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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수첩] '빅버드 갑질사태' 전북-공단의 상생을 배우자

--김현기 축구

by econo0706 2022. 9. 22.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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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1. 11

 

K리그 구단이 경기장을 쓰는 최고의 방법은 직접 소유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법적으로 불가능하고(일본, 이탈리아 등 많은 국가들도 구단의 경기장 소유를 금지하고 있으니 한국만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 프로축구 현실에서 1000억원은 기본으로 들어가는 구장을 선뜻 짓겠다고 나설 구단도 찾기 힘들다. 프로야구 구단처럼 경기장을 장기 임대로 쓰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는데 이 역시 시간과 진통이 필요하다. 당장은 구단과 운영 주체가 머리를 맞대고, 가격과 활용 면에서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 ‘상생’하는 게 해답일 것이다.

최근 수원 삼성 구단과 수원월드컵경기장(빅버드) 운영 주체인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이하 재단)이 ‘독점적 상업권’을 중심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10년 넘게 곪았던 양측 갈등이 이번에 제대로 터졌다는 시각이 많다. 경기장을 지자체 산하단체가 운영하는 한국적 현실에선 아무래도 재단이 ‘갑’일 수밖에 없다. ‘을’에 가까운 수원 구단 입장에선 참을 만큼 참았다는 생각인 것 같다. 한편으론 양측 소통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수원 만큼은 아니어도 K리그 23개 구단 대부분이 경기장 활용에서 애로점을 안고 있는 게 현실. 그래도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구장을 알아봤더니 많은 축구인들은 우승팀 전북이 쓰고 있는 전주시 시설관리공단(이하 공단) 산하 전주월드컵경기장을 꼽았다. 당사자인 전북 구단이나 공단도 이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전북-공단은 어떻게 큰 불협화음없이 가장 롤모델이 되는 구장을 운영하고 있을까.

#1:축구장은 축구를 하는 곳

가장 인상적인 것은 공단이 전북 구단을 메인 고객으로 인정하고, 최대한 돕는다는 점이다. 전북 측은 “공단 직원 분들이 지역사회에서 많은 비판을 듣고 계실 거다”고 걱정했다. 사실 전주월드컵경기장도 세금으로 지어졌다. 전주시민이라면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개방하면 잔디나 시설 훼손이 심해져 주고객인 전북 구단 경기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게 문제다. 공단은 그래서 최대한 전북을 배려해 운영하고 있고, 전북은 좋은 환경 속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고 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 경기가 있을 때 보조구장을 개방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연고 구단 축구 경기가 열릴 땐 그 경기 지원에 전력투구한다’는 게 공단 측 생각이다. 축구장 중심에 축구를 놓고 있다.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이 수원 구단 승리를 기원하며 내건 현수막이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 외곽에 걸려 있다. / 김현기 기자 silva@sportsseoul.com


#2:‘가치 투자’,전북-공단-관중 모두 웃는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은 수 년 전 벤치 아래 땅을 파서 벤치를 밑으로 내린 적이 있었다. 본부석 바로 아래 전망 좋은 관중석 시야가 가려지기 때문이었다. 공단은 수천만원을 들여 땅파기 공사를 진행했고, 전북 구단은 최신식 의자를 벤치에 설치했다. 전북은 이 과정에서 단순해 보이는 벤치 재설치 작업에 얼마나 큰 노고가 들어가는지를 깨달았다. “거기 묻혀있는 배수관을 다시 틀어야하고 공단 측 비용이 크게 들었다”는 게 구단 설명이다. 서포터 응원을 위해 의자를 뜯어낸 것이나, 좌석 배열이 길어 중간에 계단을 새로 만든 것도 양 측 합작품이다. 프로축구 관계자는 “공단 투자로 전북 티켓 판매에 플러스 요인이 되면, 공단도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 관중도 혜택을 받는다. 이게 바로 가치 투자 아닌가”라고 했다.

#3:소통이 있어야 상생-공생도 있다

마지막은 대화와 소통이다. 공단은 2~3개월에 한 번씩 ‘월드컵의 날’이란 이름 아래 전주월드컵경기장 입주사들과 축구 경기 등을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소주 한 잔도 기울이게 되고, 서로의 애로점도 토로한다. 전북은 “처음엔 우리와 공단이 운동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그게 ‘월드컵의 날’로 확산됐다”고 했다. 최근 프로스포츠엔 자생이 화두다. 그러나 당장 자립을 실현하기는 어렵다. K리그도 이해 집단과의 공생, 상생이 우선되어야 추후 자생도 가능하다. 그 기반은 대화와 소통이어야 한다는 게 양측 입장이다.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자료출처 :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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