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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이혼에서 로또까지(평민편) 中

엽기 朝鮮王朝實錄

by econo0706 2007. 2. 15.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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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파의(事情罷議)를 외치며, 이웃집을 나선 규진 엄마는 그대로 상택이에게 달려가는데,
 
“보소! 규진이 아빠! 보소!”
 
“와? 와 일카는데? 어디서 서방질이나 하던 년이 어따 대고 큰소리고? 이기 오늘 내 손에 함 죽어 볼라카이?”
 
“그래, 네 손에 함 맞아 디지뿌자! 치라 마! 치라!”
 
“이…이 가시내가 어디서 약을 쳐 묵나? 어따 들이 대는기고?”
 
“보소, 규진이 아빠.”
 
“와? 와 글카는데?”
 
“내는 더 이상 이리 몬 산다.”
 
“몬살면? 우얄낀데?”
 
“내가 당신한테 부끄러운 짓을 했으면 베락 맞아 디지도 벌써 디짓다.”
 
“봉구랑….”
 
“봉구고 봉고고 간에 어디서 그딴 소리 들었는지 몰겠는데, 그딴 신소리 집어치고…우리 여기서 깨끗이 갈라서자.”
 
“그…그기 뭔 소리고?”
 
“당신도 내랑 몬 산다메? 내도 당신이랑 몬 산다.”
 
“몬 살면 우얄낀데?”
 
“사정파의(事情罷議) 합시더. 내가 서방질 했다고 믿는 당신이나…노름질에 오입질 하는 당신 뒤치다꺼리 하나 허리 휘는 내나…둘다 살기 싫은 건 마찬가지 아인교? 이 참에 확 갈라섭시다.”
 
“이 여편네가…미친나? 지금 제정신이가?”
 
“신소리 집어 치우고, 사정파의(事情罷議) 할껍니꺼, 말껍니꺼?”
 
사정파의(事情罷議)…한마디로 말해, 부부의 연을 맺은 부부가 더 이상 부부생활을 연속할 수 없다고 판단이 설 때 하는 말로써, 서로 마주 앉아 부부생활을 할 수 없는 사정을 말하고, 서로 합의하에 이혼을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요즘 법원에서 하는 합의이혼이랑 똑같은 것이다.
 
“네 지금 말이라고 하나? 규진이는 우얄낀데? 네 나가서 뭐해먹고 살낀데?”
 
“규진이는 당신 얼라니까, 당신이 알아서 거둬 먹이소. 그리고, 님이라는 한글자에 점하나 찍으면 남이라 하지 않았소? 갈라서믄 남인데, 내 걱정은 와 하는긴데?”
 
“아따…마 쎄게 나오네….”
 
“쎄게 나올거도 엄따…. 깨끗하게 갈라서자. 내도 더 이상 당신 주먹에 두들겨 맞는 거도 지겹고, 화냥년 소리 듣는 거도 지겹다. 이리 지옥같이 살거면, 그냥 깨끗이 헤어지는게 서로를 위해 좋을끼다.”
 
“…규진이 엄마.”
 
“와 거기서 규진이 엄마가 나오는데? 내도 이제 내 인생 찾아 나설끼다.”
 
“와이라는데? 우리…앉아서 좋게좋게 말로 하자 어잉?”
 
“지랄을 랜덤으로 떨고 있네. 좋게좋게 말로 하자는 사람이 마누라를 오뉴월 개패듯이 패대기 치나? 더 험한 소리 나오기 전에 여서 갈라서자.”
 
“규…규진이 엄마.”
 
“징그럽다. 고마하자. 내도 더 이상은 몬 산다. 아직도 내를 생각하는 마음이 쪼금이라도 있으면 수세를 주소.”
 
“수…수세? 이 여자가 지금 못하는 소리가 없네? 수세라니?”
 
“와? 수세 안줄끼가?”
 
“수세는…규진이 엄마….”
 
“네 앞에서 콱 혀깨물고 디지삐까?”
 
“규…규진이 엄마.”
 
“좋은 말로 할 때 수세주라 마. 남자가 구차하게 추저분하게 굴면…보기 안 좋다. 마지막인데, 좋게 좋게 끝내자.”
 
“그래도 수세는…규진이 엄마, 다시 한번 생각해 보그래이….”
 
“치아라 마! 내도 할급휴서(割給休書) 함 받고, 인생역전 함 해보자!”
 
할급휴서(割給休書)…이건 한마디로 말해서 이혼증서와도 같은 것이다. 이혼을 한 여인이 전 남편에서 이혼을 했다는 증명서를 떼는 것인데, 저고리의 앞섶을 세모꼴로 자른 것이다. 이잘려진 세모꼴의 저고리를 ‘나비’라고 불렀는데, 어디에 얽매이지 않고 나비처럼 날아갈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이 할급휴서를 주는 걸 ‘수세 준다.’ 혹은 ‘휴서 준다.’ 라고 표현하곤 하였다.
 
“규…규진이 엄마, 내가 잘몬해따. 함 봐도…으잉? 내 무릎이라도 꿇을까? 응?”
 
“보소. 규진이 아빠, 고마 합시다. 당신이나 내나…이승에서의 연은 여기까지 같은데 마지막 가는 길에 추한 꼴은 보이지 맙시다. 내는 당신이랑 같은 하늘 이고 산다는 자체가 불쾌한기라, 그냥 여기서 끝냅시다.”
 
규진 엄마의 마지막 일격에 상택이는 그대로 주저앉는데…. 그런 상택이에게 규진이 엄마는 가위를 휙 던진다.
 
“자르소!”
 
상택이…힘없이 가위를 집어 들더니, 천천히 규진 엄마의 저고리를 잘라 냈다.
 
“잘 사이소."
 
규진 엄마는 그 말만을 남긴 체 냉큼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규…규진 엄마!”
 
“찾지 마이소! 내도 내 인생 찾을테니까, 당신도 당신인생이나 잘 건사하이소.”
 
그렇게 규진 엄마는 총총히 상택이 집을 나선다. 과연 규진 엄마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초특급 대하 울트라 이혼사극 ‘이혼에서 로또까지(평민편)’은 다음회로 이어지는데...커밍 쑨! 
 
 
자료출처 : 스포츠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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