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15
“노력과 실력이 비례한다고 믿고 싶습니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달 24일까지 40일간 마무리훈련을 했다. 투수들은 사직구장, 야수들은 퓨처스(2군)팀 홈구장인 상동구장에서 훈련했다. 1군 선수들 대부분은 집에서 출·퇴근했다. 상동구장 숙소에는 주로 신인급 선수들이 묵었다. 그런데 예외적으로 숙소를 쓴 선수가 있다. 황성빈(25)이다. 그는 ‘이 곳에서 야간에도 훈련하면서 함께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박흥식 롯데 수석코치의 제의에 오히려 감사해했다.
● “부족하면, 해야죠. 계속 해야죠.”
첫 번째는 수비다. 황성빈은 땀을 가장 많이 흘린 훈련으로 단연 수비를 꼽았다. 올 시즌 외야 전 포지션을 뛴 그는 중견수로 가장 많은 338.2이닝을 수비했다. 공격에서 빠른 발로 상대 내야를 흔들었듯 수비에서도 장점을 살린 덕에 성장 가능성이 적잖이 드러났지만, 타구판단 등 요소에는 좀더 발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나경민 외야 수비코치와 머리를 맞댔다. 그는 “코치님과 ‘난 이제 죽었다’는 생각으로 마무리훈련에 임했다”며 “열심히 뛴 만큼 내년에도 다시 한번 경쟁력 있는 선수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말했다.
밤이면 상동구장 돔 훈련장에 불이 켜졌다. 단체훈련은 오후 3시면 끝났다. 그러나 6시부터 또 다른 일과가 시작됐다. 롯데 선수들은 타격, 웨이트트레이닝 등 자신이 필요로 하는 훈련을 찾아서 했다. 황성빈의 시계는 이른 아침부터 남보다 좀더 늦은 시간까지 돌아갔다. 늦은 밤에는 코치들에게 도움을 청해 기술훈련에 나섰다. 그는 “얼리(early)조에 속하면 웨이트트레이닝장에 많이 모인다. 나는 수비에 많은 시간을 썼다. 웨이트트레이닝은 다른 시간에 해야 했다. 고칠 점을 고치려면 시간을 더 써야 했다”고 말했다.
▲ 롯데 황성빈. / 롯데 자이언츠
● “한 번 실패해봤으니까요.”
황성빈의 발은 롯데에서 보기 드문 요소였다. 단타에도 한 베이스를 더 뛴 경우가 적잖았다. 추가 진루 횟수만 무려 64회에 달하는데, 비율로 따지면 57.7%로 팀 내 1위다. 그는 “나 코치님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그러나 타구방향과 속도 등 여러 요소를 재빨리 판단하는 센스가 없다면 주루코치와 호흡도 무용지물이다. 2가지 요소가 만나니 주루사 0개라는 결과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황성빈은 “세이버메트릭스 등 세부지표로도 주루에 관해 많이 살펴봤다. 내가 주자로 나간 상황에선 득점으로 이어질 확률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황성빈이 곱씹은 것은 도루다. 올 시즌에는 도루실패 12회로 도루성공률이 45.5%에 그쳤다. 1군 무대가 처음이었으니 수많은 투수를 일일이 분석하기에는 시간이 좀더 필요할 테지만, 황성빈은 “돌아보면 ‘굳이 뛰지 않아도 되는데 뛴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된 순간이 꽤 있었다. 보여주고 싶은 것이 참 많았다. 그렇다 보니 욕심이 지나쳤다”고 곱씹었다. 하지만 실패는 곧 자양분이 될 전망이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들이 많다. 시도하지 않았다면 같은 상황에 또 실패한다. 김평호 주루코치님도 ‘아까워하지 말라’고 하신다. 내년에는 ‘노력이 실력과 비례한다’는 말을 믿고 싶다”고 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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