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 걔도 오죽 했으면 그랬겠어요? 그놈이 그래 보여도 의리 하나는 있는 놈이라, 지 본처를 못 잊어 그런건데….”
“뭐 대충, 종년들 귀양 보내는 걸로 사건을 마무리 지을 테니까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아니, 그런 게 아니라…애가 그렇게 원하는데 어떻게 안 되겠어?”
“뭘 말입니까?”
“다 알면서 왜 그래 주상? 장사 원투 해? 척하면 착이잖아. 애가 저렇게 이혼하겠다는데…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 준다는데…산 사람, 그것도 사촌동생 아냐? 그거뿐이야? 말이야 바른 말이지, 그 자리 원래 누구 자린데? 이참에 인심 한번 더 써, 응?”
“저기 대비마마, 걔 벌써 이혼했잖슴까? 이번에 하면 2번째인데…첫번째야 무슨 핑계거리라도 있었지. 이번엔 빼도박도 못함다. 제수씨가 뭔 잘못을 해야 이혼을 하던가 말던가 하잖슴까? 열씌미 남편 내조 잘하고, 시어머니 봉양 잘하는데 무슨 핑계로….”
“시어머니 봉양을 뭘 잘 해! 걔가 얼마나 싸가지가 없는데! 저번에 하도 싸가지가 없어서 내가 불러다가 교육을 시키려고 하니까, 눈을 가자미눈을 해서 요렇게 노려보더라구…. 사람이면 말을 하면 알아들어야지, 시어머니가 말을 하는데 그렇게 눈을 치켜뜨고 바라보다니…. 이거면 충분히 핑계거리가….”
“거시기…그렇게 이혼시키고 싶습니까?”
“한번만 봐줘, 응?”
이리하여 제안대군은 박씨 부인과 2번째 이혼에 성공하게 된다.
“아싸! 울트라 캡! 나이스 짱! 이제 다시 재혼하는 일만….”
이 대목에서 제안대군은 본처를 찾을 수 있다는 기쁨에 신나있었지만, 성종은 골치를 썩어야 했으니…
“마누라가 무슨 심심풀이 땅콩입니까? 툭하면 껍질 까 씹게?”
“맞슴다! 우리 보고는 절대 이혼하지 말라고 그러드만, 제안대군은 철마다 이혼입니까? 제안대군 마누라는 스페어타이어입니까? 툭하면 갈아 끼게? 우리는 사계절용 타이어 하나 달아주고는 죽을 때까지 마누라 한사람만 바라보라고 해놓고는…. 억울합니다! 유전무죄, 무전 유죄라더니, 이제는 이혼도 돈 없고 빽 없으면 못하는 겁니까?”
“전하! 우리도 이혼시켜 주십시오!”
“워~워~. 진정해. 야야, 네들 왜 그러냐? 사계절 타이어가 얼마나 좋은데…. 툭하면 타이어 갈아 끼는 거, 그거 안 좋거든? 제안대군 그놈이 바보라 그걸 몰라요. 그리고 말야….”
“전하! 불편해도 좋으니까 우리도 마누라 갈아 끼게 해주십시오!”
“맞슴다! 우리도 새 마누라를 얻고 싶슴다!”
“이것들이 보자 보자 하니까 누굴 보자기로 아나…. 야! 이시키들아! 네들 툭 까놓고 말해서 마누라 한명이야? 한명 맞어?”
“한…명 맞슴다.”
“어쭈…이조참판, 너 얼마 전에 4번째 첩 들였다면서…. 그건 뭐야? 그건 마누라가 아니고, 그럼 뭐야?”
“전하, 첩하고 처는 다르지….”
“지랄을 랜덤으로 떨어라. 이것들이 말야. 누가 들으면 혼자 일부종사 다하는 줄 알거 아냐? 첩 들일 거 다 들이고, 놀 거 다 노는 주제에 뭐? 평생 마누라 한명? 네들 죽을래?”
“전하! 처와 첩은….”
“다들 셔터 마우스 안 해? 제안대군 케이스는 특별 케이스거덩? 이것들이 어디서 왕족이랑 같이 놀라고 그래? 확 공업용 미싱으로 오바로크 치기 전에 입 다물어!”
“전하! 언로(言路)를 막는 것은….”
“이 자식을 그냥…너 오바로크 칠래?”
“아…아닙니다.”
“그럼 입 닫어!”
이리하려 성종은 제안대군을 둘러싼 조선 중신들과 대간들의 탄핵을 대충 진정 시킬 수 있었다. 그 만큼 이 당시의 분위기는 살벌했던 것이다. 그래봤자 제안대군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심’ 덕분에 일어난 사단이지만 말이다.
어찌되었든 제안대군은 이혼을 하게 되었고, 김순말의 딸과 성공리에 재결합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보면, 성공적인 러브 스토리의 완성 같지만 제안대군에게 버림을 받은 박씨 부인은 그 얼마 뒤 병에 걸려 죽게 된다. 시집 한번 잘못 가 레즈비언으로 몰리고, 결국 이혼까지 당하게 된 기구한 사연…이 사연보다도 더 기구한 것이 조선시대 내내 양반들의 이혼이 금지되었다는 사실이다.
유교문화의 확립과 체제 유지를 위해 극력 억제된 이혼,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 이혼억제는 남성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이었지, 결코 여성을 배려하겠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 증거로 나온 것이 바로 이 제안대군 에피소드이다. 예나 지금이나 이혼녀로 살아가는 것은 이 땅에서 주홍글씨를 새기고 살아가는 것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는 지금이다.
자료출처 : 스포츠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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