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08. 07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금자씨는 친절했다. 모두가 좋아했고 모두가 칭찬했다. 그러나 금자씨의 친절은 가장된 친절이었다. 필요를 채운 뒤 금자씨는 “너나 잘하세요”라고 내뱉었다. 야구로 치면 ‘거짓 사인’이었고 ‘페이크 번트’였고 사구를 맞은 뒤 1루로 걸어나가는 주자의 절뚝거림이었다(이런 주자는 꼭 초구에 도루를 성공시킨다).
금자씨는 겉으로라도 친절했지만, 메이저리그 홈런 기록을 새로 써 나가고 있는 배리 본즈는 겉으로도 꽤나 불친절하다. 미국의 스포츠일러스트레이트(SI)가 지난 5월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클럽하우스에서 가장 친절한 선수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노장 1루수 션 케이시가 뽑혔고, 가장 불친절한 선수로 본즈가 1위를 차지했다.
홈런 때문에 모두의 관심이 쏠린 요즘도 툭하면 라커룸에서 “질문 말라(No question)”고 요구한 채 등을 돌리기 일쑤다.
2001년 본즈가 때렸던 73호 홈런볼이 2003년 경매에 부쳐졌을 때, 마크 맥과이어의 1998년 70호 홈런볼의 가격 300만달러에 훨씬 못 미치는 51만7500달러에 낙찰되자, 샌프란시스코 라커룸에서 지켜 보던 본즈는 수많은 기자들 앞에서 F로 시작하는 4자짜리 단어 1개만을 남긴 채 어디론가로 사라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불친절한 본즈씨’는 이기적이고, 그래서 팀워크를 해치는 나쁜 사람일까. 샌프란시스코 감독이었던 더스티 베이커는 “그는 고독하지만 항상 준비가 돼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되레 본즈씨의 불친절은, 금자씨와는 반대로, 가장된 불친절일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의 마지막 4할타자 테드 윌리엄스가 말했듯이 주변 사람들을 모두 적으로 만들어 스스로 고독해진 다음에, 이를 바탕으로 자신을 불태우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본즈 또한 주위 사람들을 적으로 삼은 뒤, 이를 자극제로 삼아 자신을 불태우고 있을지 모른다. 타격과 홈런에서 최고인 윌리엄스와 본즈는 공교롭게도 둘 다 좌익수다.
주변의 야유를 힘으로 바꾸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칭찬을 먹고 자라는 선수도 물론 있다.
본즈를 따라 25번을 등 뒤에 새긴 요미우리 중심타자는 ‘친절한 승엽씨’다. 그가 하라 감독을 존경하는 이유는 자신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물론 일본에서도 칭찬과 주목은 승엽씨의 홈런포를 춤추게 한다. 이승엽이 주변 모두에게 친절한 이유이기도 하다.
덧붙여서. LG 김재박 감독도 무척 불친절하다. ‘까칠한 재박씨’다. 하리칼라가 완봉승을 거두고도 퇴출됐다고 하자, 김감독은 “완봉승이 뭐 대단한가. 내가 8회 뺐으면 아무것도 아닌건데”라고 했다. 선수들로 하여금 자신이 보스임을 확실히 깨닫게 하는 통치 스타일.
물론 LG 안에 김감독만큼 야구를 하는, 아는 사람도 없다. 그리고 이게 LG를 뭉치게 해 4강권에 버티게 하는 힘이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자료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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