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은 길가에 피는 풀 한포기, 개울에 사는 물고기 한마리에서도 인생의 교훈을 찾고 뜻을 부여했다.
그러했기로 자연을 훼손(毁損)하지 말라고 가르치기 이전에 훼손할 수 없게끔 해버린 것이다. 그같은 자연철학에서 쏘가리도 예외는 아니다.
쏘가리는 한강(漢江), 대동강(大同江), 금강(錦江) 등 서쪽으로 흐르는 강물에서만 산다 하여 사대의례(事大儀禮)를 지키는 고기라는 것이다. 천자가 있는 서쪽을 향한 일편단심(一片丹心)은 요즈음 세상에서는 사대주의라하여 배척(排斥)받아야 할 악덕(惡德)이지만 그 옛날에는 모든 식자(識者)가 본받아야 할 기본 덕목(德目)이었다.
한 겨울 병든 노부모의 보양을 위하여 얼음을 깨고 기도하면 그에 감응(感應)하여 반드시 나타나는 고기가 쏘가리다. 삼강오륜(三綱五倫)을 위해 살신성인(殺身成仁)하는 고기인 것이다. 쏘가리는 담수어(淡水魚)로선 희귀하게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는 육식(肉食)의 어류이다.
한데 무차별로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쓸개[膽]없는 고기는 먹지 않는다. 쓸개 빠진 놈이라는 말도 있듯이 줏대없는 놈으로부터 제몸을 깨끗이 보전(保全)하려 함이다. 쏘가리를 잡으면 그 쓸개만을 모아 응달에서 말려 뜻을 기르는 양심제로 복용했음도 그 때문이다.
또 쏘가리 지느러미는 12개로 되어있어 1년 열두 달의 천시(天時)를 터득하고 몸에 난 점박이 무늬가 마치 북두칠성 배치를 하고 있어 천심(天心)을 대행한다고도 여겼다. 쏘가리는 세마리씩 대열을 지어 움직이는데, 그 간격이나 위치가 변동된다는 법이 없다 한다. 쏘가리의 별칭이 마님이 계집종들을 거느리고 다니듯 한다 하여 비어(婢魚), 샌님이 시앗 거느리듯 한다고 하여 첩어(妾魚)라 함도 바로 그 쏘가리의 유서(有序)와 유별(有別)의 덕목(德目)에서 비롯된 것이다.
쏘가리의 가장 괄목할 만한 덕목은 맑은 물과 괴석이 어울리는 선경(仙景)이나 깊은 여울에서 주로 살았기에 청정(淸淨), 무사(無邪), 은둔(隱遁)이다. 중국의 선인(仙人) 유빙이 쏘가리만 먹고 신선이 됐으며 쏘가리를 먹고 산다-하면 산야(山野)에 숨어 사는 은사(隱士)를 의미하였다. 중국 문헌인 <전가잡점>에 보면 어망(漁網)에 죽은 쏘가리가 걸려 나오면 세상에 사악(邪惡)한 기운이 돌고 그것을 물을 통해 감지하여 살신 경세를 하는 것으로 안다 했다.
인간오염(人間汚染), 사회오염(社會汚染), 정치오염(政治汚染)도 감지(感知)하는 쏘가리인데 하물며 강물오염이야 두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한강의 중심부에 흐르는 가장 맑다는 우중수에서만 산다던 한강 쏘가리가 사라진지 기세월만에 하류에서 잡혔다는 보도가 있었다. 도덕오염 속의 쏘가리도 되살아 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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