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국말에는 오장육부의 차고 뜨겁고 아리고 아프고 하는 내피감각적인 말이 많다.
난처한 분위기에서 안절부절못할 때의 심정을 간이 가려워 혼났다 하고 뜨거운 국물을 마시고 시원하다고 한다. 차가울 때 느끼는 외피감각적 쾌감이나 창자속에 응어리가 풀리는 내피감각적 쾌감도 똑같이 시원하다고 표현한다. 그래서 내피감각에 둔감한 서양사람들은 뜨거운데 시원하다는 경지를 이해 못한다.
그래서 내피에 맺힌 응어리 때문에 생기는 숙취를 푸는 해장문화가 우리나라처럼 발달한 나라도 드물다. 창자의 응어리를 푼다는 뜻인 해장이란 말이 한문에서 비롯됐지만 한적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 한국인의 발달한 내피감각이 창조해낸 말이기 때문이다.
해장이란 말 자체도 퍽이나 과학적이다. 술을 마시고 이튿날까지 숙취가 생기고 골이 아픈 것은 섭취한 알콜이 분해되기 이전의 중간 대사물질 아세트알데히드가 원흉이다. 이를 산화시켜 최종적으로 탄산가스와 물로 분해를 촉진시키는 것이 탈수효소다. 곧 분해되지 않고 내장에 응어리져 붙어있어 속과 골을 아프게 하는 이 응어리를 뜨거운 국물로 풀어내는 행위가 해장이요 그 국물이 해장국이다.
김치를 발효시키는 세균이 여섯 가지가 있는데 그 주된 발효균이 뢰코노스톡으로, 이것이 숙취를 푸는 성능이 뛰어남을 발견한 인하대학교 연구팀이 이를 강화시킨 해장김치를 담가 노벨평화상 축하 만찬식탁에 첫 선을 보인 것이다. 해장국은 지방에 따라 가지각색으로, 국물이 기름지지 않고 시원하다는 데 공통되고 있다. 그중 남도 여염에서 흔히 집에서 손쉽게 끓여 먹어온 해장국이 김치국밥이다. 해장국으로 널리 먹어온 콩나물국에 김치를 넣어 끓였던 지혜도 새삼스럽다. 심한 숙취면 김치국밥 끓여 먹기 전에 얼음이 둥둥 뜬 동치미 한 그릇 벌컥벌컥 들여마셨던 것이다.
김치 속에 해장성분이 있음을 체험적으로 터득해온 조상들이었고 이를 과학적으로 규명·강화해 해장김치를 개발해낸 것이다. 김치 장 젓갈 등 이 세상에서 가장 발달한 발효음식문화권인 우리나라요 그 문화권의 개가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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