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02. 11
아우크스부르크 공격형 미드필더 지동원이 경미한 무릎 부상을 당해 바이에른 뮌헨과의 주말 경기에 결장이 유력시 되고 있다.
지동원이 지난 분데스리가 4경기에 연속으로 선발 출전했으나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마르쿠스 바인치얼 감독의 신뢰에 화답하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미한 무릎 부상을 당해 오는 바이에른 뮌헨과의 경기에 출전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16라운드까지만 하더라도 분데스리가 3경기에 선발 출전이 전부였던 지동원이 4경기 연속 선발 출전할 수 있었던 데에는 바로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 있었다. 왼쪽 측면 미드필더 토비아스 베르너가 베르더 브레멘과의 12라운드 경기에 부상을 당한 데 이어 공격형 미드필더 구자철마저 함부르크와의 분데스리가 전반기 최종전을 앞두고 종아리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자연스럽게 지동원에게 선발 출전 기회가 주어졌다.
지난 주말 잉골슈타트와의 더비 매치에선 구자철이 부상 복귀해 선발 출전했으나 다니엘 바이어가 발목 부상 및 징계로 결장하면서 구자철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후방배치된 덕에 4경기 연속 선발 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동원은 그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지동원은 선발 출전한 경기들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동원은 최근 선발 출전한 분데스리가 4경기에서 단 하나의 유효 슈팅조차 기록하지 못했다. 경기당 슈팅 숫자와 드리블 횟수는 0.75회로 동일했다. 키 패스(슈팅으로 연결되는 패스)도 경기당 1회가 전부였고, 패스 성공률 역시 69.5%로 저조했다. 경쟁자들인 카이우비, 알렉산더 에스바인에 미치지 않는 수치였다.
/ 아우크스부르크 구단 공식 트위터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지난 주말 잉골슈타트전이었다. 물론 상대인 잉골슈타트가 바이에른 뮌헨에 이어 최소 실점 공동 2위를 달릴 정도로 탄탄한 수비를 자랑하는 팀이라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 잉골슈타트전에서 지동원은 단 한 차례의 슈팅은 물론 키 패스도 기록하지 못했다. 드리블 돌파를 4회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로 돌아가면서 도리어 역습의 빌미를 제공했다. 패스 성공률은 65.5%에 불과했다. 결국 지동원은 61분경 선발 출전 선수들 중에선 가장 먼저 얀 모라벡으로 교체되고 말았다.
이러한 가운데 겨울 이적시장 데드라인에 올림피아코스에서 임대 영입한 공격수 알프레드 핀보가손이 잉골슈타트전 후반 교체 출전을 통해 아우크스부르크 데뷔전을 치렀다. 비록 핀보가손이 지난 2시즌 동안 레알 소시에다드와 올림피아코스에서 부진한 시기를 보냈다고는 하지만 2012/13 시즌과 2013/14 시즌 히렌빈에서 2시즌 연속 20골 이상을 넣으며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명성을 떨쳤던 공격수이다. 특히 2013/14 시즌엔 29골로 에레디비지에 득점왕을 차지했다.
아우크스부르크엔 전문 최전방 공격수가 전무하다시피 하기에(라울 보바디야가 주로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나섰으나 보바디야는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에 더 적합한 선수다) 마르쿠스 바인치얼 감독은 핀보가손이 분데스리가에서 경쟁력이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지동원의 주전 경쟁은 한층 더 난항을 겪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세부 경기 스탯을 경쟁자들과 동일한 기준인 90분으로 환산하더라도 지동원은 경쟁 선수들에 확연히 밀리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동원의 슈팅 정확도는 43%로 보바디야(56%)와 카이우비(48%)에 이어 에스바인(43%)과 함께 동률을 이루고 있다. 90분 환산 경기당 슈팅 횟수(1.38회)와 찬스 메이킹(1.26회)은 물론 드리블 돌파 횟수(0.5회)와 드리블 돌파 성공률(40%) 역시 경쟁자들 중 최하위다. 그나마 패스 성공률만 73%로 보바디야(76%)에 이어 경쟁자들 중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을 올리고 있다.
이제 지동원도 변해야 산다. 그래도 공격 쪽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라면 위협적인 장면들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치열한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현재 아우크스부르크의 최대 고민은 바로 득점력 부재에 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분데스리가 20라운드까지 단 22골에 그치며 팀 최소 득점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것이 아우크스부르크가 14위에 머무르며 중위권 도약에 실패하는 이유이다.
잠재력이 없는 건 아니다. 지동원은 유로파 리그(5경기 1골 2도움)와 DFB 포칼(2경기 1골)에선 골을 신고했다. 세부 스탯에서도 지동원은 유로파 리그에서 훨씬 좋은 기록을 올렸다. 90분 풀타임으로 환산할 경우 지동원의 경기당 슈팅 숫자는 분데스리가 1.38회에서 유로파 리그 2.6회로 증가하고, 드리블 돌파 횟수도 경기당 0.5회에서 0.8회로 소폭 향상되고 있다. 슈팅 정확도는 분데스리가 43%에서 유로파 리그 60%로, 드리블 돌파 성공률은 40%에서 57.14%로 대폭 오르고, 패스 성공률 역시 분데스리가 73%에서 유로파 리그 77%로 향상되는 모습을 보인다. 마치 분데스리가와 유로파 리그에서 두 얼굴의 사나이를 보는 듯한 인상마저 들 정도다.
# 지동원과 포지션 경쟁자들의 세부 스탯 비교(90분 환산)
물론 유로파 리그와 분데스리가의 수준 차이를 감안해야 하지만, 아우크스부르크는 이번 유로파 리그 조별 리그에서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 팀 아틀레틱 빌바오와 세르비아 전통의 명가 파르티잔, 그리고 에레디비지에 강호 AZ 알크마르와 맞대결을 펼쳤다. 이 팀들의 면면은 분데스리가 팀들에 전혀 밀리지 않는다.
# 지동원 분데스리가와 유로파 리그 세부 스탯 비교(90분 환산)
결국 자신감의 문제다. 소속팀 아우크스부르크를 중위권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도, 지동원 본인이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도 유로파 리그에서의 적극적인 공격 본능을 분데스리가에서도 재연할 필요가 있다. 마르쿠스 바인치얼 감독은 물론 아우크스부르크 팬들 역시 2012/13 시즌 후반기, 임대 신분 소속으로 5골을 넣으며 강등 위기에 빠져있었던 팀을 잔류로 이끈 지동원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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