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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스발 리베로] '5연패 후 3연승' 묀헨글라드바흐의 기막힌 반전

--김현민 축구

by econo0706 2022. 9. 20.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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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0. 07

 

2015/16 시즌 분데스리가 첫 5경기에서 모두 패하며 최악의 출발을 알린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가 안드레 슈베르트 감독 부임 후 3연승을 달리며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묀헨글라드바흐가 변해도 단단히 변했다. 시즌 개막과 동시에 5연패를 당하며 구단 역사를 넘어 분데스리가 역사상 최악의 출발을 기록한 묀헨글라드바흐가 루시앵 파브르 감독이 자진사임하고 슈베르트 2군팀 감독이 임시로 지휘봉을 잡으면서 3연승 신바람 행진을 달리고 있다.

 

비단 개막 후 5연패가 전부가 아니다. 묀헨글라드바흐는 첫 5경기에서 단 2골을 넣은 데 반해 무려 12실점을 허용하며 골득실 -10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들어올렸다. 이는 1991/92 시즌, 개막 후 6연패를 당한 포르투나 뒤셀도르프 다음 가는 최악의 시즌 출발이다. 심지어 5라운드까지만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뒤셀도르프가 골득실 -9로 묀헨글라드바흐보다 근소하게 앞섰다.

 

이에 4년 6개월간 묀헨글라드바흐를 지도하며 팀을 분데스리가 상위권으로 올려놓은 명장 파브르 감독이 자진해서 사임을 결정했다. 그는 자신의 사임과 관련해 "분석을 통해 신중하게 고려한 결과 현 시점에서 묀헨글라드바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은 사임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묀헨글라드바흐에서 정말 믿을 수 없이 많은 좋은 순간들을 맞이했으나 이제 더 이상 내가 묀헨글라드바흐에게 있어 완벽한 감독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 사진출처: Bild

 

파브르는 2011년 2월, 묀헨글라드바흐 신임 사령탑에 올라 최하위로 강등이 유력하던 팀을 잔류시키며 구세주로 등극했던 바 있다. 게다가 그는 2011/12 시즌 묀헨글라드바흐를 4위로 견인하며 챔피언스 리그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획득했고, 지난 시즌엔 팀을 분데스리가 3위로 이끌며 묀헨글라드바흐에 구단 역사상 첫 챔피언스 리그 본선 티켓을 선사한 인물이다(묀헨글라드바흐는 챔피언스 리그 전신 유러피언 컵에 참가한 역사는 있으나 1992년 챔피언스 리그로 명칭 변경한 이후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당연히 파브르마저 사임하자 묀헨글라드바흐가 이대로 몰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들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파브르를 대신해 묀헨글라드바흐 임시 사령탑에 오른 슈베르트 2군팀 감독은 빠르게 팀을 변화시켰다. 아우크스부르크(4-2 승)와 슈투트가르트(3-1 승)를 상대로 완승을 거두며 분위기 전환에 성공한 슈베르트의 묀헨글라드바흐는 지난 주말 볼프스부르크마저 2-0으로 꺾고 3연승을 달렸다. 3연승 동안 묀헨글라드바흐는 무려 9골을 넣었고, 3실점을 기록했다. 환골탈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단 결과가 전부가 아니다. 팀의 플레이 스타일마저 변화했다. 물론 기본적인 골격은 유사하다. 파브르의 묀헨글라드바흐와 슈베르트의 묀헨글라드 모두 플랫 4-4-2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두 줄 수비를 펼친다. 중앙 수비 블락을 단단하게 구축한 상태에서 측면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도 동일하다.

 

다만 공격 방식에 큰 변화가 발생했다. 파브르 감독은 점유율 위주의 패스 축구를 구사했다. 게다가 파브르는 모험적인 패스나 슈팅을 시도하기보단 최대한 만들어나가는 축구를 구사했다. 중거리 슈팅을 최대한 자제시켰고, 골문 가까이에서 슈팅을 주문했다. 정확도를 최우선시한 파브르이다. 일정 부분 펩 과르디올라 바이에른 뮌헨 감독의 색체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는 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파브르 감독 체제에서 묀헨글라드바흐는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바이에른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점유율(54%)과 패스 성공률(82.7%), 그리고 패스 숫자(경기당 552.2회)를 기록했다. 반면 경기당 슈팅 횟수는 12.6회로 분데스리가에서 정확하게 중간에 해당하는 공동 9위에 올랐다. 팀 득점은 53골에 달했으나 정작 중거리 슈팅 골은 5골이 전부였다.

 

올 여름, 공격의 키를 잡고 있었던 막스 크루제(볼프스부르크 이적)와 중원의 핵심 선수인 크리스토프 크라머(바이엘 레버쿠젠 임대 복귀)가 떠났음에도 파브르의 전술은 변하지 않았다. 비록 팀은 5전 전패를 당했으나 파브르의 묀헨글라드바흐는 55.4%의 높은 점유율과 84.3%의 패스 성공률, 그리고 590.4회의 패스를 기록했다. 게다가 2골 모두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골이었다.

 

문제는 크루제가 없다 보니 공격진에서의 연계 플레이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11골 9도움. 11골 모두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골).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공수 모두에서 높은 공헌도를 보이는 크라머의 부재도 크게 다가왔다.

 

반면 슈베르트는 직관적인 역습 축구를 구사한다. 또한 안정적으로 패스를 돌리기보단 다소 부정확하더라도 빠르게 상대 골문을 침투하는 패스를 구사하거나 중거리 슈팅을 과감하게 때리도록 선수들에게 요구했다.

이러한 변화는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슈베르트 감독 부임 후 3경기에서 묀헨글라드바흐의 점유율은 49%로 떨어졌고, 패스 성공률 역시 78.42%에 불과하다. 경기당 패스 숫자도 424.7회로 감소했다. 대신 경기당 슈팅 숫자는 13.3회로 증가했고, 경기당 전력 질주 횟수도 167.6회에서 209.33회로 40회 이상 상승했다.

 

/ 사진출처: Bild

 

게다가 슈베르트 감독 체제에서 묀헨글라드바흐가 기록한 9골 중 3골이 중거리 슈팅에 의해 나온 것이다. 지난 주말 볼프스부르크전에서도 하바드 노르트베잇이 75분경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으며 2-0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 크루제를 대신해 하파엘과 함께 묀헨글라드바흐의 투톱을 형성하고 있는 라스 슈틴들은 하노버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던 선수로 세밀한 연계 플레이에선 다소 크루제보다 떨어지는 면이 있으나 슈팅력은 더 좋은 편에 속한다. 실제 그는 지난 시즌 10라운드까지 부상으로 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분데스리가 21경기에 출전해 10골을 기록했다.

 

수비 전술에서도 변화가 발생했다. 파브르는 수비 시엔 라인을 내려 위험을 최소화하는 전술을 구사했다. 이는 묀헨글라드바흐 중앙 수비진이 마틴 슈트란츨과 로엘 브로워스라는 30대 중반의 베테랑들로 구성됐기에 스피드 면에선 떨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에 기인하고 있다. 이들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굳건히 수비 라인을 지키며 묀헨글라드바흐를 지난 시즌 바이에른에 이어 두 번째로 실점이 적은 팀(34경기 26실점)으로 만들었다.

 

당연히 파브르의 묀헨글라드바흐는 오프사이드 숫자가 적은 편에 속했다. 지난 시즌 묀헨글라드바흐의 경기당 오프사이드 성공 횟수는 1.8회였고, 이번 시즌 첫 3경기에선 1.2회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초반 슈트란츨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묀헨글라드바흐는 만 20세 유스 출신 수비수 마어빈 슐츠와 첼시에서 임대 영입한 만 19세 수비수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을 가동해야 했다. 이들은 시즌 초반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며 대량 실점의 빌미를 연신 제공했다. 위치를 제대로 선점하지 못했고, 수비라인이 낮다보니 수비 실수로 돌파를 허용하면 이는 곧바로 실점으로 직결됐다.

 

슈베르트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수비 라인을 위로 끌어올렸다. 크리스텐센과 부상에서 돌아온 알바로 도밍게스(만 26세) 모두 젊은 선수들이고, 측면 수비수까지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스피드가 빠르기에 설령 오프사이드 트랩이 깨지더라도 따라잡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자연스럽게 묀헨글라드바흐는 높아진 수비 라인을 바탕으로 3경기 연속 3개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성공시키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지키는 수비보다는 달려드는 수비에 더 능한 선수들이다. 설령 실수를 저지르더라도 뛰어난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커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유스 출신의 만 19세 중앙 미드필더 마흐무드 다후드의 중용도 눈에 띈다. 슈베르트 감독은 지휘봉을 잡자마자 2군팀에서 자주 활용했던 애제자 다후드를 적극 기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후드는 슈베르트의 감독 데뷔전이었던 아우크스부르크와의 경기에서 자신의 분데스리가 통산 1호골을 넣으며 믿음에 화답했다.

 

다후드는 왕성한 활동량과 강력한 중거리 슈팅 능력에 더해 뛰어난 발재간을 자랑하는 선수로 여러모로 크라머를 연상시킨다. 다후드가 크라머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우면서 묀헨글라드바흐는 지난 시즌의 단단했던 중원을 다시금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부상자들의 복귀도 묀헨글라드바흐 상승세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묀헨글라드바흐는 시즌 초반 슈트란츨과 도밍게스가 동시에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중앙 수비진이 붕괴된 상태였다. 게다가 에이스 파트릭 헤어만과 측면 멀티 플레이어 파비안 존슨도 동시에 부상을 당해 장기인 측면 공격도 제대로 살릴 수 없었다.

 

하지만 도밍게스는 부상에서 복귀하자마자 연신 뛰어난 수비를 펼치며 시즌 초반 극도의 부진을 보였던 묀헨글라드바흐 수비를 안정화시켰고, 존슨은 아우크스부르크와의 부상 복귀전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4-2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바로 아우크스부르크전을 시작으로 묀헨글라드바흐는 연승 행진을 달릴 수 있었다.

 

비록 지난 주중 맨체스터 시티와의 챔피언스 리그 32강 조별 리그 2차전에서 1-2 역전패를 당했으나 묀헨글라드바흐의 경기력은 인상적이었다. 맨체스터 시티보다 더 많은 위협적인 득점 찬스들을 만들어낸 묀헨글라드바흐였다. 다만 맨체스터 시티 수문장 조 하트의 환상적인 선방쇼에 막혀 추가 골을 넣지 못한 게 역전패로 이어진 것이었다.

 

물론 파브르 감독의 능력과 그 동안의 공로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파브르가 있었기에 지금의 묀헨글라드바흐가 존재할 수 있었다. 게다가 시즌 초반 부상 불운도 따랐다. 하지만 변화의 시기를 맞이한 현 묀헨글라드바흐에게 있어선 슈베르트의 전술이 파브르의 전술보다 더 적합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김현민 기자

 

자료출처 : 골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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