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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재촉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이근암 결국 최후의 비기(秘技)를 꺼내드는데,
“최원택, 어쩔 수 없구나. 나도 이것만은 쓰지 않으려 했는데….”
“뭐…뭐냐? 뭐가 또 남았냐?”
“그 옛날…압구정 로데오 거리가 구획정리도 안된 시절 한명회 대감이 개발한 그 기술….”
“서…설마…그…그걸?”
“미안하다. 고문한다.”
“야…야야! 이성을 찾고…이봐…내가 잘 생각해 볼테니까…잠깐 시간…”
“얘들아 낙형(烙刑 : 지지는 형, 단근斷筋 이라고도 하는데, 단근이란 형은 원래 도둑질한 죄인의 아킬레스건을 끊어 불구자로 만드는 형인데, 낙형이란 게 죄인의 발바닥을 지지는 형이라, 단근형과 비슷하다 해 단근질이라고도 불리었다) 세팅해라.”
이근암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의금부 나졸들은 숯불에 인두를 집어 넣는데, 곧 벌겋게 달궈진 인두가 근암이 앞에 놓여진다. 인두를 바라보던 근암 조용히 왕을 올려다 보는데,
“거시기…전하, 원래 낙형이란 게 사람이 볼 게 못 되서…전하께서는 잠시 자리를 피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잠깐 나가셔서 커피나 한잔 하시고 돌아오는 게…저쪽 별다방 레지가 또 커피 하나는 기가 막히게 타거든요.”
“…그냥 보면 안되냐?”
“이게 또…낙형이란 게 되도록 안하는 거라…예의상 왕은 좀 빠져주라고 미리 말하고…대충 이렇게 하는 게 관례라서….”
“OK, 나 그럼 저기 가서 커피나 한잔 하고 올게.”
“예, 티켓 끊으시고 천천히 놀다 오세요~.”
왕을 보낸 이근암, 천천히 인두를 들어 올리는 데,
“일단 뭐…처음이니까 가볍게 가슴부터 지져볼까?”
이근암, 인두를 최원택의 가슴으로 가져가는데…
“자…잠깐 스톱! 스톱! 타임아웃!”
“야야, 왜그래 또?”
“너…너 지금 가슴 지질려고 폼 잡는 거 같은데…맞어?”
“응, 그런데 왜?”
“야야, 그래도 명색이 고문 기술자인데 똥인지 된장인지는 알고 지져야 하잖아!”
“이색희가…지금 번데기 앞에서 웨이브 추나…야이 자식아, 내가 지지겠다는데 네가 왜 지랄이야?”
“이색희야! 원래 낙형은 발바닥을 지지는 거잖아! 한명회도 원래 발바닥 지지려고 시작한 거잖아! 법으로도 발바닥만 지지라고 해놨는데….”
“이색희가…사극에서는 마 안가리고 다 지지잖아!”
“그건 마, 간지 나라고 그런거고, 한번 생각해 봐 인마! 냄새나게 버선 벗긴 담에 발바닥 지져봐라, 시청률이 오르겠냐?”
“…그…그런가?”
“역사에 좀 충실해져 봐 인마!”
“아…알았어. 그럼 뭐…발바닥만 지질게.”
“잘 지져라…괜히 발등 지지지 말고….”
“알았어 이색희야…말만 많아가지고….”
최원택의 코치(?)를 받으며 이근암은 최원택을 단근질하는데…살타는 냄새와 발냄새가 오묘히 결합된 기기묘묘한 냄새가 의금부 옥사 앞을 가득메운다. 그러나 최원택은 끝내 입을 열지 않는데…
“질긴 색희….”
“저기…나으리, 이제 어쩌죠? 주리를 한번 틀까요?”
“야이색희! 주리는 나중에 나오는 거잖아. 그리고…그건 포도청 주특기잖아!”
“그…그럼 어쩌죠?”
“어쩌긴 어째 처음부터 다시 한바퀴 돌려야지. 야야…일단 5분간 휴식하고…그래 담배들 한 대 빨고, 다시 세팅해서 돌리자.”
딱 보면 알겠지만, 조선시대 형벌들…이거 거의 장난 아닌 수준이다. 법으로 고문을 허용한 상황이었기에 그 정도는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할 수 있겠다. 물론, 법적으로 제한장치도 많이 마련했다. 신장을 내리칠 경우에는 하루에 30대 이상을 치지 못하고, 단근질을 할 때는 발바닥만 허용한다 하였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어찌되었든 조선의 취조는 원칙적으로 ‘고문’으로 시작해 ‘고문’으로 끝이 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영조대왕시절 압슬형, 주리형, 낙형 등등을 금지시켰던 것이다.
“거시기…내가 뜸을 뜨다보니까, 이게 엄청 뜨겁더만?”
“…그게 좀 뜨겁죠?”
“좀이 뭐야…졸라 뜨겁던데…생각해 보니까, 낙형 같은 거…그거 받으면 엄청 뜨겁겠어…쯧쯧…이렇게 뜨거운데, 애들이 제정신이겠어? 앞으로는 낙형을 금지시켜라. 알았지?”
누군지 몰라도 영조에게 뜸을 떠 준 어의 덕분에 낙형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게 된 것이다. 물론, 원칙적으로 금지 된 것이지 몰래몰래 할 놈들은 다 했다는 것이다. 얼마 전 고문 기술자 이근안의 가석방을 놓고 갑론을박한 기억이 나서 몇 자 적어봤다.
자료출처 : 스포츠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