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03. 07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이 1라운드에서 탈락하자 으레 그랬듯이,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격으로 패배 원인 분석과 대안 모색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결정적인 실수를 남발한 선수들의 안이한 자세, 선수선발 과정의 문제점, 경기 운영의 묘를 보여주지 못한 대표 팀 지도부에 대한 질타까지. 2006년과 2009년 제 1, 2회 WBC 때와 비교한다면, 성취동기가 흐려진 선수들의 나약한 정신력과 포지션 중복의 선수선발의 오류에 겹쳐 그나마 선발한 선수를 100% 활용을 하지 못한 류중일 감독의 지도력도 도마에 올랐다.
/ 타이중=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무슨 속사정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우려했던 일은 벌어졌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엎지른 물인 것을. 뼈저린 아픔이지만 결과만 놓고 따지는 일은 부질없는 노릇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그 게 우리 선수들의 수준과 실력이자 정신력의 한계였다는 것이다.
류중일 감독은 이번 대회 후 자신의 지도력 부족을 공개적으로 언급, 자성어린 목소리를 냈다. 삼성 라이온즈가 지난 2011년 아시아시리즈를 제패한 다음 류중일 감독이 “다른 감독님들은 국가대표 감독이라는 자리를 피하는 경향이 있지만 나는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한 발언을 <연합뉴스>가 보도한 적이 있다. 그의 바람대로 대표 팀 지휘봉을 잡았으나 실패했다. 자연스레 대표 팀 감독의 인선 문제가 과제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현역 감독의 대표 팀 감독 선임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09년 WBC 후 대표 팀 감독직을 꺼려하는 현상과 관련, ‘전년도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다’는 원칙을 세웠다. 류중일 감독도 그 원칙에 따라 이번에 출정했다.
그러나 결과가 나쁘게 되자 다시 대표 팀 전임 감독제로 흐르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과연 전임제가 확실한 답이 될 수 있을까. 대표 팀 감독 선임의 어려움과 그 자리를 ‘성배’가 아닌 ‘독배’로 여겨 현역 감독들이 꺼려하는 것 등을 이유로 전임제 논의가 일고 있지만 우리 현실을 고려해야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그와 관련, KBO 양해영 사무총장은 “아무래도 현역은 제약이 있으니까 그런 얘기가 나온다. KBO도 물론 그런 부분을 검토해봤지만 장단점이 있다”면서 “야구 대표 팀 전임 감독이라는 게 축구처럼 국가대표를 수시로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선수들은 시즌에 들어가 있는데 감독 혼자 동떨어져 있게 된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양 총장은 “현역 감독이 부담스럽긴 하겠지만 자기 팀 (시즌)준비에 소홀할 수는 있어도 대표 팀 준비에 시간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 오래 떨어져 있던 지도자의 감각 문제도 있고, 선수들도 현역, 비 현역 지도자에 대한 체감에 온도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떨어졌다고 무조건 전임 감독제를 실시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꼬집어 말하긴 어렵다”는 게 양 총장의 일차 결론이다.
2006년 WBC 때 정치적인 배려로 한시적으로 병역혜택이 주어졌지만 엄밀하게는 국가 대항전 이전에 돈을 걸고 하는 프로대회에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처럼 병역 면제나 연금 등을 내세우는 것도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아마추어 단체 같이 ‘상비군제’를 운용하는 것도 프로답지 않다.
상식적이지만, 그것보다는 프로리그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선수와 지도자가 대오각성하고, 장래성 있는 선수를 발굴해 적극적으로 기회를 주는 게 오히려 바람직한 길일 수도 있다. ‘억지 춘향’격이 아닌, 자발적으로 출전하고 싶어 하는 선수들을 왜 외면하는가. 이번 대회에 출장을 간절히 원했던 박병호(넥센)와 정우람(SK-군 입대)이 빠진 것은 못내 아쉬운 일이었다.
홍윤표 선임기자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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