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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오지 그릇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1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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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유명 호텔 양식 집들에서 오지그릇에 음식을 담아내어 그 장점을 주지시키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무궁화가 우리나라 꽃이요, 막걸리가 우리나라 술이듯이 우리나라 그릇은 뚝배기요, 뚝배기가 오지그릇이다.
 
뚝배기 등 식기뿐 아니라 장독대에서 보듯 음식의 저장이나 시루·동이 등 생활용기가 오지그릇으로 돼 있다. 오지그릇 문화권이 된 데는 음식을 따습게 해서 먹는 온식 문화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중종 때 판서벼슬을 지난 선비 김정국은 밥 한그릇에 국 한그릇, 그리고 일채일장 두가지 반찬만으로 밥을 먹으면서 네가지 반찬으로 밥을 먹는다고 말하고 다녔다. 보이지 않는 두가지 반찬으로 배고플 때를 기다려 먹으니 그것이 한가지 반찬이요, 밥을 따습게 해서 먹으니 그것이 다른 한 반찬이라 했다. 음식이 따습다는 것이 반찬 하나 더 있는 것으로 여겼을 만큼 온식에 비중을 두었다.
 
서양사람들 음식 먹을 때 소리내고 먹는 것에 신경질을 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소리내지 않고 밥 먹으면 늙어서 굶어 죽는다고 악담을 듣는다. 냉식문화권이기에 소리 내지 않고 먹을 수 있지만 온식문화권에서는 후후 소리내어 먹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온식문화를 보장해 내린 것이 오지그릇이다.
 
오지그릇은 그릇 안팎 온도나 열의 전도를 차단하는 효율높은 단열재다. 따습게 끓인 찌개를 오지그릇에 담으면 그 열도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며 장독대의 독이나 항아리들이 외기의 변화로부터 내용물을 보호하여 변질을 막는 것도 그 때문이다. 마치 벽돌이나 석조의 벽은 외부의 차고 더운 기운을 내부에 전도하지만 토벽은 덥고 차가운 기운을 차단해 내부온도를 유지하듯, 그 흙이 주원료인 오지그릇도 단열효과를 그대로 지니고 한국인의 식생활을 지배해 내린 것이다.
 
세상사람들의 심미안도 변해 빨리 질리는 매끈한 가공미보다 조악하고 둔탁한 자연미를 선호하고 판에 박은 몰개성의 조형보다 각기 다른 조형을 선호하게 돼 가고 있으며 오지그릇은 그 현대 심미감각에 부응하는 적격의 식기다. 그 미래세계의 감각에 부응하고 서양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다 먹도록 따스한 음식의 별미를 발견케 해줄 오지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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