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21.
붙은 불을 잘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
스플릿라운드로 접어든 K리그 클래식을 두고 하는 말이다. 17~18일 열린 그룹A(상위리그) 첫 경기에서 선두 전북과 2위 수원이 모두 덜미를 잡혀 상위권은 더 좁혀졌다. 우승은 몰라도 일단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판도는 예측불허가 됐다. 그런데 일정이 아쉽다. 24~25일 스플릿 2라운드를 마치고 나면 각 구단은 2주간 쉬어야 한다. 3라운드를 치른 뒤 2주간 또 쉰다. “중요한 시기에 홈 경기를 한 달에 한 번 치르면 팬들도 축구를 잊는다”는 의견을 각 구단이 이구동성으로 내는 이유다. 틀린 말이 아니다. 시즌 초·중반 주중 경기가 툭하게 열려 팀들을 힘들게 했던 일정표와도 뚜렷하게 비교된다.
현재 12개팀이 팀당 3번씩 총 33경기를 치르고, 거기서 상·하위 6개 구단씩 나뉘어 스플릿라운드를 벌이는 리그 방식은 지난 해부터 채택됐다. 지난 해 초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상·하위리그가 구단마다 딱 5경기씩 열린다”며 “팀당 12~14경기로 다소 지루했던 2012~2013년 스플릿라운드보단 압축된 느낌이 날 것이다. ‘매 경기 결승전’ 같은 분위기, 플레이오프처럼 진행되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중상위권 팀이 ‘도장깨기’식 연전 연승으로 우승 내지 준우승하는 그림도 가능하고, 그러면 관중몰이도 잘 되지 않겠는가란 뜻이다. 논리적으론 합당했다. 다만 5경기가 촘촘하게 붙어있어야 흥행 폭발도 이뤄질 수 있다. K리그 위상을 고려할 때 2주씩 리그가 중단되면 많은 이들이 그 ‘바람’을 잊기 마련이다. 2007년 포항 우승을 떠올려보자. 당시 포항이 ‘가을의 전설’로 회자된 이유는 6강 플레이오프부터 챔피언결정전까지 5경기를 3주 남짓한 기간에 모두 소화하며 바람을 일으켰기 때문이기도 하다.
▲ 2015 K리그 클래식이 4일 경기를 끝으로 스플릿 라운드에 돌입한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News1
올해 스플릿라운드 일정이 이렇게 늘어진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우선 11월 12~17일에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5~6차전이 열린다. 다음으론 오는 31일 FA컵 결승전(서울-인천)이 꼽힌다. K리그 구단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조기 탈락한 것도 있다. 프로연맹은 K리그 팀이 ACL 준결승 2차전(10월21일) 결승(11월7일·21일)에 나설 경우, 해당 구단을 배려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예비일이 필요했고, FA컵 다음 날인 11월1일(일요일) 등을 비워놓았던 것 같다.
프로연맹을 탓할 생각은 없다. 연맹은 한 팀이 K리그 클래식과 ACL, FA컵 우승에 모두 도전하는 ‘가장 힘든’ 시나리오까지 만들어 준비하고 일정을 짰다고 본다. 현실이 정반대여서 문제가 됐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스플릿라운드 일정이 늘어지는 현상도 맞지는 않다. 차근차근 정리하면 해법도 보인다. 우선 A매치는 손 댈 수 없으니 그냥 놔두는 게 맞다. 다음이 FA컵인데, 주최자인 대한축구협회가 준결승과 결승을 묶어 스플릿라운드 이전 혹은 정규시즌 종료 뒤 1주일 사이에 집중적으로 여는 것은 어떨까 한다. 일본은 12월 말 8강부터 시작, 매해 1월1일 FA컵 결승을 치르는 게 전통이다. 날씨 문제를 고려하더라도, 이참에 한국 FA컵 만의 전통과 방식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싶다. 이렇게 스플릿라운드 중간에 결승을 열어 다른 10개 구단이 모두 쉬는 것이 옳은가는 의문이다. ACL이 남았는데, 연맹과 각 구단이 지혜를 모은다면 스플릿라운드 ‘압축성’을 유지하면서 ACL 준결승·결승 진출 구단도 수긍할 해법 및 원칙이 도출 가능하다고 믿는다.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자료출처 :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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