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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축탁축(淸蹴濁蹴)] '영혼의 단짝' 손흥민-케인, EPL 호령 합작품 창출하다

--최규섭 축구

by econo0706 2022. 10. 6.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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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2. 27

 

‘영혼의 짝꿍’이 빚어낸 작품은 위대했다. 세계 으뜸을 자랑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역사에 새로운 지평을 연 찬란한 합작품이었다. 2022년 2월 26일, 토트넘 홋스퍼의 두 보배인 손흥민-해리 케인 듀오가 새로운 EPL 합작 골 경지에 올라서는 발걸음을 크게 내디뎠다.

인고의 나날이었다. 케인은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며 몸부림쳤다. 손흥민은 부상으로 쓰러져 신음했다. 역경을 딛고 창출한 합작품은 그래서 더욱 값지고 빼어나 진한 감흥을 자아냈다. 부활의 날갯짓은 힘차고 아름다웠다. 완벽한 호흡은 환상적이었고 멋들어졌다.

 

손-케인 콤비가 쌓은 금자탑의 재료는 리즈 유나이티드(4-0 승)였다. 또다시 신기록 탄생의 역사가 미뤄지는가 했던 후반 40분께 둘은 ‘마음의 눈’으로 새날을 밝혔다. 케인이 토트넘 진영에서 길게 내준 볼은 리즈 문전으로 짓쳐 들던 손흥민에게 정확하게 날아들었다. 그리고 손흥민은 질풍같이 파고들던 기세를 이어 가 훌륭하게 마지막 한 점을 찍었다.

37! 손-케인 듀오가 합심해서 빚은 골 수다. 2015-2016시즌부터 호흡을 맞춰 온 둘은 7시즌째에 마침내 아무도 밟지 못했던 지경에 들어섰다. 좀처럼 깨지지 않을 듯했던 디디에 드로그바-프랭크 램퍼드(첼시·이하 당시)가 세운 기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손흥민에겐 또 다른 의미로 다가선 한 골이었다. EPL에 입성한 뒤 두 번째 맞이한 2016-2017시즌부터 6시즌 연속 두 자릿수 골(14→ 12→ 12→ 11→ 17→ 10) 고지에 올라선 뜻깊은 한 걸음이었다.

손흥민-케인의 발자취, 토트넘과 EPL을 찬란하게 수놓아

EPL 2021-2022시즌 막이 오르기 전, 손흥민-케인 듀오는 쉽게 새 지평을 열 듯싶었다. 그럴 만했다. 지난 시즌 둘은 정점에서 EPL을 호령하는 사자후를 토했다. 역대 한 시즌 최다 합작 득점(14골) 기록을 새로 세우며 포효했다. 그야말로 ‘영혼의 단짝’에 걸맞은 화려한 발자취로서 지난 시즌 EPL 으뜸의 볼거리였다. 자연스럽게 기록 도전 전망은 장밋빛일 수밖에 없었다.

둘이 환상적 호흡을 바탕으로 내뿜은 강렬한 빛줄기에, 앨런 시어러-크리스 서턴(블랙번 로버스)이 1994~1995시즌 밝혔던 빛(13골)은 퇴색했다.

그러나 막상 대장정에 들어가며 기류는 이상하게 흘러갔다. 시즌 오프 기간에 이적설에 휩싸였던 케인이 나락에서 헤매며 합작품은 창출될 기미를 내비치지 않았다. 실종됐던 합작 골은 8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전(3-2 승)에서야 비로소 모습을 나타냈다. 지난해 10월 17일(이하 현지날짜) 듀오는 다시 합작품 결실에 나섰음을 알리는 고동을 울렸다. 전반 추가 시간에, 손흥민이 케인이 내준 컷백 패스를 받아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골문을 꿰뚫음으로써 이번 시즌 첫 합작 골 개시를 매듭지었다.

답답했던, 7개월 10일간 18경기에 걸쳤던 기나긴 침묵을 깬 뜻깊은 합작 골이었다. 지난 시즌 27라운드였던 3월 8일 크리스털 팰리스전을 끝으로 시작된 합작 무득점 행진에 마침표를 찍은 귀중한 첫 합심 작품이었다.

그렇지만 다시 어둠이 찾아왔다. 신이 내린 시련이었나 보다. 케인은 여전히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지난 시즌 득점왕(23골)과 도움왕(14어시스트)을 석권했던 풍모를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더구나 손흥민은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다시 합작품을 만들어 내는 데엔 125일이 필요했다. 케인이 시나브로 침체의 늪에서 벗어남과 맞물려 손흥민이 부상에서 일어나 돌아오며 등정은 시간문제로 여겨졌다. 드디어 지난 19일, 리그 선두를 달리는 맨체스터 시티(3-2 승)를 희생양으로 삼아 두 번째 작품을 내놓았다. 이번에 배역을 바꿔 후반 14분 손흥민의 어시스트를 케인이 골로 마무리했다. 이번 시즌 두 번째 합작품으로, 종전 기록과 나란히 한 시점이었다.

재점화한 불길은 더욱 거세게 타올랐다. 언제 그랬냐는 양 역동성이 배어나는 플레이를 펼치기 시작한 케인과 한결같은 손흥민의 몸놀림이 어우러지면서 가속도가 붙은 모양새가 연출됐다.

마침내 위대한 기록 탄생의 순간이 찾아왔다. 불과 7일 만이었다. 지난 시즌 활화산처럼 용솟음쳤던 단짝의 가공할 콤비 플레이가 기세를 돋우는 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번에도 역을 바꿨다. 케인의 도움을 받아 손흥민이 골문을 열었다.

전문가들은 EPL 사상 최상·최강의 듀오로 손-케인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둘은 이런 상찬에 걸맞은 활약상을 펼치고 있다. 객관적 수치인 합작 골 기록에서도 입증되는 대목이다. 서로 한마음 한뜻을 이뤄 연출하는 플레이는 경이로움마저 불러일으킨다.

토트넘이 뽐낼 만한 두 창인 손흥민과 케인이다. 근거가 있는 자신감이다. 홀로서도 무척 뛰어나지만, 하나로 어우러질 때 놀라운 위력을 떨치는 둘이기 때문이다. 손-케인 듀오는 이런 기대감에 부응하듯 ‘1+1=2=α’의 시너지 효과를 빚으면서 토트넘 전력 상승과 성적 극대화의 주춧돌이 되고 있다.

 

두 자루의 붓으로 가지런하게 그림을 그릴[雙管齊下·쌍관제하] 수 있다면 대단한 능력이다. 양손에 쥔 붓을 균형 있게 휘두를 수 있을 때, 좋은 작품이 빚어질 수 있다. 손흥민과 케인이 합심해 빚는 합작품이 쌓일 때마다 토트넘은 웃음꽃이 만발한다. 아울러 EPL 무대는 한결 찬란하게 수놓아진다.

 

최규섭 /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자료출처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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