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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환 약전 - 김용택

한국의 名詩

by econo0706 2007. 2. 17.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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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클립아트

 

문태환 약전 - 김용택

 

태환이 두 살 적에
홍역 앓고 곰보딱지 되었지
세 살 때 난리나고
난리통에 어머니 잃었네


곰보딱지란 놀림 속에
국민학교 4학년 때
월사금 없어 그만두고
남의 집 꼴머슴 되었지


열세 살 때 지게 맞춰 지고
밥만 얻어먹는 머슴 되어
이 산 저 산 저 꽃산
애기나뭇짐 지었네


열일곱 때 남의 머슴 가서
명절 때면 새 옷입고 집에 왔다가
고향 산천 뒤돌아보며
눈물 뿌리고 주인집 갔었지
천덕꾸러기로 자라며
사랑방 구석에 쳐박혀 자며
주인집 아들
하숙짐 지어다 주고
빈 들 돌아오며 울었네


스물서너 살까지
이 동네 저 동네
머슬살이로 떠돌며
새경 모아
논 사고 밭 사고
장개갈 날 꿈꾸며 살았네


서른 살에 집에 돌아와
논 두 마지기 사서
뼈가 휘도록 농사지으며
여기저기 가는 데마다
초상집 대사집에
허드렛일 궂은일 다 해치우며
술자리에 늦게 들어
찌꺼기 거두어 먹으며
말없이 일 잘했었지


논 팔아서
소 키우며 푸른 꿈에
마음 부풀어서
새마을운동 앞장섰지
새마을운동 꿑이 나고
소값 개값 되고
돼지금 똥금 되어
논 두 마지기 홀랑 날리고
미친 지랄  몇 년에
불알만 덜렁 남았지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도지사도 군수도
면장도 어떤 유지들도
말로는 못 당하지만
술 깨고 나면
말이 없지


태황이 형 우리 형
어제는 농협 빚 독촉에
술만 잔뜩 먹고는
농협도 우리 아니면
저그덜이 뭣 묵고 살겄냐고
몇 번이나 동네 떠나가게 소리치더니
오늘 아침 식전부터
하얀 서리 앉은 머리로
이 집 저 집
인감도장 빌러 다니다
아침밥 먹자마자
하연 서리밭 밟으며
이자를 본자로 앉히려
빈 들길 혼자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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