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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史說] 다저스 로버츠 감독의 변칙야구 도마에

--손장환 체육

by econo0706 2022. 9. 29.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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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0. 22

 

한국 프로야구는 올림픽 출전 때문에 아직 정규리그가 진행 중이나 미국은 이미 포스트시즌이 한창이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인 LA 다저스는 올해 샌프란시스코에 지구 우승을 내주더니 와일드카드로 올라와서 샌프란시스코를 이겨버렸다.

다저스는 과거 박찬호와 류현진이 뛰었던 팀이라 한국에도 팬이 많았다. 지금은 아무 연고가 없는데도 '우리 팀'으로 응원하는 팬이 여전히 많은 것은 의아하다. 다저스를 응원하면서도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돌버츠'라고 놀리는 팬도 꽤 있다. 구단의 빵빵한 지원과 호화 선수 덕분에 매번 지구 우승은 하지만 번번이 월드시리즈 우승에 실패한 것은 감독이 멍청하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계속 좋은 성적을 거둔 로버츠 감독으로서는 한국의 팬들에게 그런 평가를 받는 게 억울할 만하다. 드디어 지난해 월드시리즈를 제패함으로써 제 평가를 받나 했는데 얼마 가지 못했다. 올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보여준 그의 변칙 플레이에 화가 난 팬들은 다시 '돌버츠'라는 별명을 소환했다.

1차전에 '오프너'를 쓴 것은 수긍할 만했으나 2차전까지 오프너 전략을 쓴데다 4차전 선발로 예정돼 있던 유리아스를 8회에 올린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다. 결과가 좋았으면 '신의 한 수'였겠지만 미안하게도 그 반대였다. 쓸데없이 전력을 낭비하고, 경기에도 졌으니 감독에게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변칙'은 말 그대로 원칙을 바꾼 것이고, 정도를 벗어난 것이다. 꼭 필요할 때,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이 생각하지 못한 '묘수'를 찾아내는 것은 칭찬받을 일이다. 그러나 변칙은 어디까지나 변칙이다. 남발하면 토대가 무너진다. 상대방도 속지만 우리 편도 속기 쉽다.

 

▲ 올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보여준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왼쪽 동그라미)의 변칙 플레이에 화가 난 한국팬들은 다시 '돌버츠'라는 별명을 소환했다. 사진=LA 다저스 / 이코노텔링그래픽팀.

어떤 종목을 막론하고 감독은 확실히 어려운 자리다. 어지간해서는 좋은 소리 듣기 힘들다. 소위 팬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결과가 좋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과정도 자기 마음에 들어야 만족한다.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켜야 비로소 '명장'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수많은 우승 감독 중에 명장은 몇 명 되지 않는 이유다.

1990년대 프로축구에서 성남 일화를 3년 연속 우승으로 이끌었던 박종환 감독을 명장이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는 그 과정이 매우 어수선(?)했기 때문이다. 최동원의 한국시리즈 4승으로 기억되는 1984년 프로야구 우승팀 롯데의 강병철 감독도 무지막지한 무리수의 남발 때문에 결코 명장이라고 부를 수 없다.

1994년,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마지막 우승을 이끌었던 이광한 감독 생각도 난다. 당시 LG의 '신바람 야구' 돌풍은 대단했다. 야구광이었던 고 구본무 회장이 모든 회의를 야구로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당시 신문에서는 우승팀 스토리와 함께 우승 감독에 대한 박스 기사를 반드시 썼다.

우승하기까지 감독의 기막힌 용병술과 작전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광한 감독은 쓸 게 없었다. 당시 LG는 우승하기까지 위기도 없었고, 고비도 없었다. 선수들이 잘 던지고, 잘 치는데 감독이 할 일이 있을 리가 없다. 그래서 나온 용어가 '자율 야구'였다. 이광한 감독은 자율 야구의 대명사가 됐으나 뒤집어보면 이것처럼 허망한 말이 없다. 이광한 감독도 명장 소리는 못 들었다.

요즘 예능 대세가 된 '농구 대통령' 허재가 감독 스트레스를 호소한 적이 있다. 감독을 짓누르는 압박은 선수 때와는 비교할 수 없게 크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이 무척 행복하다는 얘기다.

가끔은 감독 편에 서고 싶을 때가 있다. 그 스트레스가 이해되고, 실제 이상으로 욕을 먹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욕받이'가 감독의 운명이라지만 잘못된 책임을 모두 감독에게 돌리는 것도 정도는 아니다.

 

손장환 편집위원 inheri2012@gmail.com

자료출처 : 이코노텔링(econotelling)(http://www.econotell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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