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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러치박 부활', 3-1로 흥국생명 꺾고 챔프전 반격 신호탄

---Sports Now

by econo0706 2023. 4. 2.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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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4. 02. 

 

여자 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가 반격했다. 

도로공사는 2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의 챔피언 결정전(챔프전·5전 3승제) 3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1(22-25, 25-21, 25-22, 25-20)로 승리했다. 에이스 박정아가 특유의 해결사 본능을 발산했다. 이 경기 최다 득점(24)을 해냈다. 베테랑 미들 블로커(센터) 배유나도 공수에서 제 몫을 다하며 팀의 반격을 이끌었다. 2패 뒤 1승을 거둔 도로공사는 4일 홈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4차전을 치른다. 

도로공사는 2차전에서 무기력하게 셧아웃 패전을 당했다. 챔프전 무대가 홈으로 바뀐 3차전에서는 기세가 달랐다. 배유나가 네트 앞을 장악하며 공격과 수비에서 득점을 지원했고, 박정아도 날카로운 공격을 자주 보여줬다. 

하지만 박빙 상황에서 에이스의 해결 능력에 차이가 났다. 흥국생명은 '배구 여제' 김연경이 꾸준히 득점했지만, 도로공사 캣벨은 공격 성공률이 저조했다. 결국 16-17에서 김연경에게 연속 실점했고, 문정원의 오픈 공격이 흥국생명 센터 이주아에게 가로막히며 점수 차가 벌어졌다. 21-23에서 김미연에게 시간차 공격을 허용했고, 세트 포인트를 내준 상태에선 캣벨의 연속 공격이 모두 막힌 뒤 결국 이주아에게 블로킹까지 허용하며 먼저 25점을 내줬다.  

1세트를 아쉽게 내준 도로공사는 2세트 초반 박정아와 캣벨 '쌍포'의 화력이 살아나며 초반 기세 싸움을 이끌었다. 김연경을 막지 못해 동점을 내주기도 했지만, 13-13에서 배유나가 속공, 캣벨이 옐레나의 오픈 공격을 가로막으며 다시 15-13으로 앞서갔다. 이어진 상황에서 상대 범실이 나왔고, 수비 성공 뒤 캣벨이 득점하며 이 경기 최다 점수 차 리드(스코어 17-13)를 잡았다. 

하지만 흥국생명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조커로 투입된 김다은이 집중력 있는 공격을 보여줬고, 도로공사는 거듭 실점했다. 18-18 동점에서는 옐레나에게 서브 에이스까지 허용했다. 

 

▲ 챔프전 우승을 노리는 한국도로공사 박정아. / 사진=KOVO


이 상황에서 '클러치 박' 박정아가 나섰다. 21-20, 1점 차에서 도로공사 선수들이 집요한 수비로 기회를 만들었고, 박정아가 직선 라인 코트 빈 위치에 떨어지는 득점을 해냈다. 그는 이어진 상황에서도 수비 뒤 대각 오픈 공격을 연속으로 성공시켰다. 4점 차(스코어 23-20)로 달아난 도로공사는 김미연에게 1점을 내줬지만, 박정아가 또다시 해내며 1차전 3세트 이후 처음으로 세트를 잡았다. 

경기 승부처였던 3세트. 도로공사는 시리즈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역전극을 만들었다. 16-20, 4점 차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 배유나가 속공과 오프 공격을 연속 성공하며 점수 차를 좁혔고, 이어진 수비에선 옐레나의 백어택을 가로막으며 1점 차 추격을 이끌었다. 공격 범실로 1점을 내줬지만 19-21에서 박정아가 퀵오픈, 상대 선수 김연경의 네트터치로 동점을 만들었고, 캣벨의 오픈 공격 성공에 이어 이예은이 서브 득점까지 해내며 승기를 잡았다. 23-21에서 김연경에게 퀵오픈을 허용했지만, 캣벨이 바로 1점을 만회했고, 세트 포인트(24-22)에서 캣벨이 김연경의 '쳐내기' 공격을 블로킹하며 25번째 득점을 해냈다. 도로공사가 챔프전 처음으로 먼저 두 세트를 잡았다. 

흥국생명만 만나면 약해졌던 도로공사가 완전히 살아났다. 4세트 초반 박정아가 오픈 공격과 블로킹으로 기세를 올렸고, 침묵하던 베테랑 센터 정대영도 속공에 가세해 득점을 올렸다. 

고비도 있었다. 김연경을 막지 못해 14-18, 4점 차로 리드를 빼앗겼다. 이 상황에서 박정아가 블로킹, 배유나가 속공과 이동 공격을 연달아 성공하며 1점 차로 추격했고, 18-19에선 전새얀이 김미연의 오픈 공격을 가로막으며 동점을 만들었다. 경기 흐름이 3세트와 흡사했다. 

도로공사는 박정아가 터치아웃 득점, 캣벨이 대각선 오픈 공격을 성공시키며 22-20, 2점 차로 앞서갔고, 상대 연속 범실 2개로 매치 포인트(24-20)를 만들었고, 캣벨이 오픈 공격으로 마무리 지었다. 도로공사가 2패 뒤 1승을 거두며 반격 신호탄을 쐈다. 

 

코트를 뒤집은 신인 이예은

 

여자배구 통합 우승을 눈앞에 뒀다가 일격을 당한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이 경기 후 인터뷰에서 꺼낸 이름은 한국도로공사 신인 아웃사이드 히터 이예은(19)이었다.

아본단자 감독은 2일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3차전에서 도로공사에 1-3으로 역전패한 뒤 "이예은이 어떤 서브를 넣는지 사전에 알아서 (대처하지 못한 게) 더 부끄러운 거 같다. 밤에 좀 더 분석하고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반성했다.

아본단자 감독의 말대로 우승 샴페인을 터트릴 준비를 마쳤던 흥국생명에 일격을 가하고, 벼랑에 몰렸던 도로공사를 구한 건 이예은이었다.

이예은은 세트 점수 0-1로 끌려가던 2세트 20-20에서 캐서린 벨(등록명 캣벨)을 대신해 원포인트 서버로 들어와 곧바로 서브 에이스를 터트렸다.

▲ 흥국생명전에서 에이스 2개를 터트린 도로공사 이예은 / 한국배구연맹 제공

 

흥국생명 선수들은 이예은의 조금 긴 서브를 그대로 지켜보기만 했고, 공은 엔드라인을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이예은은 계속해서 날카로운 서브를 날려 흥국생명의 리시브를 흔들고 점수를 순식간에 24-20까지 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3세트에도 이예은의 '마법'은 계속됐다.

20-21에서 박정아 대신 투입된 그는 이번에도 서브 에이스 1개를 곁들여 3연속 득점을 견인했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이 꼽은 수훈갑 역시 이예은이다.

김 감독은 "저는 큰 경기에 강한 '똘끼' 있는 선수를 좋아하는데, 그런 유형의 선수를 오랜만에 봤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선수"라면서 "아직 신장이 작아서 공격 쪽으로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겠지만, 수비와 서브 능력이 괜찮은 선수다. 앞으로 지켜보라"고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수훈 선수로 선배 박정아, 배유나와 함께 인터뷰실에 들어온 이예은은 큰 경기 무게에 짓눌리기는커녕, 즐겁게 한 판 놀다 왔다는 표정이었다.

▲ 인터뷰가 끝난 뒤 장난스러운 포즈를 취한 도로공사 이예은 / 이대호 기자

 

박정아가 농담 삼아 "너는 의자가 아니라 인터뷰 단상에 앉아서 해도 된다"고 해도 까르르 웃기만 했다.

박정아는 이예은에 대해 "우리 팀에서 별명이 '금쪽이'다. 그래서 그런지 긴장하는 모습도 없고, 언제든 준비가 안 되어 있어도 들어가서 자기 할 몫을 하니까 고맙다"고 했다.

배유나 역시 "처음 팀에 왔을 때부터 범상치 않았다. 연습을 많이 못 해도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서브나 수비 대형을 잘 알아듣는다. 작전 수행도 잘하는 선수라 감독님도 믿고 넣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제천여고를 졸업한 이예은은 2022-2023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3순위로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었다.

정규시즌은 고작 1경기만 출전하고 플레이오프부터 챔피언결정전까지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원포인트 서버로 '비밀 병기' 역할을 하다가 이날 제대로 사고를 쳤다.

▲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2-2023 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3순위로 한국도로공사의 지명을 받은 제천여고 이예은 선수가 김종민 감독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 임화영 기자  hwayoung7@yna.co.kr

이예은은 "서브도 작전이 그렇게 나와서 그 방향으로 때렸을 뿐"이라고 말했다.

큰 경기라 떨리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긴장은 안 됐다. 고등학교 때랑 장소와 환경만 바뀌었지, 경기는 똑같다고 생각하니 떨리지 않더라"고 강심장의 비결을 밝혔다.

두 차례 에이스를 터트린 소감도 "솔직히 경기 중이라 아무 생각이 안 들었는데, 언니들이 잘했다고 해주고서야 '내가 포인트 냈구나' 하고 실감했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이예은에게 당한 흥국생명은 4일 열릴 4차전에는 철저하게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상대의 분석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물음에 이예은은 해맑게 "저 스스로는 못 할 거 같고 (벤치에서) 시키는대로 말 잘 들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박정아는 박장대소하며 "우리 예은이가 정규리그부터 뛰었으면 (저 정신력으로) 신인상 타는 건데…"라며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 이대호 기자 4bun@yna.co.kr

 

일간스포츠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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