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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건방지게 안경을 끼고 있느냐! 下

엽기 朝鮮王朝實錄

by econo0706 2007. 2. 1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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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조참판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경주남석 안경을 받아들게 되는데…

 

“오호, 이럴수가 야동이 이렇게 또렷이 보이다니…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야사의 그림자까지 다 살아있지 않은가?”

 

안경을 끼고 야동을 보는 예조참판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게 되는데…

 

“역시 안경은 경주남석 안경이 아닌가? 역시 괜히 명품이 아니야!”

 

이리하여 예조참판은 새 인생을 시작하는 듯 하였는데…인생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예조참판의 새 인생(?)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바로 안경 때문에 말이다.

 

“여, 예조참판 얼굴 좋아졌는데? 확실히 명품이 다르긴 달라? 얼굴이 확 살잖아!”

 

“후후, 패션의 완성은 안경이라는 말이 있잖은가.”

 

“패션의 완성은 썬글라스 아닌가?”

 

“이 사람이…. 그냥 대충 그러려니 하면 될 것을…어쨌든 자네 덕분에 새 인생을 사는 듯 하네, 고마우이. 덕분에 야동도 다시 볼 수 있게 됐어.”

 

“그래그래, 질러줄때 질러줄 줄 아는 센스 잊지 말게.”

 

“고마우이, 자네 충고 잊지 않겠네. 그럼 나중에 저녁이나 같이 함세, 지금 임금님에게 일일보고를 할 시간이라….”

 

“그래, 알았네. 그럼 이따가 손전화 한통 때림세.”

 

예조참판, 그렇게 인사를 건네더니 황급히 사라지는데,

 

“아참, 그런데 자네….”

 

바삐 정전으로 뛰어가는 예조참판을 향해 이조참판 무언가를 말하려 하는데, 이미 예조참판은 정전으로 뛰어들어간 상황.

 

“뭐, 알겠지? 그래도 공무원 생활 20년이니…. 에이 설마”

 

이조참판 역시 그렇게 돌아서는데, 한편 정전으로 뛰어든 예조참판은 예조참의가 건네준 보고 자료를 황급히 살펴보는데,

 

“그래, 이게 이번에 시행할 유치원생들의 배꼽인사 초안이라고?”

 

“예, 일단 두 손을 배에 올려놓고, 70도 각도로 허리를 숙이는 것으로 가안을 결정했습니다. 90도로 숙였다간 아이들의 성장발육에 악영향을 끼칠 거 같고, 50도는 너무 건방져 보여서 70도로 정했습니다.”

 

“음, 알았네.”

 

예조참판 보고 자료를 살피는데….

 

“저기 참판 영감…거시기…저기….”

 

“뭐? 왜? 얼굴에 뭐 묻었어? 면도 했는데….”

 

“아니 거시기…안경이….”

 

“아, 경주남석 안경…자네 물건 보는 눈은 있구만, 이게 바로 그 경주남석 안경인데….”

 

“아니 그게 아니라….”

 

“상감마마 납시요!”

 

예조참의, 임금이 납신단 소리에 말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예조참판은 아무 생각없이 그냥 일어나 임금을 맞이하는데,

 

“다들 뭐 아침부터 보고 준비하느라 고생 했을 거 같고…특별한 거 없으면 빨리 끝내고, 점심이나 같이 먹지? 오늘은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지?”

 

“예, 예조에서 유치원생들의 배꼽인사 초안을 다듬어 왔습니다.”

 

“음 그래, 그거 중요하지. 요즘 유치원들이 지들끼리 맘대로 배꼽인사를 가르쳐서, 애들이 전부 다르게 배꼽인사를 한다니까, 이거 가만히 방치해 놨다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거야. 이런 건 미리미리 정리해 둬야 한다니까…. 그래 예조판서 보고해봐.”

 

“예조판서께서 몸이 불편해서 오늘은 참판이 대신 나왔습니다.”

 

“어제 병가 냈드만…. 그래, 알았어 예조참판 보고해 봐.”

 

“예, 전하. 이번에 저희 예조에서….”

 

“어이 예조참판, 너 지금 장난하냐?”

 

“예? 뭐가 말입니까?”

 

“이 자식 개념을 아예 가출시켜버렸구만. 야이 자식아, 너 지금 뭐하고 있어?”

 

“예? 뭐가요?”

 

“너 지금 네 코 위에 있는 그게 뭐냐?”

 

“아…이거요? 이번에 제가 경주남석 안경으로 하나 맞췄죠. 간지 살죠?”

 

“야, 간지 나도록 한번 귀양 가 볼래?”

 

“저…전하!”

 

“어이 내금위장! 저눔자식 저거 좀 끌고 가 줄래? 아침부터 참판 나부랭이가 안경 쓴 걸 봐야 한다니…. 내 참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저…전하!”

 

그랬다. 예조참판은 무엄하게도 임금 앞에서 안경을 썼다는 죄로 그대로 대전에서 끌려나가게 된 것이었다. 조선시대 안경은 웃어른 앞에서는 착용이 금지되었던 물품인데, 그 이유는 바로 ‘건방져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안경이란 물건이 워낙 고가인 제품이고, 또 얼굴에 착용한다는 이유에서 였는데, 이런 이유 덕분에 17세기 안경을 자체 생산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안경의 보급이 더디게 이루어졌던 것이다. 이런 ‘예의’가 어느정도 심했었냐는 단적인 예가 바로 고종과 고종의 아들인 ‘순종’의 예에서 볼 수 있는데, 지독한 근시였던 순종도 고종황제를 만날 때는 안경을 벗고 만났다고 했으니, 이 안경에 대한 ‘예절’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조선시대 마음놓고 안경을 낄 수 있는 사람은 왕 정도가 다였던 것이다.

 

자료출처 : 스포츠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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