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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숭이의 노래 - 김형원

한국의 名詩

by econo0706 2007. 2. 1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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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클립아트

 

벌거숭이의 노래 - 김형원

 

1


나는 벌거숭이다.
옷 같은 것은 나에게 쓸 데 없다.
나는 벌거숭이다.
제도 인습은 古人의 옷이다.
나는 벌거숭이다.
시비도 모르고 선악도 모르는


2
 
나는 벌거숭이다. 그러나 나는
두루마기까지 갖추어 단정히 옷을 입은
제도와 인습에 추파를 보내어 악수하는
썩은 내가 물씬물씬 나는 구도덕에 코를 박은,
본능의 폭풍 앞에 힘없이 항복한 어린 풀이다.


3


나는 어린 풀이다.
나는 벌거숭이다.
나에게는 오직 생장이 있을 뿐이다.
태양과 모든 星辰이 운명하기까지,
나에게는 생명의 甘露가 내릴 뿐이다.
온 누리의 모든 생물들로 더불어
나는 영원히 生長의 축배를 올리련다.


그리하여 나는 노래하려 한다.
만물의 명장이라는 감투를 쓴 사람으로부터
똥통을 우주로 아는 구더기까지.
그러나 형제들아,
내가 그대들에게 이러한 노래를
(모순되는 듯한 나의 노래를)
서슴지 않고 보내는 것을 기뻐하라.
새로운 종족아! 나의 형제들아!
그대들은 떨어진 옷을 벗어 던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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