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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학교(學校) 5일제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1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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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여읠 아들을 둔 마님은 야밤 자정이 넘으면 종년에게 등불 들려 앞세우고 밤 마실을 떠난다.

 

이웃 마을들을 도는데 여읠 딸이 있는 집들 담을 돌며 손바닥을 펴 귀 뒤에 세우고 베짜는 소리를 들으러 다닌다. 이를 소리도둑이라 하는데 베틀의 보디 치는 소리 여부로 그 집 딸이 근면한가, 게으른가를 살폈다.

 
부슬비 내리면 여읠 딸 있는 집 양반은 도롱이 걸치고 비내리는 들판을 돈다. 논에 물보러 가는 척하지만 실은 그 부슬비 속에서 일하는 어떤 젊은이가 있나 찾아보기 위함인데 이 역시 사윗감의 자격으로 근면을 영순위로 삼았기 때문이다.
 
농사는 보다 많은 손을 쓸수록 많은 수확을 가져다 준다. 농경사회에서 출중할 수 있는 조건은 근면으로 놀거나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이 지상의 미덕인 것이다. 그래서 농경사회에서는 노는 것을 악덕 제1호로 삼는다.
 
휴일 배제 문화권에 속한 우리 한국이라선지 학교 5일제가 세상의 흐름이요, 아이들은 좋아할지 모르지만 부모들은 농경사회적 사고로 저항을 한다.
 
구미 선진국들에서 학교 5일제가 정착된 것은 나름의 그들 문화와 조화된 때문이다. 기독교문화와 맥락, 교회와 연계된 프런티어 활동이 관습화돼 있고, 열한살이면 자주 독립하는 기풍이 남아 남의 집 앞 가랑잎이나 눈을 쓸고, 세차, 아이보기, 접시닦기 등 아르바이트가 체질화돼 있어 늘어난 휴일 쓰기에 우리나라처럼 빈곤을 느끼지 않는다.
 
거기에다 한국 대부분의 직장들이 주 5일 근무를 하지 않기에 학교에서 풀려난 아이들을 가정에서 수용못하고 다시 학원에 묶이거나, 게임방에 드나들고 비행 앞에 노출시키는 것이 된다. 고질인 고액과외가 판칠 것이 자명하고 남이 하는데 왜 내가ㅡ 하는 남나름의 타인지향적 의식으로 가계면에 한파를 몰아붙일 것이다.
 
근대 학교교육은 3단계로 개혁을 해왔는데 개화기의 학교는 문맹퇴치요, 광복 후의 교육은 교육의 민주화와 대중화였다면 21세기에 임한 작금의 개혁은 국제화 정보화 고령화에 대비하여 풍요한 문화적 생활을 터득시키기 위해 교육을 개성화 자유화 탄력화하는 일이다.
 
그래서 5일 학교제는 바람직하지만 그 내실에 있어 준비가 없는 속 빈 강정이다. 5일제 이전에 그 반작용에 대비한 내실을 알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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