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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史說] '벤투의 매직' 이제 시작되나

--손장환 체육

by econo0706 2022. 10. 3.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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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1. 17

 

한국 축구대표팀이 17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이라크를 3-0으로 꺾었다. 4승 2무(승점 14)가 된 한국은 이란(5승 1무, 승점 16)에 이어 조 2위를 지켰으나 3위 팀과의 승점 차가 워낙 커서 10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은 무난해 보인다.

원정경기 승리, 모처럼 대승 등 밤잠을 반납한 보상도 쏠쏠했으나 그보다는 파울루 벤투 감독에게서 히딩크의 향기가 솔솔 흘러나온 것이 더 좋았다. 지난 11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전을 앞두고 황의조(보르도)와 김영권(오사카) 등 공·수의 주축이 부상으로 빠졌다. 벤투 감독은 지금까지 거의 주전 선수를 바꾸지 않았기에 과연 이번에 난 자리를 어떻게 채울 것인지 궁금했다. 그 자리를 조규성(김천상무)과 권경원(성남)이 훌륭하게 채우며 2연승 했다. 개인의 뛰어난 능력으로 해석할 수도 있으나 조직력의 힘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 UAE에 1-0로 승리했으나 골대만 세 차례 맞추는 등 경기 자체는 압도했고, 이라크전에서는 경기 내용과 결과 모두 완벽한 승리였다.

2018년 8월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벤투 감독이 3년 3개월 만에 이제야 열매를 맺는 것 같다. 불과 2개월 전, 최종예선 초반만 해도 실망의 연속이었다. 홈 경기임에도 짜임새 있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채 이라크와 0-0으로 비기고, 레바논에는 1-0으로 겨우 이겼다. 전임 감독이 된 지 3년이 넘도록 도대체 무슨 전략을 짜고, 어떤 훈련을 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팀의 주축인 손흥민(토트넘)이 공격의 빈도를 높이고, 김민재(페네르바체)가 수비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조금씩 벤투 감독이 원하는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 2018년 8월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벤투 감독(사진)이 3년 3개월 만에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이라크를 3-0으로 꺾으면서 노력의 결실을 맺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 이코노텔링그래픽팀.

바로 여기에서 히딩크의 향기가 난다. 2002 월드컵 공동 개최국으로서 16강 목표를 위해 '모셔온' 히딩크는 2000년 12월 부임한 지 1년이 넘도록 자기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 2001년 5월 프랑스에 0-5로 지고, 8월에도 체코에 0-5로 대패했다. 히딩크는 "지더라도 유럽 강팀과 자꾸 붙어야 한다"고 했다. 월드컵을 불과 5개월 앞둔 2002년 1월 미국 골드컵에서는 미국에 1-2로 지고, 약체 쿠바와 0-0으로 비겨 경질설이 나오기도 했다. 그때도 히딩크는 고집스럽게 "우리 목표는 골드컵이 아니고, 월드컵"이라고 했다. 그 결과는 모두 아는 바다.

벤투와 히딩크가 같을 수는 없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선수들의 반응이다. 골드컵 참사로 대부분 한국언론이 기자들을 철수시켰을 때 당시 데스크였던 나는 취재 기자에게 "선수들 분위기는 어떤지" 물었다. "선수들 분위기는 좋고, 히딩크를 신뢰한다"는 대답을 듣고 나서 남미 전지 훈련까지 동행하도록 했다. 이번에도 선수들의 반응은 "2014년이나 2018년 때보다 분위기가 좋다"고 한다. 그래서 일단 벤투에 대한 의심은 접기로 했다.

남은 최종예선에서 조직력을 극대화하고, 본선에서 유럽, 중남미, 아프리카의 강팀들과도 대등한 경기를 펼칠 것을 기대한다.

 

손장환 편집위원 inheri2012@gmail.com

자료출처 : 이코노텔링(econotelling)(http://www.econotell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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