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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수첩] 승부 아닌 스토리…청춘FC가 K리그에 주는 메시지는?

--김현기 축구

by econo0706 2022. 9. 20.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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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0. 28

 

‘축구 미생’ 도전을 조명한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이 24일 끝났다. 당초 예정된 12회를 넘어 4회나 더 전파를 타는 등 예능으로선 성공했다. 이젠 청춘FC가 한국 축구, 그리고 K리그에 남긴 것들을 보고 싶다.

종영을 앞두고 청춘FC에 대한 시각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우선 K리그 챌린지 선발팀과 대결에 따른 극히 부정적 시각이다. 축구로 봤을 때 청춘FC는 ‘형편 없는 선수들이 모여 예능을 위해 그럴 듯하게 포장된 팀’이다. 그런 팀이 프로구단 핵심 선수들을 불러 경기하고 있으니 ‘넌센스’인 것은 당연하다. 청춘FC가 ‘선’, K리그 챌린지가 ‘악’의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해석도 있었다. ‘K리그 챌린지 서포터스 연합’이 경기를 반대했고, 축구 언론도 이를 다뤘다. 반면 다른 하나는 청춘FC가 만들어낸 ‘팬덤’에 대한 놀라움이다. 청춘FC는 서울이랜드와 성남FC, FC서울, 그리고 K리그 챌린지 선발팀과 경기를 치렀다. 그런데 청춘FC를 보기 위해 몰려든 풍경들은 매번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고,특히 K리그 챌린지 선발팀과의 격돌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A매치 다음 날, 평일 낮 열린 경기에 유료관중이 무려 4000여명이나 몰려들었다.

 

▲ 청춘FC와 K리그 챌린지 선발팀이 14일 잠실올림픽경기장에서 대결하고 있다. / 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앞서 언급했지만 청춘FC에서 실제로 프로에 뛸 만한 선수는 거의 없다. 기량만 보면 청춘FC는 K리그 클래식은 물론 챌린지하고도 훨씬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많은 프로 구단을 능가할 만한 팬덤을 단시간 내에 구축했고, 유지했다. 이유는 뭘까. 결국 축구를 매개체로 프로그램이 성사됐지만 축구 그 뒤에 있는 휴먼스토리와 감동이 시청자들을 텔레비전 앞으로 이끌지 않았을까. 그리고 거기에 정말 동화된 이들이 평일 낮이란 악조건까지 감수하며 운동장을 찾지 않았을까. 청춘FC를 시원찮게 보는 축구관계자들도 “대표팀 레벨이 아님에도 선수들 인생사를 조명하고 다뤄주니 축구란 종목도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은 맞다”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청춘FC엔 멤버 21명 축구를 떠나 개개인의 땀과 눈물이 담겨 있고, 도전과 미래가 담겨 있다. 축구를 잘 하고, 경기를 이기는 것은 다음인 셈이다.

 

▲ 청춘FC의 안정환 감독 / TV 화면 캡처

 

청춘FC에서 K리그, 더 나아가 한국 축구 반전의 희망도 찾아본다. 국민 모두가 축구팬이고, 공만 차도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유럽이라면 이런 프로그램 자체도 없을 것이고, 아마도 일개 아마추어 팀이 2부리그 올스타와 격돌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K리그는 수십년 째 ‘언더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축구 행정기관과 구단, 지도자, 선수, 미디어 등이 여전히 축구 자체와 승패, 순위에만 극도로 매달리다 더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축구는 이런 거야’란 고정관념에 빠져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방법을 놓치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청춘FC와 K리그 챌린지 선발팀 맞대결 논란은, 한 발 비켜서 보면 소수가 만들어낸 지엽적인 논란이었는 지도 모르겠다.

물론 지상파 예능이라는 막강한 수단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방향을 제시했다는 것으로도 청춘FC는 의미가 있다. 수준 높은 플레이가 아니어도, 우승 트로피가 아니어도 축구가 살아갈 방법을 그들이 가르쳐준 것은 아닐까.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자료출처 :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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