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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나라에서 흰옷을 금지한 사연 中

엽기 朝鮮王朝實錄

by econo0706 2007. 2. 15.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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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이 개국하고 나서부터 백성들의 옷 색깔에 대해 딴지를 걸기 시작한 건 하나의 ‘관례’가 되었는데, 최초의 문제제기는 흰색이 아니라 황색이었다.
 

“전하…거시기, 나라 연지 얼마나 됐다고, 중국이랑 외교적 마찰을 일으켜야 겠슴까?”

 

“아 씨바, 떼놈들의 시키가 툭하면 지랄하니까 글치!”

 

조선을 개국하자마자 명나라 애들이 옆구리를 찌르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겠습니까? 나라가 힘이 약한데…일단 떼놈들 비위나 맞춰 줍시다.”

 

“그래서 어쩌자고?”

 

“당장 황색금지령을 내려야 하지 않겠슴까?”

 

“황색?”

 

“황색은 황제색 아님까? 황제만 쓰는 색인데, 이걸 일반 애들이 쓰면 이거 참 보기 민망하지 않겠슴까?”

 

“하긴 백화점에서 옷 사서 좋아라 하고 있는데, 같은 옷 입고 가는 애 보면 열받지. 오케이 접수했어!”

 

이리하여 태조 5년(1396년)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황색옷을 입지말라는 공문이 발송되게 된다. 이후 조선에서는 수차에 걸쳐 황색옷을 입지 말라고 백성들을 계도하였고, 규제 색깔 제1호로 지정 가혹한 탄압(?)을 받게 된다.

 

“거시기 하시는 김에 회색이나 호소(縞素 : 흰색 비단으로 만든 옷)도 금지시키죠?”

 

“하긴 요즘 사치풍조가 너무 만연해 .비단 같은 건 좀 제한해야겠지?”

 

“탁월하신 선택이심다!”

 

이리하여 태조 7년에는 황색에 더해, 회색과 흰색도 규제대상에 들어가게 된다. 자, 그런데 말이다. 여기서 좀 생각해 봐야 할 게 있다. 이 당시 조선 사람들이 흰색을 좋아했던 이유는 정서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물질적인 이유도 있었다는 것이다. 바로, 염색할 때 쓰는 염료비용이 많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경제력이 있는 양반층은 채색이 되어있는 옷을 평상복으로 입는 경우가 많았고, 경제력이 미미한 평민층은 흰색 옷을 평상복으로 입게 되었다. 옷 색깔로 양반과 평민의 신분 구별이 확 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집에서 입는 편복에 있어서는 양반이나 평민 모두 비슷했던 것이 둘 다 흰색 옷을 편복으로 입었다는 것이다. 상고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정서적 속박을 끊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자, 문제는 이 흰옷에 대한 역대 임금들의 생각들이었는데, 왕권강화를 제일의 목표로 삼았던 태종은 집권 초반기부터 흰옷에 대한 규제를 내리기 시작했다.

 

“야, 네들 흰옷 입냐? 지금 런닝구 차림으로 출근한 거야? 엉?”

 

“아니 그게…지식 노동자는 화이트칼라라는….”

 

“죽을래? 앞으로 네들은 무조건 색깔 있는 옷을 입는다! 알았지? 어쭈 아직도 안벗고 있지? 셋 셀 때 동안 벗어! 하나, 둘…둘 반!”

 

태종이 대신들의 복장은 무조건 색깔 있는 옷으로 입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면, 그의 아들인 세종은 궁궐에서 아예 흰색을 없애 버렸다.

 

“그 뭐시냐…자기가 직임(職任 : 벼슬자리)에 있다고 생각하는 놈들은 무조건 흰색 금지다. 알았지? 무조건 입지 마. 궁궐 안에 있는 애들도 따지고 보면 다 품계가 있잖아? 그러니까 네들도 흰색 못입는 거다! 걸리면 알아서 해!”

 

이리하여 세종 때부터 궁궐 안에 있는 사람들은 흰색을 입지 못했다. 물론 상중에는 달랐지만 말이다. 문제는 그 미묘한 어감인데, 보직을 가진 사람만 흰색을 입지 말라는 것은 달리 말하면, 일반 백성은 흰옷을 입어도 된다는 소리가 아닌가? 백성들 아무 생각 없이 계속 흰옷을 입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신들이 너나 할 거 없이 상소를 올리기 시작하는데…대표적인 케이스가 남명 조식이었다. ’칼 찬 선비’로 더 잘 알려진 조식은 상소를 통해,

 

“흰 옷은 사람 죽었을 때나 입는 옷인데, 너나 할 거 없이 흰옷을 입으니, 1년 365일 사람 죽은 것 같잖슴까? 이 참에 흰 옷 그거 금지합시다!”

 

조식의 상소를 받아들고 당시 임금이었던 명종은 찬성의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조식 이놈 말이 맞거덩. 맨날 사람 죽은 거도 아닌데, 주구장창 흰색만 입고 말야…안되겠어. 무조건 흰색 금지야!”

 

명종의 전격적인 흰색 금지 조치…그러나, 이때까지도 조정 대신들은 흰색을 입혀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 대목에서 흰색 찬성파와 흰색 반대파의 의견들을 한번 들어보기로 하자.

 

“그러니까, 흰색을 무조건 반대 하지 말고 그 실용성에 대해서 함 생각해 보자고. 그러니까…뭐야? 벌써 지면이 다 된 거야. 어이 작가! 지면 관리 안할래? 맨날 중요한 이야기 할려고 하면 지면 관계상이야. 저눔시키 확 짤라버리던가 해야지.”

 

지면관계상 어쩔 수 없이 다음회로 넘어간 흰색 찬성파와 흰색 반대파의 의견…초특급 대하 울트라 패션 사극 ‘나라에서 흰옷을 금지한 사연’은 그렇게 다음회를 기약한다. 커밍 쑨! 
 

자료출처 : 스포츠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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