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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수첩] 전북만 쳐다보는 상황은 곤란하다

--김현기 축구

by econo0706 2022. 9. 1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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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9. 23. 

 

승부의 세계에선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전북이 지난 주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8강 2차전에서 종료 1분전 버저비터로 아깝게 눈물을 삼켰지만, 내용 자체를 놓고 보면 나름대로 열심히 싸웠다. 잔디를 짧게 깎고, 경기 전까지 물을 흠뻑 뿌리는 등 이번 2차전은 감바 오사카 입장에서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놓고 치른 경기였다. 그런데 전북은 레오나르도와 우르코 베라가 골 맛을 보면서 후반 추가시간까지 홈팀을 코너에 몰아넣었다. 감바 오사카 간판 선수 엔도 야쓰히토가 “다시는 이런 경기를 하고 싶지 않다”며 고개를 흔든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전북-감바 오사카 격돌은 요즘 K리그 클래식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한 팀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감안하더라도, 두 팀 모두 시종일관 밀리지 않고 팽팽한 접전을 벌여 2-3이란 스코어가 나왔다. 올시즌 전북이 치른 국내 무대 경기들과 다른 패턴이었다. 전북의 2015년 K리그 클래식 경기들을 쭉 살펴보면 원정팀이 ‘선수비 후역습’ 작전으로 나서 한 방을 먼저 넣더라도, 전북이 갖고 있는 짜임새와 개인 기량, 힘에 밀려 뒤집히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4월15일 부산전, 6월17일 울산전, 7월26일 수원전, 8월19일 전남전 등 전북이 후반 중반 이후 두 골을 넣어 2-1 역전승을 챙긴 경기들이 대표적이다. K리그 클래식에서만큼은, 상대팀이 먼저 득점을 넣더라도 반전시켜 승리할 수 있는 힘이 전북에 있었다. 전북과 다른 11개 구단의 격차가 분명 있다.

 

▲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전북 현대와 감바오사카의 경기가 일본 오사카 스이타시 엑스포70 경기장에서 열렸다. 전북의 우르코 베라(가운데)가 후반 동점골을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거꾸로 해석하면 전북이 지난 해와 올해처럼 독주 체제를 지속하는 상황이 ACL 등 국제 무대에선 좋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독일도 바이에른 뮌헨이 최근 3시즌 연속 큼지막한 승점 차로 독일 분데스리가를 제패했으나, 최근엔 이런 독주가 뮌헨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쟁력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강희 전북 감독도 지난 달 감바 오사카와의 2연전을 앞두고 “우리 입장에선 K리그 클래식과 ACL 경기 양상은 많이 다르다. 그런 것을 적응하는 게 항상 어렵다”고 했다. 무엇보다 ‘K리그=전북’ 관념이 어느 새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올시즌을 앞두고 스포츠서울은 해설위원 10명에게 “올해 K리그 구단 ACL 최고 성적은?”이란 질문을 던졌는데 전부 “전북이…, 전북은…”으로 답변을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전북 입장에선 부담스럽고, 다른 구단 입장에선 ACL에서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면죄부’가 될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그림은 전북 외에 2~3팀, 꼭 그게 안 된다면 한 팀이라도 같이 경쟁할 수 있는 체제가 나오는 것이다. 전북은 ACL 탈락 직후 치른 꼴찌 대전과의 경기에서 1만6500여 관중을 모아 흥행도 잡고 있음을 또 증명했다. 이런 마인드를 가진 구단이 K리그 클래식에 더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성적과 경영을 같이 잡을 수 있는 구단이 또 있을 것이다. 갈수록 전북만 쳐다보는 상황은 곤란하다.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자료출처 :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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