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6. 09
‘슛돌이 심판’으로 유명한 김미옥(37) 대한축구협회 경기감독관은 기자의 중학교 시절 짝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였다. 남자들끼리 체육시간에 축구를 하는데, 그와 다른 여학생 한 명이 우리 쪽으로 왔다. 당시 체육교사는 “둘이 여자축구부로 진학을 할 것이다. 앞으로 같이 축구를 하자”고 부탁했다. “여자도 축구해? 남자는 축구, 여자는 피구잖아”라며 신기해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았다. 20년 가까이 흘러 기자와 김 감독관은 대한축구협회 기자단 축구 경기를 통해 우연히 만나 서로 웃었다. ‘슛돌이 심판’은 “어릴 땐 여자가 축구한다니까 신기하게 보는 시선이 좀 있었다. 사실 투자만 좀 더 이뤄지면 여자축구 만큼 발전 가능성이 큰 곳도 없는데…”라며 “아직도 그런 게 좀 있다. 여자축구에 대한 인식만 바뀌어도 참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도 사정은 비슷하다. WK리그도 생기고, 고려대 여자축구부도 생기는 등 여자축구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 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그러나 한 켠엔 여자축구에 대해 걷히지 않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한다. 전가을(27)은 지난 달 여자월드컵 출정식에서 “한국에서 여자축구 선수로 산다는 것이 외로웠다. 지금 위치까지 오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다”며 울음을 터트렸다. 15세 이하 여자대표팀 한 선수의 아버지도 “농구나 배구도 아니고, 딸에게 왜 축구를 시키냐는 질문을 먾이 받았다. 여자축구를 아는 사람들은 알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모른다. 축구는 아직도 한국에서 남자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경기장에서 2015 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 E조 1차전 브라질전 대비 최종훈련을 하고 있다. / 제공=대한축구협회
여자월드컵이 지난 7일부터 캐나다에서 열리고 있다. 관중석을 보니 이젠 여자월드컵 열기가 제법 뜨겁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캐나다-중국 개막전엔 5만3000여명이 몰려들었고, 다른 경기장에서도 2만~3만명이 들어차 남자월드컵에 점점 다가서는 인기를 드러내고 있다. 흐름이 바뀌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인 스포츠, 축구는 이제 여자도 하는 스포츠로 바뀐 지 오래다. 미국에서 축구는 오히려 여자가 주로 하는 운동으로 인식되고 있다. 2011 여자월드컵 우승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일본도 여자축구 등록 선수만 3만여명에 이른다. 지난 3월 2019 여자월드컵 유치전 때 한국을 이긴 프랑스도 최근 여자축구 인기 폭발로 선수 수가 9만명까지 늘어난 것은 물론 세계랭킹도 4~5위까지 치솟으며 수준도 높아졌다. 여자축구 관계자는 “몇몇 언론에서 20세 이하 월드컵 개최에 따른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 중복 개최가 여자월드컵 유치 패배 원인이라고 했지만 그렇지 않다. 여자축구 저변이나 대회 흥행 가능성을 봤을 때, 프랑스가 이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반면 한국은 1500여명의 저변으로 12년 만에 여자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내고 이제 두 번째 도전을 시작했다.
올해는 여자축구대표팀이 첫 번째 A매치(일본전 1-13패)를 치른 지 25주년이 되는 해다. 이제는 아시아 강호라는 일본 북한과도 대등하게 겨룰 만큼 발전했지만, 한국 여자축구의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라도, 특히 한국에서 ‘여자도 축구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태극낭자들이 이번 월드컵에서 좋은 내용과 결과로 국민들을 기쁘게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16개국이 참가했던 2003년, 우리는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각각 딴 노르웨이와 미국, 그리고 남미 최강 브라질과 한 조에 속하면서 세계의 벽을 느끼고 돌아왔다. 이번엔 다르다. 코스타리카, 스페인 등 2~3차전 상대는 우리가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 반면 한국은 지소연과 박은선이라는 세계적인 레벨의 선수들도 보유하면서 모두를 놀라게 할 힘을 갖췄다. 여자축구 대표팀의 ‘감동적인 경기’가 이제 펼쳐진다.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자료출처 :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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