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중기까지 부모의 재산상속에서 딸이 차별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가? 조선의 컨셉인 숭유억불(崇儒抑佛)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상속제도 이지만, 조선시대 중기까지 조선은 아들, 딸, 장남, 차남을 가리지 않고 부모의 재산을 공평하게 갈랐다. 관습적으로 그런 것이냐고? 아니다. 조선의 헌법인 경국대전(經國大典)에 명확히 기록되어 있는데,
“적처의 소생이면, 아들 딸, 장남, 차남 가리지 않고 균등하게 부모의 재산을 상속 받는다. 다만, 장남이 제사를 모실 경우에는 재산의 1/5을 더해 준다.”
여기서 좀 더 충격적인 사실은 첩의 자식에게도 재산을 나눠 주었다는 것인데,
“첩의 신분이 양인일 경우에는 적자녀의 1/7을 상속 받을 수 있고, 첩의 신분이 천민일 경우에는 적자녀의 1/10을 상속받을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아들과 딸 구분 없이 균등하게 상속 받을 수 있다.”
이걸 보면,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조선이 유교를 컨셉으로 삼은 나라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파격적인 조건이지 않는가? 종통(宗通)을 최우선시 하는 유교에서 이런 균분상속이라니…. 고려 때의 여파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고려사’를 떠들어 보면, 조선보다 더 보수적이면 보수적이었지, 이렇게 개방적이지 않았다.
“약정이 없다면, 부모의 재산은 적장자에게 우선적으로 지급된다.”
라는 것이 고려의 상속 원칙이었다. 어째서 조선은 이런 파격적인 상속 원칙을 내세웠던 것일까? 오늘의 이야기는 바로 이 파격적인 재산 상속에 관한 것이다.
“음음…뭐 이거, 참 나라를 세운 것 까지는 좋은데…이거 해야 할 개혁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니 원…쩝.”
“혁명을 한 자의 숙명이라고 생각하십쑈. 어쩌겠습니까? 시대가 전하를 원하시는데….”
“그려, 그려…. 시대가 날 원하는데, 어쩌겠냐? 그런데 당장 급한 게 뭐냐?”
“에 또, 그래 설라무네…. 당장 급한 건…토지개혁이겠죠? 이노무 토지개혁만 하면 모든게 다 해결될 겁니다.”
“토지개혁? 8.31 부동산 대책 같은 거 하나 또 내놔야 하는 거야?”
“8.31 같은 거야 맘만 먹으면 걍 씹을 수 있는 거고…. 뭔가 좀 구속력 있고,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만약 이대로 토지개혁을 지지부진하게 놔뒀다가는 아래로는 백성들이 들고 일어날 거고, 위로는 대농장주들이 들고 일어날 위험이 있슴다.”
“야야, 겁주지 말고…. 차근차근 풀어서 설명 좀 해봐.”
“에…그러니까, 고려가 절딴 난 원인은 아주 간단합니다. 가진 놈들이 땅 투기를 하거나 권력을 가지고 중산층의 땅을 싸그리 쓸어간 거죠. 이렇게 해서 만든 대농장이 규모의 경제를 내세워서 양으로 승부를 건거죠. 이렇게 되니까 중산층은 계속 붕괴되고…. 이게 계속 가속화 되니까 가진 놈들은 더 가지게 되고, 없는 놈들은 계속 박살이 나는거죠.”
“근데…그게 어쨌다고?”
“생각해 보십쑈. 중산층이 붕괴된 나라가 제대로 서겠습니까? 그리고, 그 대농장주들…그거 따지고 보면 기득권층 아님까? 지금은 전하의 위세에 눌려 지내지만, 수틀리면 그네들 자금력을 총 동원해서 덤벼들 거 아님까? 괜히 재벌이 무서운지 아십니까? 그리고 걔네들이 그 돈으로 사병이라도 양성했다가는….”
“야, 그럼 걔네들을 어떻게 박살내냐?”
“이것들을 한 번에 박살내려고 덤볐다간…개아작 납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이것들이 눈치체지 못하게 소리소문 없이 무너뜨리는 방법 밖에 없음다.”
“야, 그걸 몰라서 지금 묻는 거냐? 대안을 말해봐 대안을!”
“음, 그러니까 말이죠. 이참에 상속법을 뜯어 고치는 겁니다.”
“상속법?”
“글쵸…. 원래 이것들이 적장승계 원칙을 그대로 적용해서 그노무 재산을 한 놈한테 몰빵으로 넘겨주거든요. 이걸 국가인권위원회로 넘겨서 평등권 침해라고 들고 일어나는 겁니다! 장남만 아들이냐? 차남도 아들이다! 딸도 아들이다 일케요.”
“그럼 뭐가 달라지냐?”
“당연히 달라지죠! 1,000원을 한 놈에게 그대로 주면 1,000원이지만, 10명에게 똑같이 나눠주면 100원씩 아닙니까? 돈이란게 원래 뭉쳐야 힘이 되는 거 아닙니까? 1,000원을 10명에게 나눠주면, 100원…그 100원을 다시 10명에게 나눠주면 10원…10원 정도야 우습지 않습니까?”
“오호, 그러니까 평등한 상속권을 보장해 준다는 핑계로…. 그 위험한 자본을 공중분해 시킨다 이거지?”
“바로 그겁니다. 이게 좀 시간이 오래 걸려서 문제지만, 이렇게 5~6대만 지나가면 완전히 자본이 붕괴되는 겁니다. 물론, 피흘릴 이유도 없고, 명분에서도 뒤지지 않죠.”
“오케이 거기까지 접수했어! 당장 시행하도록!”
조선시대 딸도 상속받을 수 있게 만들었던 자녀 균분 상속제의 배경에는 이런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자칫 보수적이라 생각할 수 있는 조선에서 이런 파격적이고 진보적인 상속제도가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신 독자들도 계셨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겉으로만 진보적인 제도였던 것이다. 조선 중기 이후 대농장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는 다시 적장자 우선으로 돌아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자료출처 : 스포츠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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