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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라운지] FA와 변심

--이용균 야구

by econo0706 2022. 9. 28.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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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07. 17.

 

야구로 말하자면, 최근 한 경선 후보의 지지를 밝힌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트레이드’됐다. 솔직히 그 의원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셈이었고 가능성이 있는 쪽을 지지했다. 야구선수처럼 챔피언 반지를 끼고 싶었던 것뿐이다. 배신, 변심 따위는 어울리지 않는 말일지도 모른다. 선수의 목표라면 역시 팀 우승이 먼저다. 정당의 목표라면 역시 정권 창출. 그저 전력이 강한 팀을 찾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팀에 마침 자기 포지션이 비어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FA가 되어 그동안 정들었던 팀을 떠나는 그들, 보내는 쪽은 밉고 속상하다. 계속 팀을 위해서 뛰어줬으면 좋겠는데, 떠난 그대. 그렇다고 응원하는 팀을 옮길 수는 없다. 열혈 야구팬 남편이 패배에 화가 나 술에 취해 들어와서는 투덜대는 아내에게 말하듯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바꿀 수 없는 게 딱 2가지 있는데, 하나는 사랑하는 마누라, 두번째는 내가 응원하는 야구팀”인 것이다.

의원은 떠났다. 그도 떠났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화려한 시대를 수놓았던 영건 3인방의 에이스 역할을 맡았던 배리 지토. FA 자격을 얻어 만 하나를 사이로 마주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떠났다.

 

지난 5월19일. 지토는 오클랜드의 홈구장인 맥아피 콜리세움 마운드에 섰다. 물론 원정팀 선발투수 자격이었다. 만의 전쟁(Battle of Bay)라고 불리는 두 팀의 맞대결에서 상대팀 선발로 나타난 왕년의 사랑했던 에이스를 보는 것은 어쩐지 슬픈 일이다. 이날 3만5077명이 야구장을 가득 메웠고, 지토가 마운드에 섰을 때 일부는 야유를, 그리고 일부는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지토는 “충분히 예상했다. 그러나 환호를 보내 준 몇명도 있었기에 행복했다”고 했다. 물론 오클랜드 타자들은 팬들의 마음을 이해했고, 지토를 4이닝 동안 6안타 7실점으로 두들겼다.

지난 6월1일 두산 에이스였던 박명환은 LG 유니폼을 입고 친정팀과 맞붙은 잠실구장 마운드에 섰다. 그리고 공언한 대로 첫 공을 던지기 전 모자를 벗어 1루쪽 두산 응원단을 향해 허리를 깊숙이 숙여 인사했다. 대부분은 야유를 보냈고 일부는 박수를 쳐 줬다. 1회부터 7점을 얻은 덕인지 박명환은 씩씩하게 공을 던졌고 승리를 따냈다.

떠나는 사람을 욕할 수는 없다.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터다. 가서 잘하면 팬들은 그를 미워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FA로 가서 못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미워하게 된다. FA가 되어 많은 돈을 받고 LG에 왔던 진필중이 팀을 상대로 소송을 건다고 한다. 그는 박수와 야유 중 무엇을 받을까.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자료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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