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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뚜루 마뚜루] 현재권력이 흘러간 권력을 밀어낸 대한야구협회장 선거

--홍윤표 야구

by econo0706 2022. 11. 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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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2. 01

 

“야구협회는 돈이 필요 없어요. 힘이 필요하지.”

2월 1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렸던 제21대 대한야구협회장 선출을 위한 정기대의원 총회장에서 만난 한 야구인은 그렇게 말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연간 60여억 원의 예산을 자체 충당하고 있는 야구협회가 회장의 찬조금이 없으면 꾸려가기 어려웠던 시대는 분명 지나갔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스포츠토토 지원금, 중계권료 등으로 재원 자체 조달이 가능한 구조로 틀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굳이 기업인의 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젠 자생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오로지 필요한 것은 ‘힘’이다. 그 ‘힘’은 물론 권력, 그것도 살아 있는 권력이다. 그 게 많은 야구인들의 생각인 모양이다.

대의원들의 회장 선출 투표 결과는 이미 알려진 대로 4선의 집권여당 국회의원이자 국회부의장인 이병석(61)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현 회장이었던 강승규(50)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물러난 강승규 전 회장도 회장직에 오를 당시에는 새누리당 국회의원이었으나 지난 해 총선 때 공천을 받지 못해 사실상 야인이나 마찬가지 처지였다. 그래서 ‘흘러간 과거 권력을 살아 있는 현재 권력이 밀어내기를 했다’는 표현이 가능한 것이다.

대한야구협회는 두 후보의 득표 결과를 공표하지 않았다. 한 대의원은 “(강승규 전 회장이) 힘에서 밀렸다”는 말로 표심이 일방적으로 새 회장 지지로 기울었음을 시사했다. 비공식 집계로는 18표(시도협회 16+여자야구연맹, 리틀야구연맹) 가운데 회장 유고 상태인 두 곳(경기와 전라북도)을 뺀 나머지에서 11:5로 이병석 새회장이 1차 투표에서 당선에 필요한(출석) 과반수 9표를 무난히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협 회장 선거는 투표 직전 4명의 후보자인 이형진(59) 안양시 야구협회장과 강승규 전 대한야구협회장, 이병석 국회의원, 김은영(44) 앨앤케이글로벌 대표이사가 차례로 나가 이른바 출마의 변을 밝히는 기회를 줬다. 하지만 예전에도 그랬듯이, 실제로 후보자들의 그 같은 ‘정견발표’를 듣고 즉석에서 결심해 투표를 한 대의원은 아마도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대의원들끼리 사전 조율을 마치고 그 자리에 나갔기 때문에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게 중론이다.

일부 대의원은 이형진 후보의 발언에 반말로 제지를 하거나 윽박지르는 식의 볼썽사나운 모습도 연출했다. 그렇다고 사전에 후보자들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이루어진 것 같지도 않다.  투표 직전에야 각 후보자들의 ‘자료’가 뒤늦게 대의원들의 자리에 놓였기 때문이다. 검증을 제대로 할 기회를 갖지 못한 한 대의원의 타박도 있었다. 이례적으로 새누리당 국회의원인 여자야구연맹 김을동 회장은 투표 직전에야 회장에 나타나 특정인에 대한 투표를 위한 참석임을 짐작케 했다.

대한체육회 산하 다른 가맹단체의 회장 선출 과정도 대한야구협회와 별반 다를 게 없다. 투표는 그저 형식에 지나지 않고 현역 국회의원 같은 힘이 있는 사람이거나 돈으로 대신할 수 있는 기업인의 사전 내락을 받고 투표를 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문제는 그 같은 행태가 과연 그 종목의 발전을 돕는 길이냐는 데 있다. 힘 있고, 돈 있는 회장이 열정 없이 이름을 알리는 데만 혈안이 된 사례를 우리는 숱하게 봐왔다. 권력에 의존하고, 권력에 기대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권력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에 부푼 대한야구협회가 어떻게 굴러가는 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정치인들의 지나친 수사(修辭), 말의 성찬을 곧이곧대로 듣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이병석 신임 대한야구협회장은 당선 소감으로 “국가와 야구단체, 그리고 야구인이 하나 되어 엄청난 저변확대를 이루겠다. 야구를 사랑하는 국민을 위한 협회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에 앞선 후보자 연설에서 “떨어지는 꽃잎 하나에도 우주가 있다는 말이 생각난다. 야구공은 비록 작지만 그 공에 녹아있는 국민들의 꿈과 희망은 우주보다 크다고 생각한다.”면서 “뿌리가 튼튼한 한국야구를 만들겠다. 프로야구의 근간은 아마야구고 아마야구의 근간은 시도협회와 여자연맹, 리틀연맹이다. 전국에서 가장 첨단 시설을 갖추고 아름다운 경북 포항에 야구장을 지은 열정을 바쳐서 각 시도 협회에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루어지길 바랄 뿐이다.

 

홍윤표 선임기자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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