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에 對하여 - 김관식
없었다가는 생겼으니까 없어지는 게 고향이로다.
온 곳이 어데인지를 모르는 거와 마찬가지로 가는 곳이 어데인지도 나는 모른다.
우리들은 사실상 어머니 배안에서 탯줄을 떨어뜨려 태어나기 십삭전 이미 고향을 잃어버린 것이지만
동해바다에 먼동이 틀 때 짚신에 감발하고 길옷차림을 마을 골목을 뚫고 나와 안개 낀 나루터의 선술집 같은 데서 건너갈 배가 어서 대어 오기만 조용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뿐.
그리하여 마지막 거기까지는
아니 갈래야 갈 수도 없는
가고 싶어도 그 밖에는 한발자치도 내디디지 못하는
그 어떠한 천길 벼랑끝 낭어덕진 곳으로 아무래도 기어이 이르고야 말 것이다.
거기엔 바로 죽음으로 통하는
무거운 돌문이 열리어 있고
있었다가는 없어지는 게 모든 이치의 근원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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