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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튼 감독의 '독한 야구', 팀 성적을 바꾼다

---全知的 롯데 視點

by econo0706 2023. 5. 19.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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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5. 18. 

 

롯데 자이언츠의 래리 서튼 감독이 ‘독한 야구’로 팀을 진화시키고 있다. 서튼 감독은 장타에 의존하는 야구가 아닌 디테일이 살아 있는 촘촘한 작전 야구로 올 시즌 한국프로야구의 판도를 갈아엎고 팀을 상위권으로 이끌고 있다.

롯데는 18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5차전에서 7-3으로 승리하며 원정 3연전을 위닝 시리즈로 마감했다. 롯데는 두산 베어스(2승 1패)·KT 위즈(2승 1패)에 이어 한화까지 2승 1패로 우위를 점하며 3연속 위닝 시리즈를 달성했다.

롯데는 이날 경기에서 한현희의 6이닝 1피안타 무실점 호투와 ‘슈퍼 루키’ 김민석의 프로 첫 홈런, 노진혁의 시즌 3호 홈런 등 투타 조화 속에 기분 좋은 승리를 따냈다. 롯데는 19일부터 사흘 동안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1위 SSG 랜더스와 홈 3연전을 치른다.

▲ 롯데 자이언츠 래리 서튼 감독은 올 시즌 촘촘한 작전 야구로 팀의 리그 상위권 도약을 이끌고 있다. /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는 투타 조화와 함께 타선에서 지난 시즌에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세밀한 작전 야구로 한화 마운드를 흔들었다. 서튼 감독과 김평호 주루·1루 코치, 전준호 외야·3루 코치는 쉴 새 없이 그라운드에 작전을 지시하며 한화 수비진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롯데는 1회 선두 타자로 나온 김민석이 우측 담장을 넘기는 프로 첫 홈런을 쳐내며 1-0으로 앞서갔다. 롯데는 2번 타자 안권수와 3번 타자 고승민이 각각 좌익수 앞 안타와 볼넷으로 출루하며 무사 1·2루 득점 기회를 맞이했다.

롯데는 팀 공격의 중심인 4번 타자 안치홍이 타석에 들어섰다. 안치홍은 올 시즌 팀 내 타점 3위(18점)를 기록하고 있는 중심 타자다. 장타력이 좋은 안치홍에게 타격을 맡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안치홍은 앞선 두 경기에서 첫 타석 모두 안타를 쳐냈기 때문에 타격감이 좋은 상태였다.

▲ 롯데 자이언츠 래리 서튼 감독은 올 시즌 촘촘한 작전 야구로 팀의 리그 상위권 도약을 이끌고 있다. / 롯데 자이언츠 제공

하지만 서튼 감독은 안치홍에게 초구에 기습 번트를 지시했다. 안치홍의 번트는 포수 뒤로 높이 뜨며 파울이 됐지만, 한화 배터리는 적지 않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치홍은 한화 투수 장민재의 두 번째 공에도 번트를 시도하며 투수에게 긴장감을 줬다. 안치홍은 또 한 번의 번트를 시도한 뒤 결국 2루 주자 안권수를 3루에 보내는 데 성공했다.

이후 롯데는 5번 타자 한동희의 큼지막한 외야 희생타로 1점을 더 뽑아내며 경기 초반 주도권을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서튼 감독의 독한 야구가 빛을 내는 순간이었다.

서튼 감독의 작전 야구는 7회 또 한 번 빛났다. 서튼 감독과 노진혁은 한화 내야 수비진의 수비 시프트를 완전히 무너뜨리며 출루에 성공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7회 초 2사 1루 상황, 좌타자 노진혁이 타석에 들어섰다. 한화 내야 수비는 1·2루 간으로 당겨치는 타구 비율이 높은 노진혁의 타격 특성을 고려해 3루를 비우고 우측이 치우친 시프트를 걸었다. 베테랑 노진혁은 정상 타격 자세를 취했지만 번트 자세로 바꿔 한화 투수 김기중의 초구를 3루 쪽으로 번트로 만들었다. 한화 수비진은 노진혁이 1루로 여유 있게 도착하는 모습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한화는 노진혁이 1루에 출루하자 분위기 반전을 위해 투수까지 교체했다. 롯데는 한화에 9회 말 3점을 허용했지만, 경기 주도권을 끝까지 놓치지 않으면서 7-3, 승리를 따냈다.


내려올 줄 모르는 롯데, 감독은 긴장 안 푼다

 

롯데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른다. 4월을 단독 1위(14승8패 .636)로 마칠 때만 해도 반짝 돌풍으로 보는 시선이 없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롯데는 4월을 2위로 시작했으나 5월 10위로 성적이 급락하며 최종 8위로 마쳤다. 

올해는 5월 중순이 지났지만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5월에도 7승4패(.636)로 4월과 같은 승률을 기록 중이다. 시즌 전체 성적은 21승12패. 1위 SSG(24승13패1무)에 1경기 뒤진 2위로 3위 LG(24승14패)와 함께 3강을 형성하고 있다. 

팀 평균자책점 8위(4.19), OPS 6위(.693)로 투타 주요 지표만 보면 지금의 롯데 성적을 선뜻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총 득실점을 기반으로 하는 피타고리안 기대 승률(.539)보다 실제 승률(.636)이 1할 가까이 높은 건 이례적이다. 

▲ 6회말 한화 공격을 실점없이 막아낸 롯데 선발 한현희가 서튼 감독-배영수 코치와 인사 나누고 있다. /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1점차 승부에서 4승2패로 강하고, 5회까지 뒤진 경기에서도 6승8패(.429)로 리그 최고 승률을 거두며 뒷심을 보여주고 있다. 이대호의 은퇴 속에 올해는 팀 홈런 10위(16개)로 흐름을 한 번에 바꾸는 장타가 부족하지만 팀 전체 짜임새가 좋아졌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지난 18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이에 대해 “수비가 견고해졌고, 타자들이 필요할 때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득점을 하며 1위를 하고 있다. 한 팀으로 좋은 야구를 하면서 경기력으로 잘 나타나고 있다. 홈런이 부족한 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서튼 감독은 “1위라고 하지 말고, 상위권에 있다고 적어달라”며 자신의 말을 웃으며 정정했다. 말을 하다 보니 1위에 있다고 했지만 현재 순위가 2위이고, 너무 들뜨지 않으려는 기색이 보였다. 


감독부터 ‘설레발’을 조심한다. 서튼 감독의 이런 조심성은 경기에서도 나타난다. 18일 한화전에도 김민석의 선두타자 홈런으로 선취점을 낸 1회 무사 1,2루에서 4번타자 안치홍에게 보내기 번트 사인을 냈다. 안치홍은 번트 파울 2개가 나왔지만 투수 땅볼로 2루 주자를 3루에 보냈고, 이어 한동희의 희생플라이로 추가점을 냈다. 4-0으로 앞선 8회 무사 1,3루에선 김민석의 스퀴즈 번트로 쐐기 득점. 계속된 무사 1,2루에서도 안권수의 희생번트로 주자들을 진루시킨 뒤 안치홍의 2타점 적시타로 쐐기를 박았다. 7-3 승리. 

 

▲ 경기를 마치고 롯데 서튼 감독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투수 운용도 느슨하지 않다. 투수가 조금이라도 흔들리거나 낌새가 안 좋으면 칼같이 교체한다. 올해 배영수 투수코치가 합류한 뒤 롯데의 투수 교체 타이밍이 한 박자 빨라졌고, 결과가 잘 맞아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구원 승계 주자 실점률(26.7%)이 두 번째 낮은 팀이 롯데로 기록이 증명한다. 서튼 감독은 “배영수 코치와 경기 중에도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경기 상황과 투수들의 상태를 본다. 투수의 컨트롤, 커맨드를 세심하게 보며 몸짓과 자신감까지 종합적으로 보고 투수 교체 타이밍을 잡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 롯데는 디테일이 부족한 팀이었지만 올해는 이런 작은 부분을 놓치지 않고 촘촘하게 운영한다. 롤러코스터 같은 기복도 사라지면서 팀에 안정감이 생겼다. 무릎 힘줄 부분이 부분 파열돼 18일 1군에서 제외된 외국인 타자 잭 렉스가 2주가량 이탈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서튼 감독은 걱정하지 않는다. 그는 “렉스가 10일 동안 라인업에 들어갈 수 없지만 우리 나름대로 방법을 찾을 것이다. 한 팀으로서 이 고비를 넘기겠다”고 자신했다. 롯데는 19일부터 부산 홈에서 1위 SSG를 상대로 3연전 빅매치를 갖는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 이상학 기자 waw@osen.co.kr

 

부산일보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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