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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뚜루 마뚜루] "뻑"을 외친 박찬호, '보크'의 굴욕

--홍윤표 야구

by econo0706 2022. 11. 1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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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3. 05.

 

“이건 전혀 이 아닙니다.”

“(투수의 투구 자세가)부드럽지 않다고 해서 을 주는 수가 있거든요.”

박찬호(40)의 해설이 화제다. 야구팬들은 그의 직설적인 화법과 특히 투수들의 심리를 꿰뚫는 해설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매스컴은 그의 톡톡 튀는 어록을 모아 소개할 정도다. 

3월 4일,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 구장에서 열렸던 한국과 호주의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경기 도중 한국 선발 투수 송승준이 1회에 주심으로부터 ‘보크’를 선언 당했다. TV 중계 해설을 하고 있던 박찬호는 그 장면에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보크’를 “뻑!”으로 발음했다.

“뻑”이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다. 메이저리그 124승을 올렸던, 미국무대에서 20년 가까운 세월을 보냈던 천하의 박찬호의 입에서 ‘고전적인’ 한국식(엄밀하게는 일본식) 야구용어를 듣게 되다니, 자못 놀라웠다. 차라리 약간 충격적이었다고 할까.  '보크'는 된 발음으로 하면 '뻑'이 되기는 하지만, 그가 사용한 다른 용어, 이를테면 포볼이나 데드볼을 감안한다면 어려서부터 우리네 야구장에서 듣고 익혀왔던 말을 자연스럽게 구사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식 야구용어가 아닌 우리네 야구장에서 흔히 들어왔던 용어를 박찬호가 발설할 줄이야 미처 몰랐다. 유창한 미국식 발음으로, 누리꾼들 사이에서 ‘우리 말 발음이 좀 꼬인다’는 소리까지 들었던 그였기에, “뻑”을 듣게 되리라곤 상상하기 어려웠다. 방송 해설에서 일상적인, 현장에서 익힌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긴 하지만 기왕이면 정제된 용어를 사용했더라면 어땠을까. 시원스런 해설에 비해 아쉬운 대목이다.

 

그의 “뻑”에 대해 누리꾼들의 반응도 다양했다.

hihi-daniel이라는 팬은 트위터를 통해 “이런, 박 사장 해설 잼있어요. 좀전에 보크를 “뻑” 이라고 ㅋㅋㅋ”라며 그야말로 재미있어한 반면,

sewing7414는 “시청자는 전문적인 설명을 듣고자 해설자 말에 귀 기울인다. 그렇기에 스포츠 경기엔 해설자가 꼭 필요하다. 스타가 필요한 게 아니다. 전문적인 해설을 원한다! “왜 보크인가요?” 박 “아, 저거는 설명이 필요없습니다. 뻑이 아녜요!”  “시청자는 왜 보크가 아닌가 궁금하다구!!”라며 꼬집기도 했다.

s-sean-k는 “어렸을 때 야구장에서 아저씨들이 보크를 ‘뻑’이라고 할 땐 왜그런지 몰랐는데 박찬호까지 뻑이라고 하는 걸 보면 확실히 현장용어인가보다.”라며 ‘현장용어론’을 폈다.

박찬호는 해설 도중 요즘 ‘볼넷’으로 약간 순화해서 부르고 있는 ‘베이스온볼스(base on balls)’도 ‘포볼(four ball)’로 발음했다.

물론 ‘포볼’이나 ‘뻑’, 또는 ‘데드볼’은 일본식 영어표현으로 예전부터 우리나라 야구장에서 보편화 돼 있던 야구용어이지만, 1990년대부터 신문 기사나 방송 중계 때 ‘볼넷’, ‘보크’, ‘몸에 맞는 볼(힛바이피치볼)’로 정리해서 표현하고 있다.

야구용어도 당연히 일본의 그늘에서 벗어날 때가 됐는데, 아직도 ‘일제식’ 용어를 듣는 것은 답답한 노릇이다. 박찬호가 “뻑”이라고 발음했대서 야구팬들에게 일시적인 재미를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기왕이면 공적인 자리에서, 더군다나 해설을 하는 처지에선 제대로 된 표현을 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그에 덧붙여 야구 뿐 만 아니라 모든 종목에서 입에 발린 말, ‘시합’은 명백한 일본어 잔재이므로 추방해야 마땅하다. 전파력이 강한 방송이 마구잡이로 그런 표현을 쓰는 것은 한심스런 일이다.

아나운서의 비문도 듣기에 거북살스럽기는 마찬가지. "냉정함과 신중함을 가져 갈 수 있는 거죠." 이 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냉정함과 신중함을 가져간다니. 어디로 가져간다는 얘긴가.

 

홍윤표 선임기자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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