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05. 23
5월 21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잠실 경기에서 빈볼 소동을 일으킨 두산 베어스의 새내기 투수 윤명준(24)이 22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상벌위원회에서 8경기 출장정지와 벌금 200만 원의 중징계를 받았다. 윤명준은 당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앞으로 열흘 뒤에나 출장할 수 있다.
KBO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윤명준은 2군에 내려가서도 8게임을 뛸 수 없다. 실제로 윤명준이 출장하지 못하는 경기가 16게임이 돼 일각에서 ‘가중 처벌’이 아니냐는 논란도 낳고 있다.
그야 어쨌든 윤명준의 빈볼성 투구는 여러 뒷공론을 불렀다. 12-4로 넥센이 크게 앞선 5회 1사 1, 2루 상황에서 2루 주자 강정호(26)가 두산 배터리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사이에 3루 도루(무관심 도루가 아닌 KBO 공식 인정 기록)를 감행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반면, 속이 상한 두산 측이 윤명준을 내세워 두 차례나 빈볼성 투구를 한 행위에 대해서도 ‘치졸한 응징’이라든가 ‘동업자 정신 실종’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프로야구 판의 ‘불문율’과 관련, 차제에 ‘우리들만의 불문율을 만들자’(넥센 염경엽 감독)는 의견도 개진 됐다.
헌데, 그런 불문율, 즉 승부가 확연히 판가름 난 시점에서의 ‘상대팀과 선수에 대한 예의 차리기’는 과연 온당한 처사인가. 그런 의문이 생긴다. 프로야구의 불문율이라는 게 야구의 한 속성, 승부세계의 다른 얼굴로 이해는 된다. 그렇지만 ‘기록경기의 본질은 그럼 뭔가’하는 의구심이 고개를 드는 것이다.
무엇보다 운동 경기라는 것이 ‘최선을 다하고, 최상의 결과를 얻는 것’일진대, 서로 불문율을 정해놓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바른 일은 아닐 것이다. 그 선을 넘지 말자고 명시적 약속, 또는 약속까지는 아닐지라도 묵시적 방조 내지 묵인하는 일이 스포츠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가, 승부의 참모습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올해 프로야구 시즌을 앞두고 지난 3월 프로야구 감독자회의에서 공교롭게도 사건의 당사자가 된 염경엽 넥센 감독과 김진욱 두산 감독이 ‘그런 상황에 처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제를 놓고 의견을 나누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자리에서 ‘이기는 팀에서 뛰는 것은 안 되고, 지는 팀에서 뛰는 것은 괜찮다’는 따위의 얘기들이 오갔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는 못하고 흐지부지 됐다고 한다.
‘불문율’ 논의는 위험한 일이다.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의 시각에서 보자면, 그것은 프로야구 지도자, 선수들만의 문제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려고 구장에 온 관중을 모독하는 행위일 수 있다.
게다가 불문율은 ‘미필적 경기조작’의 개연성을 안고 있다. 프로야구는 ‘보이지 않는 손’ 들도 지켜보고 있다. ‘스포츠 토토’의 한 종목이기 때문에 그런 논의 자체가 자칫 승부왜곡으로 지탄 받게 된다. 경기 당사자가 임의로 경기 내용의 한계를 정하거나 선을 긋는 것은 어떤 의미로 보면 또 다른 ‘경기 내용 조작’이 될 수 있다.
KBO가 2012 시즌을 앞두고 ‘경기조작’ 사태가 불거졌을 때 서둘러 해당 선수들을 ‘영구제명’의 엄벌을 내린 것도 따지고 보면 그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선수들은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어쨌든 전력을 다하는 것이 맞고, 현장 지도자는 상식선에서 경기흐름을 조율하는 것이 바른 길이다.
홍윤표 선임기자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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