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06. 25.
축구에서 3골차 이상이면 흔히 야구의 콜드게임 패(▶2회 말 종료 시점 및 그 후 각 팀의 말 공격이 종료된 시점 15점, 4회 말 종료 시점 및 그 후 각 팀의 말 공격이 종료된 시점 양팀 점수 차가 10점 이상이 날 때)와 비교된다.
6월 23일 경남 양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3년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14라운드에서 대전시티즌이 경남 FC에 0-6으로 완패했다. 이에 팀을 이끌고 있는 김인완 감독은 “감독으로서 무한 책임을 느낀다. 분위기 잘 추슬러 다음 경기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축구에서의 이 같은 예기치 않은 대패는 기술, 전술, 체력, 정신력 및 기타 등에 현격한 차이와 의외성에 기인한다.
한국축구의 야구의 콜드게임 패와 같은 대패 역사는 각급 대표팀 및 프로축구, 아마추어축구, 여자축구 등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다. 그러나 그 중 가장 씻을 수 없는 대패 시초는 1948년 조선축구협회 명칭을 대한축구협회로 개명한 한국축구가 당해 연도, 국제축구연맹(FIFA)에 정식으로 가입하고 곧바로 출전한 제14회 런던올림픽에서 스웨덴에 당한 12-0 스코어다. 또한 1954년 스위스월드컵 본선에 출전 헝가리 9-0, 터키에 7-0으로 연속 대패하므로 서 한국축구 FIFA월드컵 역사의 부끄러운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한국은 이 같은 대패의 충격에 빠져 한동안 도전 의지를 상실한 채 세계축구 변방국으로 머물러야 했다.
축구에서 야구의 콜드게임 패에 해당하는 대패를 당하게 되는 팀은 지도자, 선수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지도자는 허탈감으로 무엇을, 어떻게 라는 지도에 답을 얻는데 어려움에 빠질 질 수 있고, 아울러 선수는 의욕 저하와 함께 자신감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야구와 축구는 임의의 기구인 볼을 다뤄 승. 패를 결정 짖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볼을 신체의 어느 부위로 어떻게 다루느냐의 방법론에는 극명한 차이점이 있다.
야구는 신체의 가장 자연스러운 손으로 축구는 가장 부자연스러운 발로 볼을 다룬다. 여기에서 특성상 야구는 투수 개인의 경기 지배율이 약 80%에 육박하지만, 축구는 전체 선수들의 경기 지배율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그래서 야구 보다는 축구가 콜드게임 패에 해당하는 대패를 당하게 되면, 이를 극복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지도자, 선수들의 정신적 안정이 필요하다. 그 대표적인 경기가 1997년 말레이시아 FIFA U-20세 이하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브라질전이었다. 한국은 브라질에 10골(3-10)이라는 소나기골을 허용하며 대패 1983년 멕시코 FIFA U-20세 이하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4강의 한국축구 빛나는 자존심을 구겼다.
그 후 1998년 제16회 프랑스 FIFA월드컵 본선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는 무기력한 경기 끝에 0-5 대패라는 수모를 당하면서, 팀을 이끌었던 차범근 감독은 국제경기에서의 대패로 한국축구 사상 초유의 FIFA월드컵 대회 중 경질이라는 불명예 감독이 되기도 했다. 결국 1998년 프랑스 FIFA월드컵 네덜란드전 대패는 한국축구에 많은 문제점과 숙제를 안겨줬고 그 후유증 역시 커, 1996년 개최되었던 아시아축구연맹(AFC)컵에서 한국은 이란에 후반전에만, 5골을 내주는 '전후후무'한 굴욕을 당하며 2-6으로 참패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래서 한국축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아부다비 치욕'의 날이 됐다.
▲ 스완지시티가 기성용의 결장으로 리버풀에 5-0으로 완패한 2월16일 EPL 경기장면.
축구는 90분 경기 동안 '천변만화'를 연출해 낸다. 이에 어느 팀이고 승리할 수 있고 또한 패할 수 있다. 그러나 야구의 콜드게임 패와 같은 3골차 이상의 대패는 지도자와 선수가 인정하고 받아들이기에는 결코 쉽지 않고 충격 또한 크다. 축구에서 3골차 이상의 골 차이는 역전승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설로도 굳어져 있다. 3골차를 역전시키지 위해서는 우선 선수들의 강한 정신력과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칫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 방법을 찾다보면, 선수들에게 더 큰 정신적 공황상태 및 체력적 극한점을 유발시킬 수 있는 것이 축구에서의 3골차 경기다.
1986년 멕시코 FIFA월드컵 본선 무대에 선 한국은 독일에서 뛰고 있던 차범근까지 가세시켜 필승 의지를 불태웠으나, 진작 아르헨티나에 0-3으로 뒤지다 후반 28분 박창선의 중거리슛으로 FIFA월드컵 사상 첫 득점의 감격을 맛보는데 그치며 예선 탈락하고 말았다. 여기에 2007년 캐나다 FIFA U-20세 이하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브라질 전에서도, 0-3으로 뒤지던 상황에서 연속골을 터뜨리며 추격했지만 끝내 2-3 스코어로 만족해야 했다.
이와 반대로 한국축구에 3골 차 이상의 신화를 창조한 경기는 존재한다. 1976년 제6회 박 대통령배국제축구대회 말레이시아와의 개막전에서 화랑 소속의 차범근은, 4-1로 뒤진 후반 38분께부터 7분여동안 3골을 몰아넣는 기적을 연출 한국축구의 전설로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1976년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열린 제5회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한국은 칠레에게, 4-0 야구의 콜드게임 같은 승리를 만끽하며 결승에 진출, 결국 우승을 차지 한국축구 첫 세계대회 제패의 찬란한 금자탑을 쌓았다.
뿐만 아니라 1985년 88대표팀은 일본 고베 유시버시아드대회 아시아 지역 1조 예선에서 홍콩을 상대로 무려 15골(1차전:15-0, 2차전:5-0)을 터뜨리는 골 퍼레이드를 벌였고, 2003년 U-18세 이하 아시아 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괌을 18-0, 2008년 U-18세 이하 아시아 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예선 조별리그에서 역시 괌을 맞아 28-0으로 승리, 우리나라 축구 역사상 최다 골 차로 승리를 거두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축구에서 야구의 콜드게임 패와 같은 대패 경기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사실 선수 기량과 팀 전력의 현격한 차이에서 나타나는 콜드게임 패 같은 승부는 당연하다. 그러나 선수 기량과 팀 전력에 관계없이 3골차 이상으로 승부가 갈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지도자의 지도력 미흡과 상대팀에 대한 분석 소홀, 팀 분위기 그리고 작전, 전술구사 미흡 및 선수들의 컨디션, 정신력 부재, 체력저하, 경기 중 돌발 상황 발생 등등 여러 가지 요인이 뒤따른다.
그러나 어떠한 요인이 존재하든 축구에서 3골차 이상의 대패는 지도자와 선수에게 참기 힘든 고통이고 아픔이며 무엇을? 어떻게?라는 강한 의문부호를 던져준다. 이에 지도자는 철저한 원인 분석을 통한 개인 및 팀 발전 대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그 답은 훈련 방법과 선수지도 및 관리부터 팀 분위기 쇄신 등 전반적인 변화의 필요성이다. 여기에서 서두르고 성급한 태도는 물론 강요나 심리적 압박감과 부담감을 안겨주는 행위는 개인, 팀 발전에 '백해무익'하여 금물이다.
야구의 콜드게임 패와 같은 대패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패배를 빨리 잊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훈련은 경쟁을 통한 훈련 보다는 기본기와 레크레이션(문화생활)을 위주로 하는 훈련이 바람직하며,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에 관한 사항도 관건이다. 아울러 훈련과 팀 분위기도 자유스러움(자유 시간)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또한 연습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는 팀을 선택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야구의 콜드게임 패 같은 대패의 충격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이래저래 축구에서 3골차 이상의 대패는 많은 숙제를 안겨준다. 그래서 개인 및 팀의 해법 찾기는 빠를수록 좋다. 이는 곧 발전의 지름길이다.
김병윤 / 전 서산농고 감독
자료출처 : 스포탛코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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