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02. 16.
파리 생제르맹과 첼시의 경기를 시작으로 2015/16 시즌 챔피언스 리그 16강이 대망의 막을 올린다. '세계인의 축구 네트워트' 골닷컴은 챔피언스 리그 16강 대진에서 주목할 인연 혹은 악연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 PSG vs 첼시
3시즌 연속 그것도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에서 만났다. 이 정도면 서로 지겨울 법도 하다. 2013/14 시즌엔 챔피언스 리그 8강전에서 격돌했고, 지난 시즌엔 16강전에서 만났다. 지난 2시즌 맞대결 성적도 1승 2무 1패로 팽팽하다. 2013/14 시즌 8강전 당시엔 1승 1패를 나눠가졌으나 첼시가 원정골 우선원칙에 의해 준결승에 진출했고, 지난 시즌엔 2무를 기록했으나 연장 접전 끝에 또 다시 원정골 우선원칙에 의해 파리 생제르맹(이하 PSG)가 8강에 올랐다.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면 현 PSG 주전 수비수 다비드 루이스가 2013/14 시즌엔 첼시 소속으로, 2014/15 시즌엔 PSG 소속으로 경기에 나섰다는 데에 있다. 루이스는 2013/14 시즌 8강 1차전에 자책골을 기록했고, 2014/15 시즌엔 16강 2차전에서 86분경 천금같은 동점골을 넣으며 PSG 8강 진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데에 있다.
양팀의 트위터 설전도 주목해볼만 하다. 2013/14 시즌, 8강 맞대결 당시 양팀은 'Did you know? (너 그거 아니?)' 형식을 통해 각자의 기록을 자랑하고 나섰다. 한 발 더 나아가 PSG는 8강 1차전에서 승리하자 "친애하는 첼시 팬들에게, 파리에서의 추억을 위해 몽마르뜨 언덕의 기념품 가게를 추천한다"라며 도발하는 한편 2차전을 앞두고 "신이시여 첼시가 아닌 여왕을 구원하소서"라는 트윗을 남겼다. 하지만 정작 8강 2차전에서 첼시가 승리하면서 준결승에 진출하자 첼시 팬들은 조직적으로 "파리를 위한 챔피언스 리그는 없다. 오직 파리엔 크로아상만이 있을 뿐이다"라는 이미지 파일을 만들어 PSG를 조롱하고 나섰다.
지난 시즌에도 PSG는 16강전에서 첼시와 재회하자 "친애하는 첼시 팬들에게. 우리가 조만간 다시 만날 거라고 얘기했었잖아"라며 선전포고에 나서는 한편 "복수는 최고의 요리... 1년 후"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번에도 양팀이 트위터로 어떤 설전을 주고 받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고 할 수 있겠다.
그 외 지난 시즌, 앙헬 디 마리아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소속으로, 벤야민 스탐불리가 토트넘 소속으로 EPL 무대에서 뛴 적이 있다. 첼시에선 에당 아자르가 릴에서 뛰면서 2시즌 연속 리그 앙 올해의 영 플레이어(2008/09, 2009/10)와 2시즌 연속 리그 앙 올해의 선수(2010/11, 2011/12)를 차지하며 프랑스 무대를 지배했고,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올림피크 마르세유)와 커트 주마(생테티엔), 로익 레미(올림피크 리옹 & 니스), 그리고 라다멜 팔카오(모나코)가 리그 앙에서 PSG를 상대한 적이 있다. 다만 주마와 팔카오는 부상으로 PSG에 출전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즌 양팀은 리그에서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PSG는 리그 앙 무패 행진을 달리며 1위를 독주하고 있는 데 반해 첼시는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에서 12위에 그치며 부진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다만 첼시는 거스 히딩크 감독 부임 후 공식 대회 12경기에서 6승 6무를 거두며 회복세에 있다. 반면 PSG는 첼시전을 앞두고 오른쪽 측면 수비수 세르쥬 오리에가 인터넷 방송에서 동료들과 로랑 블랑 감독을 모욕하는 발언을 해 팀 분위기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오리에는 무기한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은 상태다.
# 벤피카 vs 제니트
벤피카와 제니트가 지난 시즌에 이어 또 다시 만났다. 지난 시즌엔 챔피언스 리그 32강 조별 리그에서 벤피카와 제니트가 당시 손흥민의 소속팀이었던 바이엘 레버쿠젠과 함께 한 조에 있었고, 제니트는 벤피카 상대로 2경기 모두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정작 양팀 모두 모나코와 레버쿠젠에 밀려 조기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제니트엔 벤피카를 잘 아는 올드 보이들이 다수 있다. 특히 하비 가르시아(2009-2013)-에세키엘 라베치(2011-2014)-악셀 비첼(2011-2012) 삼인방은 2011/12 시즌 벤피카의 포르투갈 프리메이라 리가 우승을 견인했다. 제니트 간판 공격수 헐크 역시 2008/09 시즌부터 2011/12 시즌까지 포르투에서 뛰며 벤피카 킬러(12경기 5골)로 명성을 떨쳤다. 주장 다니와 수비수 루이스 네투는 포르투갈 대표팀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시즌 챔피언스 리그 조별 리그에서도 벤피카전 2승에 크게 기여했다. 헐크와 비첼은 벤피카 원정에서 골을 넣으며 2-0 승리를 견인했고, 다니는 제니트 홈에서 벤피카 상대로 결승골을 기록했다(1-0 승).
무엇보다도 제니트엔 안드레-빌라스 보아스 감독이 있다. 보아스는 2010/11 시즌, 포르투를 이끌고 프리메이라 리가 무패 우승과 타카 데 포르투갈 우승, 수페르타카 우승, 그리고 유로파 리그 우승을 동시에 차지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당연히 보아스는 벤피카 상대로 포르투와 제니트 감독직을 수행하며 5승 1패를 기록 중이다(물론 아직 초보였던 아카데미카 감독 시절 벤피카에게 2전 전패를 당한 적이 있다).
# 로마 vs 레알 마드리드
로마와 레알 마드리드가 2007/08 시즌 16강전 이후 8년 만에 만났다. 양팀의 맞대결 전적은 4승 1무 3패로 레알 마드리드가 1승을 더 기록하고 있다. 다만 2007/08 시즌 16강에선 로마가 레알 마드리드 상대로 1, 2차전 모두 2-1로 승리하며 8강에 진출했다. 그리고 당시 감독이 다름 아닌 이번에 로마로 돌아온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이다.
양팀 모두 전반기 내내 다소 부침이 있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지네딘 지단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6경기 무패 행진(5승 1무)을 달리고 있고, 로마 역시 스팔레티 감독 부임 후 첫 2경기에서 1무 1패에 그쳤으나 이후 4연승을 이어오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참고로 로마 측면 미드필더 이아고 팔케는 레알 마드리드 라이벌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이고, 세이두 케이타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한 바 있다. 디에고 페로티 세비야에서 뛰면서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한 경험이 있다. 레알 마드리드에선 미드필더 마테오 코바치치가 지난 시즌까지 인테르에서 뛰면서 로마 상대로 출전한 경험이 있다.
# 아스널 vs 바르셀로나
또 만났다. 최근 10년 사이에만 무려 5차례 맞대결을 가진 양팀이다. 1999/2000 시즌까지 포함하면 도합 7번의 맞대결을 펼쳤다. 그리고 언제나 웃은 팀은 다름 아닌 바르셀로나였다.
먼저 바르셀로나는 1999/2000 시즌 조별 리그에서 홈에서 아스널 상대로 1-1 무승부를 기록한 후 원정에서 4-2 승리를 거두었다. 당시 루초 엔리케 현 바르셀로나 감독은 2경기 모두 골을 넣는 기염을 토해냈다.
양팀이 그 다음에 만난 건 2005/06 시즌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였다. 아스널이 수비수 솔 캠벨의 선제골로 앞서나갔으나 이른 시간에 옌스 레만 골키퍼가 퇴장을 당하면서 수적 열세에 직면했고, 결국 76분경 사무엘 에투에게 동점골을 허용한 데 이어 줄리우 벨레티에게 81분경 역전골을 허용하며 1-2 역전패를 당했다.
양팀의 악연이 본격화된 건 2009/10 시즌과 2010/11 시즌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에서 연달아 만나면서부터이다. 2009/10 시즌 8강 1차전에서 아스널은 홈에서 2-2 무승부에 그쳤고, 2차전 원정에서 리오넬 메시에게 무려 4골을 헌납하며 1-4 대패를 당했다. 2010/11 시즌 16강 1차전에선 아스널이 경기 막판 로빈 판 페르시와 안드레이 아르샤빈의 릴레이 골에 힘입어 2-1 역전승을 거두었으나 2차전 원정에서 슈팅 한 번 때리지 못한 채 1-3으로 패하며(아스널의 한 골은 바르셀로나 수비형 미드필더 세르히 부스케츠의 자책골이었다) 또 다시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를 기점으로 아스널은 5시즌 연속 챔피언스 리그 16강전에서 탈락하는 징크스에 시달려야 했다.
바르셀로나의 키 플레이어는 다름 아닌 메시이다. 메시는 아스널 상대로 5골을 넣으며 강한 면모를 자랑하고 있다. 심지어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은 2009/10 시즌 챔피언스 리그 8강 2차전에서 메시에게 4실점을 허용한 후 기자회견에서 "메시는 마치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과도 같았다. 그가 드리블을 시작하면 수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는 빠른 속도를 이용해 자유자재로 방향전환이 가능하다"라고 극찬했다.
아스널의 키 플레이어는 알렉시스 산체스이다. 산체스는 2011/12 시즌부터 2013/14 시즌까지 바르셀로나에서 뛴 경험이 있다. 비록 메시라는 거대한 산에 가리워지긴 했으나 2013/14 시즌엔 프리메라 리가 34경기에 출전해 19골을 넣으며 유럽 진출 후 한 시즌 최다 골을 기록한 바 있다.
그 외 미켈 아르테타와 엑토르 벨레린은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이고, 메수트 외질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산티 카솔라와 나초 몬레알, 가브리엘, 그리고 조엘 캠벨은 프리메라 리가에서 바르셀로나를 상대한 경험이 있다. 반면 바르셀로나에선 백업 수비수 토마스 베르마엘렌이 아스널에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뛰며 주장직(2012-2014)을 수행한 경험이 있고, 루이스 수아레스와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이상 리버풀), 그리고 헤라르드 피케(맨유)가 EPL에서 아스널을 상대한 경험이 있다.
# 유벤투스 vs 바이에른 뮌헨
이탈리아와 독일을 대표하는 명문들이 만났다. 양팀은 2000년대 들어서만 8번의 맞대결을 펼쳤고, 바이에른이 4승 1무 3패로 1승을 더 거두었을 뿐이다.
정작 양팀이 16강 이상 토너먼트에서 격돌한 건 가장 최근 맞대결이었던 2012/13 시즌이 전부이다. 당시 바이에른이 유벤투스와의 1, 2차전에서 모두 2-0 승리를 거두며 준결승에 진출했고, 결국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당시 바이에른 공격수가 현 유벤투스 공격수 마리오 만주키치로 유벤투스와의 8강 2차전 원정에서 강도 높은 압박을 통해 안드레아 피를로를 꽁꽁 묶었을 뿐 아니라 골도 넣으며 승리의 주역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데에 있다. 반면 당시 유벤투스에서 뛰었던 바이에른 미드필더 아르투로 비달은 1차전 뮌헨 원정에서 옐로 카드를 받는 바람에 경고 누적으로 2차전에 홈 경기에 결장해야 했다.
참고로 만주키치는 2014년 여름, 바이에른을 떠나는 과정에서 펩 과르디올라 현 바이에른 감독과 마찰을 빚었다. 이에 대해 만주키치는 크로아티아 스포츠 전문매체 '스포츠케 노보스티'와의 인터뷰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실망했다. 그는 내가 분데스리가 득점왕이 되지 못하게 했다. 만약 과르디올라가 내게 커피 한 잔을 권해도 난 그와 마주앉을 생각이 없다. 되도록이면 난 그를 피하고 싶다. 만약 내가 그의 축구철학에 적합하지 않다는 설명이라도 들었다면 모든 게 괜찮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무 말도 없이 나를 출전시키지 않았다"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반면 비달은 딱히 유벤투스와 크게 문제를 일으키진 않은 편에 속한다. 도리어 올 여름, 비달과 함께 유벤투스를 떠나 바이에른에 임대로 입단한 만 19세의 신성 킹슬리 코망이 유벤투스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편에 속한다. 실제 코망은 최근 독일 타블로이드 '스포르트빌트'와의 인터뷰에서 "난 2년(임대 기간)이 아닌 오래 바이에른에 남고 싶다. 유벤투스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바이에른에서와는 달리 유벤투스에선 출전을 기대할 수 없었다. 실망스러웠다"라고 토로했다.
즉 만주키치와 코망은 친정팀을 상대로 자신에게 기회를 주지 않은 과르디올라 감독과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유벤투스 감독에게 실력 발휘를 하고 싶어할 것이 분명하다. 이 둘 중 누가 웃을 지를 주목해서 보는 것도 이 대진의 주요 관전 포인트로 작용할 것이다.
김현민 기자
골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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