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11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팬들은 올해도 좌절했다.
시즌 막바지까지 정규리그 우승을 다툴 때만 해도 LG 팬들의 기대치는 한없이 올라갔다. '꾀돌이' 유지현 감독이 새로 팀을 맡았고, 탄탄한 투수진을 바탕으로 올해야말로 27년 만에 우승을 노려볼 만했다. 켈리와 수아레스라는 뛰어난 외국인 투수에다 임찬규, 이민호 등 국내 선발도 좋았다. 여기에 정우영, 진해수, 이정용, 김대유, 최성훈, 김윤식, 백승현 등 막강한 불펜진이 대기하고, 최고의 마무리 투수 고우석까지 보유했다.
KT, 삼성과 함께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다가 뒷심 부족으로 3위에 그쳤으나 팬들의 기대치는 떨어지지 않았다. 다시 유광점퍼를 꺼내입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대했다.
그러나 준플레이오프에서 4위 두산에게 1승 2패로 발목을 잡혔다. 한국시리즈는커녕 시작하자마자 탈락해버린 것이다. 팬들은 가을야구에서 단 1승의 기쁨을 누렸을 뿐이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팬들의 충성심을 따지자면 호남을 대표하는 기아와 '야구의 고장' 부산의 롯데가 1, 2위를 다툰다. 서울을 연고지로 하는 LG와 두산의 팬들도 여기에 뒤지지 않는다.
두산은 작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그중 세 차례 우승 등 팬들의 성원에 충분히 보답했다. 올해는 정규시즌 4위였으나 포스트시즌에서 끈질긴 투혼으로 팬들에게 예상치 않은 기쁨까지 선사하고 있다.
하지만 LG 팬들은 다르다. 마지막 우승이 1994년. 그 후로 매년 시즌 초반에는 잘하다가 후반에만 가면 순위가 떨어진다고 해서 'DTD(떨어질 팀은 떨어진다)'라는 놀림까지 받았다.
20년 넘게 그런 대접을 받았으면 포기할 만도 한데 LG 팬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의 충성심에 존경의 의미를 담은 박수를 보낸다.
▲ LG트윈스는 준플레이오프에서 4위 두산에게 1승 2패로 발목을 잡혔다. 자료=LG트윈스 / 이코노텔링그래픽팀.
프로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산다. 더이상 짝사랑이 시들기 전에 팀이 팬들에게 보답해야 한다. LG의 문제는 거의 타격에서 나왔다. '타격은 믿을 수가 없다'지만 LG의 타선은 항상 조금씩 부족했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채은성이 4번 타자였다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채은성은 거포가 아니다. 3번 김현수도 중장거리 타자다. 5번 자리에 김민성과 유강남이 번갈아 섰지만 이들 역시 홈런타자는 아니다. 4번 역할을 해줘야 할 외국인 타자는 보이지 않았다. '거포가 없는 팀'이 LG의 팀 컬러인 셈이다.
LG는 전통적으로 잠실야구장의 특성상 타율이 낮은 홈런타자보다는 타율이 높은 중장거리 타자를 선호했다. 괜찮은 전략이지만 문제는 상대 투수가 겁을 먹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성적이 나쁘다면 팀 컬러를 바꿔볼 만한데 LG는 그러지 않았다. 대표적인 선수들이 기아 김상현, 키움 박병호, 두산 양석환 등이다. 이들은 LG에서 트레이드된 이후 홈런을 펑펑 터뜨려 '탈쥐 효과(LG를 떠나면 성적이 좋아진다)'라는 용어까지 나왔다.
10여 년 전, 그때도 LG 대표와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별로 귀담아 듣는 것 같지 않았다. 내가 특정 팀에 대해 걱정을 하거나 잘 되기를 바랄 이유가 없다. 다만 팬들이 애처롭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프로 구단은 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LG가 거포를 키우거나 데려온다고 해서 당장 성적이 잘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구단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이유로 롯데 구단도 제발 잘했으면 좋겠다. 뭔가 해보려고 메이저리그 구단 직원 출신 단장도 데려왔는데 아직 달라진 게 보이지 않는다. 저렇게 야구를 좋아하고, 롯데를 좋아하는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손장환 편집위원 inheri2012@gmail.com
자료출처 : 이코노텔링(econotelling)(http://www.econotell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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