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6. 17
악몽 같았던 2014 브라질 월드컵이 열린 지도 어느 덧 1년이 됐다. 지난 해 이 때였다. “세월호 사고로 슬픔에 잠긴 국민들에게 희망이 되겠다”며 월드컵 무대에 뛰어든 대표팀은 1무2패에 그치면서 2000년대 들어 최악의 월드컵 성적을 기록했고, 사람들에게 실망만 남겼다. 한국 축구는 그렇게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지금 한국 축구는 지난 해 아쉬움을 빠르게 털고 있다. 외국인 감독을 데려온 뒤 호주 아시안컵에서 일궈낸 준우승 결과가 컸지만, 브라질 월드컵에서 부족했던 내용을 속속 채웠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팬들이 결과 못지 않게 내용에도 반응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뭐가 달라졌을까. 바로 ‘경쟁’과 ‘소통’이 살아나고 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부터 브라질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4년간 대표팀은 사령탑이 3번이나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감독들이 짧은 시간 내 대표팀을 일으켜 세워야 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었기 때문에 선수 가동 폭에서 한정된 면이 있었고, 선의의 주전 다툼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미디어 발달과 함께 눈이 높아진 팬들은 그런 ‘경쟁의 부족’에 의문을 나타냈고, 대표팀과의 소통에도 아쉬워했다.
▲ 손흥민이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 에스타디오 베이라-리오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H조 2차전 한국-알제리 경기에서 2-4로 패한 뒤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아쉬워하고 있다. / 박진업 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지금은 변화의 물결이 밀려들고 있다. 뛰는 리그와 팀에 상관 없이 ‘기량만 훌륭하면 누구나 뽑힐 수 있다’는 개념이 대표팀 속에 자리잡았고, 태극전사들 역시 예전보다 더 혼신의 힘을 다해 뛰고 있다. 이는 K리그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몰고 왔다.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이 명단 발표 때 세밀한 설명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과감하게 뽑은 선수를 향해선 이해를 구하는 점, 대한축구협회가 SNS 등을 통해 팬들과 대화하는 등 ‘소통’을 부쩍 늘린 것도 지난 1년 사이 나타난 변화로 볼 수 있다.
반대로 걱정되는 것도 있다. ‘경쟁’과 ‘소통’이 소프트웨어적인 변화라면, 유소년 육성과 연령별 대회에서의 결과 및 내용은 하드웨어적 성격을 띠고 있다. 23세 이하 대표팀이 지난 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했으나, 그들은 이미 성인 단계에 올라선 선수들이다. 20세 이하 월드컵 진출엔 14년 만에 실패했고, 18세 이하 대표팀도 최근 수원JS컵을 통해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줬다. 17세 이하 대표팀도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 선수들의 특출난 활약에 힘입어 월드컵 본선을 갔지만, 아시아 예선에서 다른 나라들의 거센 저항을 받았다. 어린 선수들이 성장해야 2018 러시아 월드컵, 더 나아가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희망을 품을 수 있다.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가 갈수록 강해지는 가운데, 한국 축구는 연령별 레벨에서부터 아시아 다른 국가들에 추격당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K리그 상위권 구단 산하 고교팀 지도자는 “요즘 고교 리그를 하다보면, 상대보다 실력이 조금만 떨어져도 대놓고 수비하는 팀이 많다. 또 그런 전술이 그럭저럭 통한다. 고교→프로 직행 확률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선수들 대학 잘 보내는 감독이 최고의 감독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온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승부와 진학에 얽매이는 어린 선수들의 창의력 저하를 우려한 것이다.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자료출처 :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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