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9. 02.
10년 전 박지성이 있었고, 이제 손흥민이 있다. 손흥민의 잉글랜드 토트넘 이적은 꺼져가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열기를 국내에 되살렸다는 점에서 메가톤급 파워를 지니고 있다. 박지성이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입단으로 화제를 뿌렸다면, 손흥민은 3000만 유로(약 409억원)에 달하는 역대 아시아 선수 최고 이적료로 시선을 모았다. 만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을 두 한국인 청년이 10년 간격을 두고 해낸 것이다.
둘의 공통점으론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한국 축구에 없는 스타일로 자기 만의 개성이 있다는 점이다. 박지성은 공간 창출 능력과 활동량, 윙어이면서도 탁월한 수비를 앞세워 맨유에서 롱런했다. 손흥민은 공격 전개시 폭발적인 속도와 수준급 슛 능력으로 유럽 정상급 반열에 올라섰다. 두 번째는 둘 다 한국 축구 제도권 밖에서 기량을 키웠다는 점이다. 박지성이 대학 진학에 어려움을 겪었고, 수원 훈련캠프에도 가담했으나 입단하지 못한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손흥민은 유소년 시절 독학으로 큰 뒤 17살에 독일로 건너간 독특한 케이스다. 보통의 한국 선수와 다른 루트를 거친 것은 틀림 없다.
▲ 손흥민이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오는 9월 3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2차전 라오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가진 축구 국가대표팀 소집 훈련에 참가해 몸을 풀고 있다. / 최재원 선임기자 shine@sportsseoul.com
이젠 제2의 손흥민, 제3의 박지성을 준비할 때다. 그리고 언젠가 탄생할 ‘제2의 손흥민’은 한국 축구 제도권 안에서, 이왕이면 K리그 시스템 안에서 키워지길 바란다. 이유가 있다. 우선 박지성과 손흥민이 축구 선수로서 큰 꿈을 품고 있을 땐 K리그 유스가 확고하게 자리를 잡지 못했다. 물론 이청용처럼 어린 선수들을 골라 일찌감치 프로에 데뷔시킨 사례는 있었으나 유스의 시스템화는 무르익지 않았다. 또 하나는 지금 전도유망한 선수들이 거의 대부분 프로 산하 유스팀에 있다는 점이다. 좋은 자원을 확보한 만큼 이런 원석을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으로 키워 유럽에도 보내고 훗날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한다면 K리그 유소년 육성에도 큰 성과가 될 것이다. 대한축구협회가 ‘골든에이지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 한국축구 재목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협회가 모든 것을 이끌어가기엔 한계가 있다. 유럽에선 유소년 육성에서 각 클럽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한국도 그 흐름에 발맞춰 K리그가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기자는 지난 달 초 ‘K리그 U-18 챔피언십’ 결승전을 취재한 적이 있다.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유스팀인 현대고(울산)와 광양제철고(전남)의 맞대결이었는데 경기 내용보다 인상에 깊게 남은 것은 두 팀 사령탑이 얘기하는 ‘좋은 선수’에 대한 생각이었다. 박기욱 현대고 감독은 “여러가지 기술도 중요하지만 결국 인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고, 김현수 제철고 감독 역시 “고교 졸업 뒤 대학을 많이 가기 때문에 인성이 중요하다. 진학하는 과정에선 그걸 높게 쳐준다”고 했다. 이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수준까지 다른 레벨 경기에서도 비슷했다. 팀워크, 인성이 대개 첫 손에 꼽혔다.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박지성도 “한국 축구의 강점은 팀을 위한 헌신”이라고 했다. 인성과 개성이 대립되는 개념이라고 볼 수도 없다. 다만 ‘좋은 선수’에 대한 답변이 천편일률적어서 의외라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이런 선수도 있고, 저런 선수도 있어야 한다.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K리그라면, 독창적이고 번뜩이는 ‘제2의 손흥민’, ‘제3의 박지성’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자료출처 :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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