놓고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언론에 흘리고 있다.

 

물론 그 중에는 진정으로 손학규와 함께 정치를 해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출신지역이나 자신을 후원해주는 인사들 때문에 열우당에 몸담고 있었기는 하지만 손학규와 같은 정치적 동질감을 느끼고 있던 그런 인사들이 아주 없으리라는 것은 누구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인사들은 적어도 선거가 끝나고 손학규의 정치행보가 명확히 나타날 때까지는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이고, 다른 대부분의 손학규 영입론자들은 어차피 깨진 당에 더 머무를 수는 없고, 그렇다고 달랑 혼자 나와 정치의 황야(荒野)에서 방황할 자신이 없으니 손학규든, 정운찬이든, 박원순이든 아니면 강금실이나 추미애라도 앞장서고 책임질 사람을 빨리 만드는 것만이 당대표라는 우산 밑에서 따뜻한 대선지절(大選之節)을 보내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잘 아는 인사들일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손학규 본인이나 국민들의 생각과는 전혀 상관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언론에 흘리며 누구든 빨리 앞장 서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손학규는 과연 한나라당을 뛰쳐나와 새로운 당으로 갈 것인가?- 그가 새로운 당을 만든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자.

 

본인은 "내가 벽돌이냐? 빼고 넣고 하게"라면서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다만 이는 손학규가 다음 선거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손학규는 지지율면에서 이명박이나 박근혜에 비해 훨씬 떨어지고 있다. 또 당내 입지도 그들에 비해 미약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손학규는 무엇을 보고 이번 선거에 출마할 것인가? 당내 경선 3위? 그것이 경선 이후 그의 입지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손학규는 생각할 것이다. 대선 이후의 자신을…

 

경선 1위가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되어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그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 경선 2위는 막바지 빅딜 등을 통해 당대표나 국무총리 정도를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3위는?

 

아마도 잊혀진 정치인이 되어 쓸쓸히 퇴장할 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정치적 생명력이란 것이 인간이 예측할 수 있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오직 1등만을 기억하도록 유치원 시절부터 훈련된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억력으로 볼 때 3위를 위해 정치생명을 바치기에는 너무나 척박한 현실인 것 또한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차기 대선 역시 이번 2위와 새로운 강자가 나타나 후보를 다툴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이번 3위가 과연 그 경쟁 속에서 끼일 수는 있을지, 또 낀다고 해도 이길 수 있을지는 아마도 불가능하다는 예상이 더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은 어떨까. 현재처럼 여권에 아니 차기 선거의 야권에 대표주자가 없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손학규는 야당총재 자리를 노려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3위를 하고 탈당한다면 배신자(背信者) 소리는 당연히 나올 것이고, 근근이 정치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이인제가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될 터이니 손학규가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하지만 경선 이전에 탈당하여 새로운 당을 만든다면 그것에 대한 비난은 잠시일터이고 곧 대선 레이스 속에 묻혀 버리고 말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장렬하게 대선에서 패배한 후 제1야당의 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손학규의 온화한 이미지와 그 속에 숨어있는 강렬한 카리스마가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고 그가 앞으로 야당을 잘 이끌어 나간다면 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은 자연스레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차기 대선의 야당후보로는 손색이 없을 것이고, 그것이 여당의 3위보다는 훨씬 더 나은 것이 아닐까?

 

물론 사람의 속은 알 수 없는 것이고, 정치인의 속내는 더더욱 알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당당한 유권자이니 누구라도 마음대로 상상해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겠는가?

 

아님 말고…

 

2007년 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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