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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세자(世子) 쿠데타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1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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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고대 희랍의 데베왕 라이오스는 갓 태어난 왕자가 장성하면 부왕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할 것이라는 신탁을 받는다.

 

이에 한 목자를 시켜 그 갓난 왕자를 살해토록 시킨다. 이 목자는 이 아이의 발을 묶어 나뭇 가지에 매달아 죽어가도록 두었다. 한데 지나가던 농부가 매달려 다리가 부은 이 아이를 보고 집에 데려가 길렀다. 이름을 외디푸스라 했는데 부은 다리란 뜻이다. 이 아이가 자라 우연한 충돌로 부왕을 죽이고 왕으로 추대받아 과부가 된 왕비와 결혼을 한다.
 
외디푸스는 부지불식간에 아버지를 죽이고 왕이 되어 어머니를 아내로 삼은 것이 된다. 그것을 안 어머니는 자살을 하고 외디푸스는 실성하여 자신의 눈알을 후벼 없애고 데베의 땅을 방황하다가 죽는다. 이처럼 사나이들에게는 어머니를 사랑하고 아버지를 증오하는 잠재의식이 있고 이를 정신분석에 도입한 것이 프로이트다.
 
세자 쿠데타의 사례는 불경에도 나온다. 왕사성 빈바사라왕의 왕비 위리희(위제희)부인은 나이 40살이 넘도록 왕자를 못 낳자 초조해진 끝에 예언자를 찾아가 점을 친다. 3년 후에 숲속에서 도를 닦는 신선이 왕자로 환생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3년을 기다릴 수 없어 신선을 죽이고 아이를 밴다. 이렇게 원한을 품고 태어난 아도세 세자는 그 한풀이로 부왕을 옥에 가두고 식음을 넣어주지 않음으로써 죽음에 이르게 한다. 세자 쿠데타로 왕위에 오른 아사세는 온몸에 창독이 올라 시달린 끝에 부처님에게 귀의하여 새 삶을 찾는다.
 
외디푸스나 아사세는 전생에 지은 원한풀이로 부친을 살해했다면 흉노족 등 북방 기마민족은 노쇠하여 통치력이 없어졌을 때 부왕을 살해하는 쿠데타로 정권교체를 하는 관습이 있었다고 한다. 여진족도 추장이 노쇠하면 그의 장자가 정중하게 시해의 의례에 따라 정권교체를 한다. 역사적으로 가장 잦은 세자 쿠데타의 유발 요인은 부왕이 왕권을 세자에게 물려주지 않고 다른 왕자에게 물려주려 했을때 빈도높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조 태조 말년 방원(太宗)이 주동한 왕자의 난도 왕위계승을 둔 궁정 쿠데타였다. 그 쿠데타로 장자 상속의 법통을 세운 태종 자신은 장자인 양녕대군에게 물리지 않고, 셋째인 충녕(世宗)에게 물리고 있다.
엊그제 카타르에서 태자 쿠데타가 일어났는데 이 역시 아우에게 왕위를 물려 주려는데 대한 반발로 보도되고 있다. 정변 이후의 정국이 잠잠한 걸 보니 명분이 있는 쿠데타인것 같다. 명분은 구했다손 치더라도 도리의 측면에서는 개운치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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