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5. 15.
“빨리 1군에 올라가고 싶네요.”
1월 말 오른쪽 팔꿈치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은 선발투수 이인복(32·롯데 자이언츠)이 퓨처스(2군)팀의 홈구장인 김해 롯데상동야구장에서 복귀 준비에 한창이다. 이제 90~100%까지 힘을 싣고 재활 투구 프로그램을 소화할 수 있는 상태다. 이번 주 라이브피칭에 들어간 뒤에는 퓨처스리그 경기에 등판해 실전감각을 키울 계획이다.
당초 롯데 구단 관계자는 5~6월 중 복귀를 예상했는데, 실제 재활도 순조롭게 진행돼 이달 말이나 6월 초 복귀 가능성이 크다. 이인복은 “몸 상태는 다 됐다고 본다”며 “원래 ‘5월 말 실전에서 던지자’고 목표를 잡았는데, 계획대로 돼가고 있다. 팀이 지난해와는 달라진 게 느껴지는데, 나도 빨리 1군에 올라가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 롯데 이인복 / 연합뉴스
● 확실한 지원군 생기는 롯데 마운드
이인복은 지난해 26경기(선발 23경기)에 등판해 9승9패1홀드, 평균자책점(ERA) 4.19로 활약했다. 안정적 제구와 주무기 투심패스트볼로 땅볼을 잘 유도했다. 수비가 뒷받침하지 못했거나 경기당 2.87점(팀 내 최저 2위)에 그친 득점지원으로 인해 두 자릿수 승리는 거두지 못했지만, 롯데에는 큰 수확이었다. 활약을 인정받아 지난해 8500만 원에서 70.6% 오른 1억4500만 원에 올해 연봉 계약을 마쳤다. 입단 9년 만에 처음 받는 억대 연봉이다.
이인복은 올 시즌 초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불안요소가 적잖은 롯데 마운드에는 분명한 기대요소다. 롯데로선 단순히 경쟁 시너지뿐만 아니라 기복에 따라 차례로 휴식을 줄 수 있는 선수층도 얻을 수 있다. 이인복은 “좋은 시기에 다쳐 처음에는 마음이 싱숭생숭했지만, 그래도 ‘낫기만 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늘 있었다”며 “선의의 경쟁도 하게 될 텐데, (박)세웅이와 (한)현희, (나)균안이와 서로 피드백도 주고받으면서 같이 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 롯데 유강남. / 롯데 자이언츠
● “한 14년만인 것 같은데요?”
이인복이 1군 복귀를 바라는 또 다른 이유는 포수 유강남(31)이다. 둘은 서울고 시절 배터리를 이룬 1년 선·후배 사이다. 고교 졸업 이후 이인복은 연세대~롯데, 유강남은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게 돼 떨어져 지낸 시간이 길었다. 까까머리 고교 시절 호흡을 맞추던 둘이 한 팀에서 배터리로 뛸 순간도 이제 머지않았다.
이인복은 “(유)강남이는 어릴 때부터 야구를 대하는 태도가 좋은 선수였다. 포수로서 책임감, 자부심이 정말 강했다. 투수와 호흡에도 늘 진심이었다”며 “재활하다 1군 경기를 보면, 강남이의 프레이밍을 한 번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곤 했다. 돌아가면 강남이에게 부탁해 시합 전에 한 번 피칭을 해보고 싶다. 얼른 호흡을 맞추고 싶다”고 밝혔다.
유강남은 “(이)인복이 형이 오면 투수 파트는 지금보다 숨통이 더 트일 것”이라며 “난 사람의 감각적 부분들을 기억하는 편인데, 형은 고교 시절에도 제구가 좋은 투수였다. 형이 가진 투심패스트볼을 함께 잘 활용해보고 싶다. 그뿐만 아니라 한 구종에만 치중하지 않고 다른 여러 구종도 잘 섞어 구사할 수 있는 투수니 포수로서도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최준용표 돌직구, 어떻게 다시 신뢰를 얻었나
“될 때까지 해보려고 했다.”
롯데 자이언츠 필승조의 한 축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최준용(22)은 시즌 개막부터 함께하지 못했다. 스프링캠프부터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았다. 과거 통증이 있었던 팔꿈치와 어깨도 예민하게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개막 3주차인 지난달 21일 창원 NC전을 앞두고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첫 2경기였던 21~22일, 창원 NC전 1⅔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렀고 9연승으로 가는 주춧돌을 놓았다. 당시 선발진의 부진으로 불펜 과부하가 이어지던 시점에서 최준용의 복귀는 천군만마였다.
그러나 벤치에서 최준용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불안했다. 최준용이 준비 과정 자체는 의심하지 않았지만 경기 결과가 좋지 않으면 결국 신뢰를 줄 수가 없다. 26일 한화전 ⅓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1이닝을 채우지 못한 채 후속 투수의 도움으로 홀드를 챙겼다. 그리고 28일 키움전에서는 아웃카운트 1개도 잡지 못한 채 2피안타만 기록하고 강판됐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결국 벤치도 신뢰를 주기 힘들다. 필승조로 생각했던 투수의 난조는 벤치의 계산도 흐트려 놓았다. 이후 2일 KIA전에서도 ⅓이닝, 3일 KIA전도 ⅔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여전히 1이닝을 책임질 필승조라고 볼 수 없었다.
이후 우천취소 등으로 약 일주일 간의 조정기간이 있었다. 경기에 나서지 않고 온전히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기간이 결국 최준용이 다시 신뢰를 얻는 전환점이 됐다. 최준용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그는 “그동안 자신감이 많이 사라졌다. 모든 투수는 마운드 위에서 결과가 나와야 자신감도 얻는데 그러지 못해서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라면서 “그래서 경기 전이든, 경기가 끝나고든 ‘될 때까지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밤낮으로 열심히 내 것을 찾으려고 연습했다”라고 강조했다.
▲ 롯데 자이언츠 최준용이 7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1루주자 키움 히어로즈 러셀에게 견제구를 던져 아웃이라고 판단하고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사용 횟수가 모자라 아쉬워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foto0307@osen.co.kr
배영수 코치는 최준용이 마운드 위에서 불안할 때도 뒤에서는 ‘믿는다, 이제 잘할 때 됐다’라고 말하면서 최준용을 격려했다. 그리고 현재 투수조 전체의 밸런스와 하체 활용 등 컨디셔닝 파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김현욱 트레이닝 코치와 함께 최준용은 다시금 좋았을 때의 밸런스를 찾아갔다.
변화구 등의 필요성을 느껴서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의 변화구 연마에도 힘 썼다. 그러나 돌고 돌아서 최준용의 장기인 돌직구를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밸런스를 조정하고 투수의 생각을 변화시켰다.
최준용은 “김현욱 코치님이 ‘너는 직구가 좋고 공 끝이 좋은 투수다. 아무나 쉽게 못 치는 공이다’라면서 자신감을 북돋워주셨고 장점을 살리는 방향을 생각했다”라고 설명하면서 “김 코치님과 하체를 활용해서 중심 이동을 하는 방법을 꾸준히 연구했다. 코치님께서 ‘선수생활은 기니까 어릴 때부터 고쳐놔야 나중에 편하다’는 말씀도 해주셨다”라고 전했다.
스프링캠프와 나홀로 2군에서 수련한 기간 등 최준용이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한 시간은 길었다. 그래도 이제 다시 필승조 한 자리를 맡길 수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변화의 조짐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첫 6경기에서는 3이닝 밖에 소화하지 못한 채 7피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무실점이라고 하지만 내용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3경기에서는 4이닝 3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내용과 결과를 모두 챙기고 있다.
▲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7회말 1사 1루 상황 마운드에 오른 롯데 투수 최준용이 투구를 앞두고 손에 묻은 로진을 불고 있다. /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지난 11일 두산전 1⅓이닝 무실점으로 퍼펙트 피칭을 펼치며 7-6 역전극의 발판을 놓았다. 12일 KT전에서는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고 14일 KT전에서도 1⅔이닝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확실한 발판을 놓았다.
배영수 코치는 최준용을 보면서 “롯데 마운드의 마지막 키”라고 말한다. 그만큼 최준용을 향한 기대치는 크다. 잠시 방황했지만 이제 다시 신뢰를 얻고 필승조로 올라설 일만 남았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 조형래 기자 jhrae@osen.co.kr
스포츠동아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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