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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축탁축(淸蹴濁蹴)] '전방위 폭격기' 손흥민, 콘테에게 필요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최규섭 축구

by econo0706 2022. 9. 2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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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1. 01

 

새해 들어 우리 나이 서른하나를 맞이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에겐 어떤 옷이 가장 잘 어울릴까? 축구에 관한 한 다재다능한 그를 보노라면 일 만한 생각이다. 폭풍 같은 질주, 침착한 판단력, 빼어난 골 결정력이 완벽에 가깝도록 어우러진 테크닉을 바탕으로 한 몸놀림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그뿐이랴. 양발을 능숙하게 사용할뿐더러 헤더 솜씨까지 두루 갖춘 그는 분명 어느 면으로 보나 영롱하게 빛을 발하는[八面玲瓏·팔면영롱] ‘축구 기재(奇才)’다.

특히, 공격 전 포지션을 빼어나게 소화하는 능력이야말로 손흥민의 최대 강점이라 할 만하다. 어떤 위치에 포진해 무슨 역을 펼치든 간에, 지닌 역량을 십분 발휘하는 그는 감독에겐 보배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팔방미인’인 그를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그만큼 전술 운용의 폭을 극대화할 수 있으니, 어떤 사령탑이든 그를 아끼지 않을 리 없다.

 

/ ⓒGettyimages


누누도 콘테도 손흥민을 다각도로 활용하는 전술 운용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는 손흥민의 재능이 한껏 두드러지게 표출된 한마당이라 할 만하다. 팀이 위기에 맞닥뜨렸을 때도, 상승세를 타고 박차를 가할 때도 그의 재능은 공격 다방면에서 돋보였다. 간난에 처했던 누누 산투 감독도, 구원의 길라잡이로 긴급 투입된 안토니오 콘테 감독도 그를 다각도로 활용하는 데서 묘방을 구하려 했다.

이에 따라, 손흥민은 ‘일인다역’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센터포워드를 비롯해 좌우 윙어로 포진해 최전방을 누비며 골 감각을 뽐냈고, 가운데 또는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해 중원과 일선을 휘저으며 세컨드 스트라이커의 자질을 과시했다.

 

 / ⓒGettyimages

 

이번 시즌 공격 일선에서, 손흥민은 크게 네 가지 소임을 소화했다. ▲ 4-3-3 또는 4-3-2-1 전형에서 센터포워드를 ▲ 4-3-3 또는 5-3-2 전형에서 포워드(中-左-右)를 ▲ 4-2-3-1 전형에서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를 ▲ 3-4-2-1 전형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를 각각 연기했다(표 참조).

손흥민은 센터포워드로 이번 시즌의 막을 열었다. 개막 맨체스터 시티전(8월 15일·이하 2021년 현지날짜)에서, 결승골을 낚아 7.59점의 평점(이하 후스코어드닷컴 기준)을 받으며 산뜻하게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렇지만 다른 두 경기에선,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며 6점대 평점에 머물렀다. 이 영향으로,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뛴 3경기 평균 평점은 6.74점에 그쳤다.

손흥민은 최전방에선 어떤 위치든 가리지 않고 빼어난 연기력을 보였다. 가운데를 비롯해 왼쪽과 오른쪽 포워드로 각각 한 경기씩에 나서 3골을 터뜨리는 놀라운 득점력이 무척 도두보였다. 평균 평점도 7.52점으로 높았다. 이번 시즌 평균 평점(7.19)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누누 감독 시절에, 손흥민은 10월 4경기에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장했다. 들쑥날쑥 기복이 심했던 경기들이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선 결승골의 주인공이 되며 7.37점을 받았으나,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전에선 이번 시즌 유일한 5점대 평점(5.98)으로 부진했다. 이 때문에, 평균 평점(6.67점)은 네 가지 배역 가운데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낮았다.

/ ⓒGettyimages 

 

콘테 감독의 전형 변화에 힘을 싣는 손흥민의 전방위 소화 능력

손흥민과 콘테 감독은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토트넘 부활의 중책을 짊어질 중핵으로 그를 낙점한 콘테 감독의 판단이 옳았음을 손흥민은 객관적으로 입증해 보이고 있다. 그의 배역 전환을 통해 나락에 빠진 팀을 구하려는 콘테 감독의 구상은 가파른 상승 곡선으로 나타났다.

콘테 감독은 토트넘 사령탑에 앉으면서 손흥민의 역에 변화를 줬다. 3-4-2-1 체제로 포메이션을 전환하며 그를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세컨드 스트라이커로 기용했다.

11월 7일 에버턴전부터 토트넘을 지휘한 콘테 감독은 자신의 체제 아래서 치른 7경기 가운데에서 6경기에 손흥민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했다. 이 6경기에서, 손흥민은 최고의 활약상을 펼쳤다. 12월 2일 브렌트퍼드전부터 12월 26일 크리스털 팰리스전까지 3경기 연속 골을 바탕으로 3골 1어시스트를 결실했다. 두 번의 8점대 경기(노리치 시티·크리스털 팰리스)를 비롯해 평균 평점이 7.60점으로 가장 높았다.

물론 팀도 완연히 상승세에 접어들었음이 엿보였다. 4승 2무로 패배를 몰랐다.

나머지 한 경기에선, 손흥민은 최전방 포워드로 나섰다. 12월 19일 5-3-2 시스템으로 맞선 리버풀전에서, 해리 케인과 투톱을 이뤄 공격을 이끌었다. 그는 후반 29분에 2-2 동점골을 뽑아내 콘테 감독이 무패 가도를 이어 가는 데 일등 공신으로 활약했다.

이상에서 보듯, 손흥민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은 3-4-2-1 전형의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어떤 옷이든 멋들어지게 소화해 내는 그다. 그래도 제일 말쑥한 옷차림새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포진했을 때 연출됐다.

/ ⓒGettyimages

 

그런데 한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12월 28일 사우샘프턴전에서 나타났듯, ‘공간 창출’이었다. 콘테 감독이 즐겨 운용하는 3-4-2-1 전형은 그동안 대인방어로 나선 상대의 압박을 어렵지 않게 벗겨 냈다. 그런데 경기 도중 한 명이 퇴장당해 지역방어로 맞선 사우샘프턴전에선, 중앙에 밀집된 수비진을 뚫는 데 애먹는 모습이 엿보였다. 원 톱과 두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가 가운데로 몰리며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곤혹스러워하는 모양새였다.

이 맥락에서, 콘테 감독도 경기 상황에 따른 전형 변화의 비중을 더 높여야 할 듯싶다. 5-3-2 시스템을 썼던 리버풀전은 그래서 참고할 만하다.

콘테 감독은 전형 변화를 충분히 꾀할 수 있다. 다기능을 갖춘 ‘전방위 폭격기’ 손흥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콘테 감독을 행복하게 하는 그다.

 

최규섭 /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자료출처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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