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07. 03.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검증 공방이 한창이다. 도덕성을, 통치 이념을, 본인 재산과 가족 재산을, 병역 문제를 검증하자고 한다. 검증 논쟁이 소모적이어서 오히려 손해라는 얘기도 있고 철저한 검증만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검증은 소문을 대상으로 한다. 후보를 둘러싼 소문들은 돌고 돌아 커져서 거품이 되기도 하고 아니 땐 굴뚝에 연기 안 나듯 결국 진실로 밝혀지기도 한다.
야구에서 소문이 가장 많이 도는 때는 바로 요즘이다. 신인 2차 지명을 앞두고 스카우트들의 옥석 가리기가 한창 치열하다. 선수들을 둘러싼 소문을 검증하고 진실을 찾아야 한다.
선수 A는 대학 졸업반 때 팔꿈치가 ‘맛이 갔다’고 했다. 투구 폼도 이상했다. 저런 폼으로는 좋은 공을 던질 수 없다고 했다. A는 사실 봄 대회에 뛰지도 못했다.
고졸 예정 선수 B에 대한 소문은 더욱 좋지 않았다. A와 마찬가지로 팔꿈치 수술 전력이 있는 데다 어려서부터 술·담배에 빠져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어린애가 내기와 도박을 좋아한다는 얘기도 돌았다. 이런 일들 때문에 1차 지명을 받지 못했다고도 했다.
선수 C는 아예 소문이 없었다. 정작 지명이 됐을 때 이런 선수가 있었느냐는 얘기들이 나왔다. 소문이 없다는 것은 실력이 없다는 얘기와도 같았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소문들은 과연 진실이었을까. 소문대로라면 실력 없는 망나니쯤으로 그저 그런 선수가 되어야 했겠지만 위의 A, B, C는 모두 첫 해 신인왕을 차지했다.
A는 2005년 신인왕인 삼성의 오승환이었다. 오른손 끝이 어깨에 닿도록 구부릴 수 있다는 것으로 검증 끝. 이상한 투구 폼은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당시 선동열 투수코치가 OK 사인을 냈다.
B는 지난해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따낸 괴물 투수 한화 류현진이다. 설사 소문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김인식 감독과 고참 중심의 한화 팀 분위기라면 문제 없다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올 시즌 한화의 용병 타자 크루즈는 류현진에게 숫총각이라는 뜻의 ‘체리 보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C는 2004년 신인왕을 따낸 현대 오재영이다. 주목 받지 못한 그해 오재영은 10승을 거두며 신인왕에 올랐다.
올해도 2차 지명일(8월16일)이 다가오고 있다. 소문은 또다시 야구장 주변을 떠돌고 있다. LG가 1차 지명으로 택한 ‘눈물의 투수’ 이형종에 대한 소문도 있다. 잘난 척하는 왕따라는, 마운드에서 흘린 눈물도 모두 쇼라는, 팔꿈치가 망가졌다는, 어처구니없는 제구력은 절대 못 고친다는 소문, 소문, 소문들. 그러나 아직 섣부른 검증으로 이형종을 평가절하하기는 이르다.
그래도 그 소문, 담배 피우고 도박한다던 류현진보다는 낫지 않은가.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자료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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