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05. 28
“그 거 잘못됐다. 며칠 전에도 TV로 봤는데 두산 정수빈이 굿바이 안타를 쳤을 때 막 스파이크로 밟지 않았나. (과격 세리머니에 대해) 감독이 그런 순간을 못 볼 수도 있겠지만 정식으로 선수들 미팅 때 얘기해 자제시켜야 한다.”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이 최근 프로야구 선수들의 과격한 승리 세리머니와 관련, 야구계 어른으로서 선수들을 나무랐다.
김 위원장은 몇 년 전에도 “이건 완전히 장난이다. 발로 차고, 때리고, 쫓아다니며 얼음을 붓고, 선수는 도망 다니고, 이런 세리머니는 어느 나라에도 없다. 요 근래 들어 굉장히 심해졌다. 한마디로 개판이다.”고 다소 격한 어조로 선수들의 그릇된 세리머니 풍조를 개탄한 적이 있다.
김인식 위원장은 “좋아서 하는 것도 있겠지만 나중에는 지나쳐서 선수가 다치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때도 있다”면서 “손으로 두드리는 정도는 괜찮겠지만 선수가 엎어져 있는데 스파이크로 밟으면 재수 없으면 다친다. 누가 밟고 싶어서 밟지는 않겠지만 밀리다 보면 잘못되는 수가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김인식 위원장은 또 “간혹 보면 짓궂게 장난 식으로 하는 선수들이 있다.”고 꼬집으면서 “아나운서도 당장 일을 해야 하는 데 옷이 그렇게 되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다. 잘 생각하고 (세리머니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선 코치나 주장이 평소에 선수들에게 자제시켜야한다는 게 김 위원장의 조언이다.
프로야구 판의 ‘과격 세리머니’가 도마에 다시 올랐다. 지난 5월 26일 잠실경기에서 LG 트윈스가 9회말 SK 와이번스에 정의윤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1-0)한 직후 정의윤의 방송 인터뷰 때 임찬규가 양동이를 들고 와 물을 들이부은 것이 계기가 됐다. 히어로 인터뷰를 진행하려던 KBSN 정인영 아나운서가 애꿎게 정의윤과 동반 물벼락 세례를 맞고 방송 진행이 중단되는 바람에 여론의 질타를 받게 된 것이다.
임찬규의 행위(주장인 이병규가 나서서 자신이 시킨 일이라고 함)가 말썽이 나서 그렇지 사실 올해 들어 선수들의 세리머니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수준을 넘어 자칫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자아낼 정도로 과격화 됐다. 그 일로 인해 방송사와 프로야구선수협회 간에 마찰도 생겼다. 해당 방송사가 당분간 인터뷰를 중단하겠다며 ‘인성 교육’ 운운하자, 선수협이 발끈하고 나서 “선수 전체를 싸잡아 매도하지 말고 인격모독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성명서까지 낸 것이다.
지난 5월 23일 잠실 경기도 그렇다. 두산 베어스가 연장 11회 말 정수빈의 끝내기 안타로 넥센 히어로즈에 2-1로 승리한 직후 동료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몰려나가 정수빈을 둘러싸고 얼음을 가슴 속으로 집어넣고 머리를 쥐어박거나 등에 올라타고, 심지어 스파이크를 신은 발로 등을 밟은 선수도 있었다.
5월 2일엔 NC 다이노스가 LG 트윈스에 3연승한 직후 승리투수 이태양에게 김태군이 주스를 병째로 들이부어 옆에 있던 인터뷰 진행자에게까지 튀어 진행이 잠시 중단된 적도 있다.
승리, 특히 끝내기 승리나 뜻 깊은 홈런 세리머니는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승리 주역에 대한 환영 세리머니를 마냥 흥겨운 일로 바라보기에는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는 게 야구인들의 지적이다. 한마디로 세리머니의 품격이 결여됐다. 기쁨을 표현하고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것도 ‘품위’가 실려있어야 공감을 자아낼 수 있다.
일부 선수들의 철부지 같은 일탈된 세리머니는 오히려 혐오감을 자아낼 뿐이다. 최근 불거진 프로야구장의 ‘불문율’ 논란 역시 프로야구 지도자, 선수들의 품격과 결부시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과잉 세리머니와 더불어 선수들의 욕지거리도 그대로 TV 생중계 화면에 여과 없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게 현실이다. 일부 선수들에게 누리꾼들이 ‘식빵 맨’이라는 결코 달갑지 않은 별명을 붙여 비아냥거리는 것을 보는 것도 달갑지 않은 일이다.
주관 방송사가 인터뷰를 일시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고, 선수협이 말꼬리를 잡아 프로야구 선수들을 전체로 엮어 대응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어쨌든, 얼핏 사소해 보일 수도 있는 그라운드의 이런 모습들에 대해 선수들 스스로 정화하고 품위 있는 행동으로 승화시켜야 마땅하다. 프로야구로 밥벌이를 하는 당사자들 간에 본말이 전도된 감정 섞인 실랑이는 자제하는 게 옳다.
홍윤표 선임기자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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