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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풀어야 할 수수께끼

구시렁 구시렁

by econo0706 2007. 2. 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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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누구나 한두 번쯤은 술자리에서 논쟁을 벌여봤을 두 가지 수수께끼가 있다. 바로,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와 '영웅이 시대를 만드나, 시대가 영웅을 만드나'이다.
 
결론이 나지 않는 두 논제를 놓고 핏대를 올리다보면 술병은 쌓여만 가고, 동창(東窓)에 훤히 해가 떠오르는 걸 보고 술자리를 끝내곤 했다.
 
또 아이들이 나날이 커갈 때엔 내가 아이들에게서 그런 질문을 받아보기도 했다. 그때 나는 무엇이라고 대답했었을까? 아마도 그 순간 떠오르는 생각으로 얼버무렸을 것이다.
 
이제 나이를 먹으니 그런 논쟁을 하자고 덤비는 동료도 친구도 없다. 애들도 다 커서 그런 것엔 관심도 없는 모양이다.
 
가끔 술자리에서 옛날을 떠올리며 '닭이 먼저야?'하고 물으면 고작 돌아오는 대답이라고는 '아직 애들이구먼…' 정도다.
 
그러나 혼자 앉아 창 밖을 내다볼 기회가 있으면 아직도 그것이 궁금하기도 하고, 혼자 마음속으로 논쟁을 벌여 보기도 한다.
 
'닭이 먼저 일까? 알이 먼저 일까…'
 
이제 나름대로 결론을 내려 보았다. 답은 닭이 먼저다. 내가 아는 과학상식으로 어떤 새가 알을 낳았고, 그 알 속에는 어떤 돌연변이 인자가 자리 잡고 앉아 그 새의 알이 아니라 '닭의 알'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 그 새의 알일 뿐이지 달걀은 아닌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 이 세상에 닭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알은 '닭이 될 수 있는 알'일 뿐 아직 달걀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알에서 태어난 새가 먼저의 새가 아닌 닭이 되는 그 순간, 이 세상에 닭이라는 존재가 시작되는 것이고, 그 닭이 낳은 알부터가 달걀이라고 칭할 수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닭이 먼저이지, 달걀이 먼저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웅이 시대를 만드는 것일까, 시대가 영웅을 만드는 것일까?'
 
이건 참 곤란하다. 영웅이 시대를 만들기도 하고, 시대가 영웅을 만들기도 하는 것 같다.
 
어떤 이가 영웅이라는 칭호를 받는 것이 능동적 행동이었느냐, 수동적 행동이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이 보인다.
 
평온한 시기에 변화를 꾀하기 위해 떨치고 일어난 경우에는 영웅이 시대를 만드는 것이고, 변화를 갈망하는 시대를 이끌기 위해 나선 경우는 시대가 영웅을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다만 그것을 나누기가 어렵다보니 논쟁의 여지가 있어 보이는 것이다. 나름대로 반대의견이 있을 것으로 보면서도 나폴레옹이나 박정희는 전자로 보이고, 이순신이나 전봉준은 후자로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이제 2007년, 우리는 또 다시 우리의 지도자를 뽑아야 할 시기가 도래했고, 자천 타천의 인사들이 또 하나의 영웅자리를 놓고 격론을 벌이게 될 것이다.
 
다 나름대로의 이유를 말할 것이고, 희망을 펼칠 것이며, 우리는 좋든 싫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 것이고, 또 그들 중 누군가를 선택하고, 그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겨야 할 것이다.
 
시대가 만든 영웅일까, 시대를 만들 영웅일까.
 
이제 연말이 되면 각 언론매체에서 그들을 불러 놓고 이것저것 물어볼 것이고, 그들은 또 나름대로 머리와 마음을 통해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소용이랴.
 
누가 만약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딱 하나만 물어보고 싶다.
 
"당신이 되고 싶은 것은 시대가 부른 영웅이냐, 아니면 시대를 이끌 영웅이냐?"고….
 
 
2007년 1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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