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143. 대신의 죽음 = 임시공휴일!

엽기 朝鮮王朝實錄

by econo0706 2007. 2. 15. 11:20

본문

일전에 조선시대 관료들의 휴일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임금도 이 휴일 날 신하들처럼 놀았는데, 왕으로써 가끔은 땡땡이도 치고 싶고, 화끈하게 놀고 싶은 날이 없었을까? 전제왕조 국가인데 왕이 한마디 하면 하루 확 쉬지 않을까?

 

하다못해 대한민국 대통령도 월드컵 16강에 올랐다고 임시공휴일을 만들었는데, 왕이 임시공휴일을 만들지 못했을까? 물론 조선시대에도 ‘임시공휴일’은 있었다. 문제는 이 공휴일을 얻기 위해선 누군가의 죽음을 담보(?)로 해야 한다는 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오늘의 주제는 바로 조선시대의 임시공휴일에 관한 것이다.

 

“이거 참. 어깨도 껄적지근하고, 머리도 지끈거리고…한 사나흘 월차내서 쉬고 싶은데….”

 

“전하! 만기를 다스려야 할 제왕의 자리는 하루도 비워둘 수 없사오니….”

 

“STOP! 거기까지! 좋아! 거기까지야! 더 이상 떠들지 마!”

 

“전….”

 

“워~워 거기까지…. 우리 1절만 하자. 나도 알거든? 그냥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 거니까. 딱 거기까지 하자.”

 

임금이라고 있어봤자. 신하들의 감시와 견제 속에서 제대로 된 명령하나 내리기 힘든 상황. 이런 상황에서 마음대로 땡땡이를 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하루 월차를 내서 놀 수도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저 공휴일만을 기다리는 직장인이 따로 없었는데…

 

“전하! 좌의정 강삼식이 지병이 악화 되어 오늘 내일 하고 있사옵니다.”

 

“뭐시라? 좌의정이!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어이 도승지! 후딱 내의원에 사람 보내서 내 주치의 있지? 주치의들 빨랑 좌의정 집으로 보내라. 후딱 보내서 좌의정 상태 좀 살피고, 내가 좌의정의 건강상태를 굉장히 궁금해 한다고, 좌의정 살펴본 결과를 나한테 직접 보고 하라고 그래! 어쭈, 발 보인다. 이것들이 후딱 안가!”

 

왕명을 받들어 내의원으로 달려간 도승지, 곧이어 의원에서는 테스크 포스팀을 꾸려 좌의정 집으로 왕진을 가는데….

 

“으음, 이거 참….”

 

“아버님은 어떠십니까?”

 

“이거 참, 말씀드리기가…. 그냥 편안히 보내드릴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전하들을 보살피는 내의원에서 어찌….”

 

“노환에 심신이 너무 쇠약해 지셨소이다. 침을 놓고, 약을 올려도 이를 받아들일 체력이 없으시니…마음의 준비를 하시지요.”

 

“아버님!”

 

좌의정 집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로 돌변하는데,

 

“야야! 좌의정 집으로 간 의원들은 아직 소식이 없냐? 이것들이 말야! 가타부타 말이 없어!”

 

“저…전하, 의원들이 지금 좌의정을 진맥하느라 시간이 걸리나 봅니다.”

 

“시간은 무슨…척하면 척이지, 간 놈이 몇 놈인데 그 놈들이 전부 다 진맥 하냐?”

 

“전하의 신하를 아끼시는 마음은 알겠으나, 일에는 순서가 있는지라…”

 

“전하! 좌의정 집에서 의원이 도착했습니다!”

 

“그래? 왔으면 후딱 데려오지 않고 뭐해?”

 

왕의 재촉 앞에 좌의정을 진맥했던 의원이 달려오는데,

 

“야야, 거두절미하고 지금 좌의정 상황이 어때? Death or alive냐?

 

“아직은…alive하고 있는데…조만간 death할 거 같다는 것이 저희 내의원 특별 진료팀의 판단입니다.”

 

“음, rebirth(부활)할 가능성은?”

 

“글쎄요. 0.002%정도 될까 말까 한데요?”

 

“진짜야? 사실이야?”

 

“네, 아마도….”

 

“오케이! 거기까지. 네들 참 수고…아니 이거 참, 좌의정 그 사람을 내가 그렇게 믿고 의지했는데 말야. 그래그래, 인명은 재천이라더니, 네들도 사람이니까 사람으로서 할 일은 다 했겠지?”

 

“뭐 대충….”

 

“그래그래, 고생들 했어. 어쩌냐? 내가 좌의정을 아끼고 사랑했지만…하늘도 무심하시지. 하지만, 갈 사람은 가고, 산 사람은 또 살아야지. 어이 도승지!”

 

“예 전하!”

 

“그래그래, 좌의정이 죽으면 어떻게 해야지?”

 

“예, 지금 좌의정 후보는 3배수로 압축시켜놨는데, 인사청문회를….”

 

“이 자식 이거 진짜 냉정하네? 야 이 자식아! 좌의정 아직 안 죽었어! 벌써 산송장 취급이야? 사람이 죽어 가는데, 지금 벌써 후임 이야기 해? 이 자식, 이거 보기보다 냉정하네….”

 

“아니 그게 아니라….”

 

“좌의정 죽었을때 장례절차가 어떻게 되냐고 인마! 국가적으로 말야!”

 

“예, 그것이…좌의정은 정1품 당상관급이라…3일간 임시공휴일로 전국가적인 애도를 하는 것이 관습이라….”

 

“그래? 그렇단 말이지. 이거 참…좌의정 그 사람…하늘도 무심하시지. 어쨌든 말야. 인명은 재천이니까, 그래 임시공휴일 준비 차질 없이 준비하고….”

 

“예, 전하.”

 

“나는 좀 몸이 불편해서, 거시기 희빈 전에나 가봐야 겠다. 수고들 해라.”

 

보면 알겠지만, 정1품 대신들이 죽었을 때는 전 국가적으로 3일간 임시공휴일이 주어졌다. 그보다 품계가 아래인 정2품급은 2일간의 애도기간과 임시공휴일이 주어졌는데, 나라를 위해 희생한 그들의 노고를 기억한다는 의미의 공휴일이었지만, 어쨌든 공휴일은 공휴일이었다는 것이다.

 

떠난 자는 말이 없지만, 떠난 뒤에 남은 자들은 떠난 자가 남긴 유산(?)에 감사했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임금뿐만 아니라 빡빡한 업무일정에 시달리던 다른 관료들도 마찬가지였다. 오늘날로 치면 국무총리가 죽으면 나라 전체가 3일간 공휴일을 가진다는 것인데…. 지금으로선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일 것이다. 조선, 알면 알수록 신기한 나라란 생각이 들지 않는가?

 

자료출처 : 스포츠칸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