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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축탁축(淸蹴濁蹴)] '득점력 실종' 메시, '골 침묵' 깰 날 눈앞

--최규섭 축구

by econo0706 2022. 9. 2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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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2. 25. 

 

“물고기도 제 놀던 물이 좋다 한다.” 나서 자란 고향이나 익숙한 곳이 생소한 데보다 나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우리네 속담이다. 물고기조차도 제가 나서 자란 곳을 못 잊는데, 하물며 사람은 무엇하랴.

‘신계의 사나이’. 리오넬 메시(34·파리 생제르맹)를 일컫는 말이다. 천상계에서나 볼 수 있음 직한 신기(神技)의 몸놀림을 펼치는 그가 내뿜는 마력(魔力)에 취한 축구팬들의 찬사가 깃든 애칭이다.

그런 메시가 요즈음 이상하다. 경탄을 자아내는 플레이를 바탕으로 손쉽게 골을 뽑아내던 그의 빼어난 솜씨를 좀처럼 보기 힘든 2021-2022시즌이다. 물이 바뀌어서인가.

메시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놀던 물을 옮겼다. 소년 시절부터 줄곧 축구 열정을 불살랐던 바르셀로나를 떠나 파리 생제르맹으로 물줄기를 틀었다. 당연히 물도 스페인 라 리가(프리메라리가)에서 프랑스 리그 앙(1)으로 바뀌었다.

“물고기는 물을 떠나 살 수 없다.” 역시 예로부터 전해지는 속언으로, 활동하는 데에 자신에게 걸맞은 터전이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 쓴다. 그렇다면 얼핏 메시에게 리그 1은 어울리지 않는 물로 보인다. 과연 그럴까?

 

‘대어’ 메시, 라 리가를 마음껏 휘저어

2004년, 메시는 라 리가와 첫 연(緣)을 맺었다. 그해 10월 16일(이하 현지시간), 라 리가 2004-2005시즌 RCD 에스파뇰전에서 처음 뛰놀았다. 그리고 이듬해 5월 알바세테전에서 첫 골을 터뜨렸다.

이에 앞서 라 리가 하부 리그에서, 메시는 대어로서 자랄 편린을 내비쳤다. 스페인 프로축구 4부리그인 테르세라 디비시온 2003-2004시즌 10경기에서 5골을, 3부리그인 세군다 디비시온 2004-2005시즌 17경기에서 6골을 각각 기록하며 잠재력을 높게 평가받았다.

 

라 리가는 메시에게 최상의 물이었다. 메시는 거침없이 뛰놀며 경악할 만한 득점력을 마음껏 분출했다. 2006-2007시즌 드디어 첫 두 자릿수 골(14)을 떠뜨린 데 이어 해가 거듭될수록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표 참조). 2008-2009시즌 20득점대(23), 2009-2010시즌 30득점대(34)에 연거푸 올라섰다.

2008-2009시즌은 메시에게 큰 의미를 띠며 다가섰다. 35경기에서 34골을 낚아 경기당 평균 한 골에 가까운(0.97) 놀라운 골 솜씨를 뽐내며 첫 득점왕의 영예를 안았다.

 

2011-2012시즌에, 메시는 활화산을 연상케 할 만한 폭발력을 선보였다. 37경기에서 50골을 터뜨려 전 세계 축구팬을 아연케 했다. 경기당 평균 1.35골로, 두 번째 득점왕에 등극했다.

메시는 득점왕 5연패(2016-2017~2020-2021시즌)를 바탕으로 통산 8회라는 믿기 힘든 금자탑도 쌓았다. 컵대회를 포함한 모든 경기에서, 한 시즌 최다골(60경기-73골-경기당 평균 1.22골) 기록도 물론 그가 갖고 있다.

메시가 라 리가에서 뛴 17시즌(2004-2005~2020-2021)은 그의 시대였다. 그는 라 리가 역사를 온통 그의 빛나는 기록으로 수놓았다. 라 리가 각종 최다골을 그의 몫으로 만들었다. 가장 눈부신 통산(520경기-474골-경기당 평균 0.91골)을 비롯해 ▲ 한 시즌(50골·2011-2012) ▲ 한 해(59골·2012년) 등에선, 그의 화려한 골 자취가 배어난다.

가공할 득점력만이 아니었다. 메시의 놀라운 능력은 어시스트에서도 묻어났다. 라 리가 통산(192개)와 한 시즌(21개·2019-2020) 최다 어시스트의 영광을 차지한 존재는 그였다.

■ 메시 시즌별 득점 추이

※ 현지 시간 12월 25일 현재, ✭는 득점왕

골 침묵 깨고 기지개 켤 날 머지않아

리그 1에서, 메시의 득점력은 실종되다시피 했다. 상대 수비진의 간담을 서늘케 하며 곤혹스럽게 하던 그의 골 솜씨는 어디론가 사라진 듯 찾기 힘들다.

메시가 리그 1에서 처음 맞이한 2021-2022시즌에 나타난 객관적 기록에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11경기에 나와(교체 3·현지 시간 12월 25일 현재) 단 한 골만을 넣었을 뿐이다. 여섯 번째 출장 무대인 낭트전에서, 유일한 골맛을 봤다. 866분을 소화하며 고작 한 번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울 정도다. 왜 그럴까?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은 것도 아니다. 평점(후스코어드닷컴 기준)을 보면 8점 이상을 받은 경기가 셋에 이른다. 11경기 평균 평점이 7.38로, 팀 내에서 킬리안 음바페(7.80점)와 네이마르(7.46점)에 이어 세 번째다. 물론 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던 시절을 되돌아보면 만족할 만한 활약은 아니지만, 그래도 준수할 만한 몸놀림이다. 4개의 어시스트를 고려하면 더 그렇다.

물을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로 바꾸면, 골 침묵 원인을 찾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결선 라운드를 앞둔 UCL 2021-2022시즌, 메시는 그다운 활약을 펼쳤다. 조별 라운드 5경기에서, 5골을 작렬했다. 2골을 터뜨린 클럽 브뤼헤(벨기에)전에서 기록한 9.89점을 비롯해 경기당 평균 평점이 7.96점에 이르렀다.

2021 코파 아메리카에서, 메시는 조국 아르헨티나의 품에 우승컵을 안겼다. 이 대회에서, 골든 볼(최우수 선수)과 골든 부츠(득점왕)도 휩쓴 그였다.

이 모든 면을 고려할 때, 메시의 골 침묵은 일시적으로 여겨진다. 단지 그 시기가 언제쯤일지에 눈길이 가는데, 오래가지는 않을 듯싶다. 물이 바뀐 데서 온 한시적 현상으로 보인다. “메시가 이상하다.”라는 말이 나올 때면, 늘 섣부른 예단이라고 외치듯 크게 기지개를 켰던 그였다.

리그 1은 19라운드를 마치고 보름 동안의 달콤한 휴식기에 들어갔다. 내년 1월 8일 후반기 일정에 들어가는데, 메시의 골 사냥이 재현되리라 기대된다.

명품은 시간의 흐름을 거부한다. 아니, 오히려 쌓인 세월의 더께를 바탕으로 한결 빛을 발한다. 아직은 인간계에 낯선 메시다.

 

최규섭 /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자료출처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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