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에 제안대군의 예를 들어가며 조선시대 양반들의 이혼에 대해 이야기를 해봤다. 자, 그러면 말이다.
양반이 아닌 평민들의 이혼은 어떠했을까? 이들도 양반처럼 이혼하기가 힘들었을까? 백성들을 교화해 도학(道學)의 나라를 만들어 보겠다던, 사대부의 희망에 고스란히 전해져 이들도 이혼이 힘들었을까? 이번 이야기는 양반에 이은 평민들의 이혼에 관한 이야기이다. 계속 이혼 이야기만 해서 뒷맛이 떨떠름하지만, 뭐 어쩌겠나? 우리 조상들 이렇게 살아온 것을…
“정태야, 나 확 돌아삘 거 같다. 이를 우야면 좋노?”
“와? 뭔 일인데?”
“내사 마…남사스러버서 말도 몬 하겠다.”
“아따 마, 부랄 달린 사내새끼가 말을 꺼냈으면 끝을 내야지. 이기 뭔 짓이고? 사람한테 말을 했으면 끝을 내야 하는 거 아이가?”
“그게 말이다. 우리 마누라가….”
“와, 제수씨가 뭐라카나?”
“내사…마 쪽팔린 기다.”
“상택이 네 인마! 지금 내 성질 테스트 하는 기가? 말을 할끼면 똑바로 해야 할 거 아이가? 쪽팔린다고만 하지 말고, 말을 해라 말을!”
“이기 마…집안일을 확 내 팽게쳐버리고, 봄바람이 들었는지 살랑살랑 거리면서 꼬리치고 돌아다니거 같데이. 저번에 장 설 때 보이까노, 장똘뱅이들하고 쿵짝이 맞아서…내사 마, 더 말하면 골 아픈기라….”
“내 말했제? 제수씨 눈이 쫙 올라간 게 한 성깔 하게 생겼다고….”
“성깔하고 바람하고 무신 상관이가?”
“눈만 올라갔나? 눈이 촉촉하고, 입술이 도톰한 게 남자 여럿 후릴 관상인기라…. 내가 이런말까진 안할라캤는데, 제수씨가 좀…색기가 흐르지 않나?”
“…색기가…좀 있제.”
“아랫마을 봉구랑 덕룡이랑 같이 어불려서 물레방앗간 드나드는 것 같다꼬 소문이 쫙 퍼졌다 안하나….”
“차…참말이가?”
“내도…말 옮기는 건 싫은데, 이미 퍼질 만큼 퍼졌다 안하나….”
“그…그게 참말이가?”
“와? 네한테 구라를 칠끼고?”
“그…그걸 누가 봤다카나?”
“뭐 소문은 이미 쫙 퍼졌다 안하나. 민구 엄마랑, 택규 엄마랑 밤 마실 가다가 물레방앗간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살펴보이까로….”
“…….”
“상택아…. 민구 엄마가 밤눈이 어두워 가지고….”
“택규 엄마도 밤눈이 어둡나?”
“택규 엄마도 만만치 않다!”
“치아라 마! 내 이노무 여편네를 칵 찍여뿔끼다!”
정태의 말을 들은 상택은 그길로 마누라에게 달려가는데…
“나와라! 이 화냥년아. 어디 붙어먹을 데가 없어서 봉구 같은 놈이랑 붙어먹나? 덕룡이는 또 뭐꼬? 네 지금 쓰리썸 하나? 이 화냥년 어디 갔노?”
“규진이 아버지, 지금 무슨 소린교?”
“무슨 소리? 네 하고 다니는 그 꼬라지가 뭐꼬? 집에서 피둥피둥 노니까 눈에 뵈는 게 없나 부지? 할 일 없으면 밭에 가 김이나 멜 것이지, 물레방앗간? 네 오늘 내 손에 함 죽어봐라!”
“규진이 아부지예…. 지…지금 뭐하는 겁니꺼?”
“놔라, 이년아! 서방 놔뚜고, 물레방앗간에서 서방질을 해?”
“그…그게 아니라예….”
상택은 마누라를 개패듯이 두들겨 패는데…비오는 날 먼지 나듯이 두들겨 맞던 상택이 와이프는 이대로 있다간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그대로 옆집으로 도망가 버린다.
“아이고…내 팔자야, 아이고 내 팔자야…. 이기 뭐하자는 짓이고? 가시버시 맺을때는 손에 물한방울 안 묻히게 해준다더만…툭하면 주먹질에…오입질에 노름질이니…내는 몬산다…. 이렇겐 몬산다.”
“규진이 어무이에…. 참으시소 마. 규진이 아부지도 그렇게 하고 싶어 했겠어예? 마…사는게 힘들어서….”
“사는 게 힘들다꼬, 지 마누라를 두들겨 패나? 내가 쪼메 섹시한거…이거 인정한다 안하나…. 소싯적부터 내가 한 인물 하긴 했다 아이가….”
“…그…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예?”
“남자들이 꼬이는 건 그걸 무슨 수로 막느냔 말이다. 내가 그렇다고 속치마나 한번 보여줬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지분 거리는 놈들은 무슨 수로 다 막노?”
“규진이 어무이가 행실을 똑바로 하면….”
“내 행실이 어디가 어떤데? 내가 뭘 잘몬했는데?”
“그게….”
“내는 더 이상 이리 몬 산다.”
“규진이 어무이 우짜실라고에?”
“사정파의(事情罷議) 해야제!”
“사…사정파의? 규진이 어무이! 그라시믄 안됩니더. 규진이 생각해서라도….”
“됐다 마! 내도 내 인생 찾아야지…. 더 이상 이리 못산다!”
규진이 엄마 입에서 나온 사정파의(事情罷議)란 네 글자! 과연 사정파의는 무엇인가? 무엇이길래, 이웃집 여자는 소스라치게 놀라는 것일까? 초특급 대하 울트라 이혼 사극 ‘이혼에서 로또까지(평민편)’ 다음 편에서 사정파의(事情罷議)의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커밍 쑨!
자료출처 : 스포츠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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