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추곡수매 때문에 말들이 많다. 정부에서 부랴부랴 기존 400만석 수매입장에서 500만석 긍정검토로 돌아서면서 사태는 일단락 지어진 것 같은데, 이미 쌀값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황. 말 그대로 사후약방문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분노한 농심(農心)은 가을걷이와 탈곡에 바쁜 농민들의 팔에 낫 대신에 플랜카드와 피켓을 들게 만들었으니...정부는 국민들의 쌀 소비량이 줄어든 것을 말하며, 양 대신 질적인 향상을 꾀하라며 말하지만, 식량증산을 외치던 게 불과 이십여 년 전 일이지 않던가?
자, 이 대목에서 궁금한 것이 과연 우리의 쌀 소비량이 정말 줄어들었는가 하는 것이다. 밥 대신 다른 먹거리를 찾은 것도 이유이긴 하지만, 원래 한민족들이 좀 무식하게 밥을 많이 먹었는데, 그게 현대에 들어오면서 줄어든 것은 아닐까? 지금도 시골에 가면 고봉밥이 심심찮게 눈에 띄지 않는가? 오늘의 주제는 바로 이 밥에 얽힌 이야기이다.
“전하!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 하지 않습니까?”
“야! 지피지면 백전백승 아니냐?”
“거시기, 백전백승은 걍 쓰는 말이고…원전을 보면…백전불태라고 나와 있습니다.”
“어쭈, 이게 지금 어디서 구라를 풀어? 백전백승이라니까! 너 이시키 어디서 주워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마….”
“손자병법 모공편(謨攻篇) 제3(第三)에 나와 있습니다.”
“…어디서 사발을….”
“책 가져올까요?”
“.아니 뭐시기, 어쨌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지피지기해서 뭐 어쩌자고?”
“그러니까, 왜놈들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왜놈들의 약점을 파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음 그렇지. 그런데 왜놈들이 무슨 약점이 있을까? 저시키들 말 들어보니까 15만 명이나 끌고 와서는 완전 눌러 앉을 생각인거 같던데….”
“병력이 많다고 꼭 이긴다는 법은 없습니다.”
“그게 무슨 엿 같은 소리야? 많으면 당근 이기지!”
“병력이 많다는 건 당연히 군량미도 많아야 된다는 소리 아니겠습니까?”
“음 그렇지.”
“그런데, 지금 왜놈들 병력은 15만 명인데 걔네들 먹고 싸는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응? 그게 뭔 소리야?”
“전하, 참모총장 지휘보고 안 들었습니까?”
“아니, 뭐시기…내가 아침잠이 좀 많아서…알잖아 내가 좀 저혈압이라….”
“의병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왜놈들 보급로를 끊어놓고 있고, 바다에서 이순신이 해로로 넘어오는 왜놈 보급로를 끊어놨지 않습니까.”
“오, 영의정 이거 간만에 들어보는 개념 찬 이야긴데!”
“그러니까, 지금 서울에 있는 왜놈들의 군량미가 얼마나 되는지를 알면, 왜놈들이 얼마나 버틸지, 사기가 얼마나 떨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이죠.”
“오호! 오케이! 거기까지! 야, 너 간만에 연봉 값 한다? 좋아, 당장 스파이를 투입하자!”
이리하여 조선은 왜놈들에게 점령당한 서울로 스파이 부대를 투입시키게 되는데…
“잘 들어라! 네들이 가장 중요하게 살펴야 할 것은 왜놈들의 군량미…즉, 쌀이다! 그놈들 군량미가 얼마나 되는지, 먹는 건 어떻게 먹는지…일식삼찬인지, 일식사찬인지…건빵이나 뽀그리는 하루 몇 개나 먹는지 왜놈들이 입에 집어넣는 건 무조건 다 체크, 리체크 해서 보고하는 거다. 알았지?”
“무조건 먹는 것만 확인하면 되는 겁니까?”
“무조건이다. 너희들의 건투를 믿는다.”
이리하여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조선의 스파이들은 서울 왜군의 본영으로 잠입하게 되는데…
“잘들어, 1조는 왜놈들의 취사장으로 간다. 2조는 군량미 창고와 PX, 3조는 왜장인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의 밥상에 뭐가 올라가는지 확인한다. 우리들이 보내준 정보에 나라의 운명이 걸려있다. 목숨을 걸고 왜놈들이 뭘 먹는지를 파악해라!”
“넵!”
이리하여 조선의 특공 스파이들은 서울 곳곳에 흩어져 있는 왜군의 군량미 창고와 PX, 취사장을 부지런히 정탐하게 되는데…
“조장님, 뭐가 좀 이상합니다.”
“뭐가?”
“왜놈들이 먹는 게 좀 이상합니다.”
“뭐가? 이상한데?”
“저것들 한 끼에 두 홉(合 : 요즘 한홉은 180cc정도인데 조선시대 한홉은 60cc정도였다) 도 안 먹습니다. 두 홉 될까 말까 하는 것만 먹는데…저것들 왜 저렇게 먹고 있는지…도무지 이해가 안갑니다.”
“음, 그것들 사람 맞어? 어떻게 한끼에 두 홉도 안 먹냐? 네들 잘못 본 거 아냐?”
“아닙니다! 왜놈들 짬밥 먹을려고, 줄 서는 걸 몇 번이나 확인 했는뎁쑈.”
“음, 어떻게 사람이 두 홉씩만 먹고 살 수 있지?”
“그러게 말입니다.”
“아무래도 왜놈들 식량사정이 안 좋은 것 같은데, 일단 군량미 창고의 상황을 살펴보자.”
이리하여 조선의 특공 스파이들은 왜놈들의 군량미 창고로 잠입계획을 세우는데…초특급 대하 울트라 사극 ‘왜놈들이 오래 버틸 것 같사옵니다!’는 다음회로 이어지는데, 커밍 쑨!
자료출처 : 스포츠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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