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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라운지] 투수로 살아남기

--이용균 야구

by econo0706 2022. 10. 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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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08. 15.

 

기록으로 따지면 SK 김광현이 최고였다. 김광현은 안산공고 3학년이던 지난해 4개 고교대회에서 7승1패를 기록했다. 12경기에 나와 82와 3분의 1이닝을 던졌으니 매경기 평균 7이닝 가까이 던진 셈이었다. 방어율이 겨우 0.66이었다. 아무리 고교 기록이라고 해도 엄청났다.

 

그런데 구속은 장필준(상무), 정영일(LA 에인절스)이 더 나았다. 둘은 150㎞를 훌쩍 훌쩍 쉽게도 넘겼다. 15년 단위로 돌아오는 한국 야구 투수 트로이카 시대가 이번에도 돌아왔다고 했다.

한국야구는 15년 주기로 엄청난 투수들이 한꺼번에 등장하곤 했다. 77학번 최동원, 김시진, 김용남 등이 그 원조였고 92학번 임선동, 조성민, 손경수가 두번째였다(공주고 시절의 박찬호는 트로이카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15년이 흘러 2007년, 김광현, 장필준, 정영일은 다시 한번 한국 야구를 업그레이드시킬 거라는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 이들의 이름을 보기 어렵다. 김광현은 2승6패, 방어율 4.58을 기록중이다. 한화에 지명됐으나 계약금이 맞지 않아 상무로 간 장필준은 3승5패에 방어율 5.43이다. 정영일은 올시즌 루키리그에서 1패에 방어율 9.00. 현재는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

 

되려 신인 투수 중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두산 임태훈이다. 올시즌 7승 1세이브 2패를 거뒀고 홀드 12개를 따냈다. 방어율은 2.37. 두산 김경문 감독은 “고졸답지 않게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을 안다”고 했고 두산 에이스 리오스는 “나도 어릴 때 조숙하다는 말을 들었지만 임태훈은 완전 할아버지다. 할아버지”라고 했다. 기록도, 스피드도 중요하지만 야구는 역시 멘털 게임이다.

지난 겨울 임태훈을 처음 만났을 때다. 신인을 만났을 때 습관적으로 그렇듯, 최고 구속을 물으니 “전 최고 구속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평균 구속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어떤 구질들을 던질 수 있냐는 질문에는 “저는 구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다른 종류의 속도를 가진 공을 던지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지금껏 이런 대답을 할 수 있는 투수 코치조차 그렇게 많이 만나지 못했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릭 앤키엘은 2000년 애틀랜타와의 디비전 시리즈 1선발로 나왔다가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1이닝 폭투 5개를 기록하며 투수로서의 생명을 접었다. 최근 임의탈퇴 조치를 당한 KIA 김진우도 신인이던 2002년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전격 마무리로 기용됐다가 심리적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실패했다. 150㎞를 예사로 던지던 SK 위대한도 결국 야구를 그만두고 군에 입대했다.

16일 프로야구 2008 신인 2차지명 회의가 열린다. 스카우트들은 열 길 물 속보다 어렵다는 한 길 사람 속을 뚫어보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자료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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