死의 예찬 - 박종화

 

死의 예찬 - 박종화

 

보라!
때 아니라. 지금은 그 때 아니라.
그러나 보라!
살과 혼,
화려한 오색의 빛으로 얽어서 짜 놓은
薰香내 높은
환상의 꿈터를 넘어서.
 
검은 옷을 해골 위에 걸고
말없이 주둣빛 흙을 밟는 무리를 보라.
이 곳에 생명이 있나니
이 곳에 밤이 있나니
장엄한 漆黑의 하늘, 경건한 朱土의 거리
해골! 無言!
번쩍이는 진리는 이 곳에 있지 아니하랴.
아, 그렇다. 永劫 위에.
 
젊은 사람의 무리야!
모든 새로운 살림을
니 세상 위에 세우려는 사람의 무리야!
부르짖어라, 그대들의
얇으나 강한 성대가
찢어져 解弛될 때까지 부르짖어라.
격분에 뛰는 빨간 옄통이 터져
아름다운 피를 뿜고 넘어질 때까지
힘껏 성내어 보아라
그러나 얻을 수 없나니,
그것은 흐트러진 萬華鏡 조각
아지 못할 한 때의 꿈자리이다.
 
마른 나뭇가지에
곱게 물들인 종이로 꽃을 만들어
가지마다 걸고
봄이라 노래하고 춤추고 웃으나
바람 부는 그 날이 다시 오면은
눈물 나는 그 날이 다시 오면은
허무한 그 밤의 시를 또 어찌하랴?
 
얻을 수 없나니, 참을 수 없나니
분 먹인 얇다란 종이 하나로.
 
온갖 醜穢를 가리운 이 시절에
진리의 빛을 볼 수 없나니
아, 돌아가자.
살과 혼
훈향대 높은 환상의 꿈터를 넘어서
거룩한 해골의 무리
말없이 걷는
칠흑의 하늘, 주토의 거리로 돌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